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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오늘도 균형

: 반 농부 × 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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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42g | 136*194*17mm
ISBN13 9791198118110
ISBN10 1198118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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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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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회사 생활에 크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본질적인 고민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식량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는데, 사람들은 더 이상 먹을거리를 고민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농업과 경제, 농업과 자연의 깊은 연관성에 이토록 무감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략) 소비자에게는 식량 자체보다 그것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이 더 중요해졌고, 그것은 농부도 마찬가지다. 농부는 건강하고 좋은 먹을거리보다 비용 대비 높은 소득을 바라게 됐다.
--- p.70

농사와 음식, 건강이 이어진 삶을 생각하면 결국 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이 주장한 《조화로운 삶》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고, 집 짓는 계획을 세우고, 좋은 곡식을 가꾸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간다 해도, 이 일들이 집을 짓고 농사짓는 사람의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면 아무 뜻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땅에서 좋은 양식을 거두는 일과 훌륭한 먹을거리를 사람 몸속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서로 다른 일’이라고 덧붙인다. 이 부분이 전하고 싶은 말은 농법에 관한 것일 수 있다.
--- p.83

도시라서 좋은 점, 시골이라서 좋은 점은 분명히 있지만 삶을 대하는 방식이나 인식 차이는 아무리 애를 써도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같은 관점으로 보자면 시골에서 ‘나’라는 사람의 생각은 오히려 튀어 보일 수 있다. 도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내가 원하는 삶이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그 체계를 벗어난 사람이니 말이다.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도 그 체계 속에서 굴러가고 싶지는 않았다. 노동하고 돈을 버는 기본적인 경제 구조를 아예 버릴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내가 원하는 속도와 방식이었으면 했다. 아이러니하게 그 부분의 해결책을 나는 ‘도시와의 연결’에서 찾고 있다.
--- p.113

우리 가족은 여전히 우리가 지을 수 있는 규모 내에서 땅을 일궈 자급자족한다. 추가로 생산된 농작물은 농부시장에 가져가 판매하거나 꾸러미 제품으로 소개하고, 키친에서 재료로 활용한다. 작물마다 적절한 면적과 그에 따른 생산량이 있어서 이를 매년 늘리거나 줄이면서 다양한 품종을 수확한다. 이런 과정이 결국 농사일을 적정 규모로 운영하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신경 쓰면서 농사짓는 이유는 무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p.145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맺어야만 배울 수 있는 태도가 있다. 그런 매너는 책에 상세히 적혀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적혀 있다고 해도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마음으로 필요를 느껴야 습관이 될 수 있다. 인프라가 집중되지 않은 곳에서 어떻게 관계가 생길 수 있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골이라서 맺을 수 있는 자유로운 관계가 있다. 나이 차이 나는 사람과도, 성별이나 국가가 같지 않은 사람과도 친구가 된다.
--- p.176

농촌을 둘러싼 다양한 단체와 교육 모임에 참석하는 구성 중 상당 비율은 그 지역에서 부모 세대부터 대대로 농사를 지어 온 사람들과 청년 후계농들이다. 새로운 인구 유입이 적은 농촌에서 매번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활동 및 교육 모임을 진행하니 큰 변화를 이끌기에는 어딘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농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농작물을 키우는 것처럼 농촌에는 이제 다른 역할을 할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결성된 조직을 ‘느슨한 연대(weak ties)’라고 부르고 싶다.
--- p.205

작은 단위의 조직과 조직이 만났을 때 낼 수 있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 그래서 농촌에 속해 살아가다 보면 ‘농촌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는 계몽성 짙은 문구가 가끔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재홍 아저씨네 대파 사건처럼 누구든 자기 일처럼 내 일을 걱정하고 고민해 주는 이웃 농가(소규모 조직)가 있으면 예고 없이 닥친 위기를 그나마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다.
--- p.228

나는 밭을 일구어 양식을 얻을 수 있고 집을 짓거나 고치는 일, 여러 시설과 도구·장비를 만들고 고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꽃비원에서 키우는 작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 이 재료들을 누구보다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 남도라는 자부심도 생겼다. 우리가 얻는 기쁨이 거대한 것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묵묵하고 소소하게 생활하는 것이 좋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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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젊은이들이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 부부의 삶을 존경하고 배우고자 한다. 타샤 튜더를 꿈꾸며 반농반X, 슬로 라이프와 같은 가치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대안적 삶의 모델이 비단 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포틀랜드에 킨포크 라이프가 있다면 한국 논산에는 꽃비원 라이프가 있다.
- 김원일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 단장, 내일의식탁 이사장)
지난 10년간 이 작은 농가는 경제성과는 거리가 먼 무모한(?) 실험을 이어갔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과 좋은 인연은 여전히 그들과 함께하고 있으며 자급적 삶의 완성도는 날로 높아졌다. (중략) 녹록하지 않은 농사 현장에서 그들이 놓지 않았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삶’ ‘지역을 풍요롭게 가꾸는 삶’ ‘느슨하게 연결되는 삶’은 이제 우리가 시도해야 할 또 다른 길이다.
- 이보은 (농부시장 마르쉐@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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