우리는 사랑이 나와 당신만이 맺는 관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나와 내 욕망이 맺는 관계이기도 하다. 나는 내 욕망을 사랑한다.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이 특별한 욕망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특별한 욕망이 주는 삶의 활기, 인생에서 무언가에 몰입하는 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움직이는 힘까지…. 우리에게는 삶을 생기로 가득 채우는 이 욕망이 필요하다.
---「p.30, 당신보다 사랑을 사랑하는 이유 」중에서
사랑은 범주 바깥에서 침투해 들어온다. 한 번도 사랑할 거라 생각하지도 못했던 어떤 종류의 사람이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나는 안정적인 직장의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평생 생각해왔지만, 사랑에 빠지는 건 불안정한 환경의 예술가일지도 모른다. 늘 나와 같은 종교의 사람만을 만나겠다고 다짐해왔지만, 정작 무신론자와 사랑에 빠져 온 집안이 들고 일어나 반대할지도 모른다. 사랑은 범주 밖에서 들어오고, 우리의 범주를 흔든다.
---「p.37~38, 사랑은 범주를 부수는 일」중에서
사랑은 가치의 재산정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하나 얻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인생에서 내가 믿어왔던 가치의 재조정이다. 물론, 사람과 사람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지만,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내가 가치관을 존중받는 것 또한 중요한 경험이다. 그렇기에 사랑의 면모 중 참으로 멋진 측면을 하나 꼽자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인생에 한 번쯤은 자기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바꾸거나 수정하고 재창조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p.69, 사랑은 가치의 재창조」중에서
달리 말해,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그를 어느 정도 사랑해야 한다. 사랑이라는 것이 두 사람만이 교류하는 배타적인 관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서 인류 전체로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자기를 넘어서야만 타자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사랑에는 자기를 포기할 용기, 자기를 넘어설 용기라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p.79, 사랑은 당신의 궤도를 따라 도는 것」중에서
그렇게 나와 당신이 선으로 연결되며 인생을 그려 나간다. 사랑이란 그런 운동이다. 서로를 옆에 세워 두거나 저기 어디에 둔 ‘점’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서로의 삶으로 끌어들여 영향을 주고받는 ‘선을 만들어 가는 운동’이 사랑이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가는 고정된 세계가 아니라, 세계와 함께 역동하며 만들어 가는 우주다.
---「p.89, 사랑의 운동성」중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인지 모를 욕망을, 타인의 기준을, 우월하거나 평균적이라고 믿어지는 어떤 삶을 좇을 동안 모드는 그저 ‘삶의 핵심’으로 곧장 들어갔다. 좋아하는 그림을 원 없이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사람과 원 없이 사랑했다. 어쩌면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려울지도 모른다. 우리는 온갖 쓸데없는 생각들 때문에 평생 삶의 핵심 가치를 회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p.102, 영화로 보는 사랑과 삶 - 〈내 사랑〉 사랑할 조건, 행복할 자격」중에서
그러나 인간은 그로 인한 죄책감을 곁에 있는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메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립되면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이별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p.127, 이별 앞에서 느끼는 죄책감」중에서
그 모든 일은 정말이지, 사랑이 하는 일이다. 사랑은 우리 마음에 생명을 불어넣고 삶에서 이전에 없던 궤적을 그려내게 한다. 사랑이 일단 마음에 들어오면 자기 자신도, 타인도, 세상도, 이 삶도 한결 더 넘치는 마음으로 대하게 된다. 사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이전에 상상도 못 했던 대단한 무언가를 우리가 성취하게 하는 힘을 준다.
---「p.145, 자기애와 이기심에 관하여」중에서
사랑을 어렵게 하는 사람, 그래서 서로를 존중하면서 스스로를 지키고 동시에 상대의 세계도 보호하는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 새로운 삶이 열릴 것이다. 그런 사랑을 통해, 우리는 더 진실한 삶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p168, 오락 같은 사랑과 진실한 사랑」중에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라는 말은 사실, ‘내가 나를 더 좋아하고 싶어서’라는 마음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당신이 나를 좋아해 준다면, 나는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달리 말하면 나 혼자서만 나를 사랑하기엔 역부족이다. 인간은 자기 혼자서만 자기를 사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초에 인간은 스스로 사랑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p.180, 자기애를 넘어서」중에서
사랑은 그렇게 생성과 차이를 삶 속에 끌고 들어온다. 그것이 연인이나 아이에 대한 사랑이든 취미나 장소에 대한 사랑이든, 그 사랑이 진정한 것이라면 우리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죽은 삶이 아닌, 진정으로 살아있는 삶으로 한 단계 진입한다. 과즙이 터져 나오듯이 차이가 터져 나오면서, 우리의 삶을 창조의 길로 이끄는 시작과 중심에 ‘사랑’이 있다.
---「p.203, 차이가 터져 나오는 사랑」중에서
인생은 허망하고, 모든 기쁨이나 성취도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너무 많은 세월이 무언가를 탓하거나, 무언가 때문에 괴로워하다 지나간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 오직 작은 사랑들을 삶 속에 별빛 뿌리듯 가지고 있는 이들만 주어진 시간을 삶답게 살아간다. 그렇게 그들만이 삶이라는 세계가 끝날 때까지 온전하게 살아남는다.
---「p.214~215,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