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여신 닌카시는 태어난 과정이 좀 복잡하다. 닌카시의 아버지는 엔키, 어머니는 치유의 여신 닌티다. 닌카시는 물을 관장하는 아버지인 엔키와 치유를 담당하는 어머니 닌티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다. 그래서 맥주를 마시면 치유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 p.40, 「물과 치유가 만나 탄생한 수메르의 맥주 여신」중에서
이집트 와인의 신은 대지의 신 게브의 아들로 태어난 오시리스다. 오시리스는 농업과 부활, 그리고 와인의 신이다. 이는 그가 포도를 재배하고, 그 포도를 이용한 와인을 담근 최초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농업과 연관이 있는 신이기에 그의 피부는 녹색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 문명과 농업을 알리기 위해 그는 통치를 여동생이자 아내인 이시스에게 맡겼다고 한다. 오시리스는 기후와 토양이 안 맞는 지역에는 보리를 빚어 맥주를 만들게 했다. 그 결과 양식을 제공하는 자로 인정받았으며, 백성들은 그를 숭배했다. 그런 이유로 이집트의 파라오는 자신이 오시리스의 후계자임을 과시했다.
--- p.47, 「와인으로 이어지는 이집트 신화」중에서
히포크라테스는 외상 치료에는 깨끗한 물과 와인을 사용해 소독을 진행했다. 그리고 와인에 다양한 약재를 넣은 약용 술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증류주가 발명되기 전이라 그나마 도수가 높은 술은 와인이었다. 와인 속 알코올은 수분에 비해 삼투압이 높아 약재의 성분을 잘 녹여냈고, 섭취하게 되면 물보다 체내 흡수가 빨랐다. 동시에 알코올 자체가 이뇨 작용, 해열제의 역할도 했다. 변변한 약이 없었던 당시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물론 지금은 와인으로 소독하면 절대 안 된다).
--- p.66, 「최초의 약술을 만든 히포크라테스」중에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은 병당 수천만 원을 가볍게 호가하는 로마네 꽁티다. 이 와인은 프랑스 정부가 지정한 특급 밭이 가장 많은 부르고뉴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포도 재배 면적 자체는 보르도가 더 넓지만, 작은 면적의 여러 특급 밭을 보유했다. 부르고뉴 지역에서는 수제로 수량을 한정하여 제작해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최고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는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에도 기준이 있다. 레드 와인은 피노누아,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 중심으로 만든다. 이러한 품종의 단순함이 스토리가 되어 오히려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인다.
--- p.83, 「프랑스가 와인의 중심지가 된 이유」중에서
십자군 전쟁은 프랑스 부르고뉴 클리뉘 수도원 출신의 우르바노 2세에 의해 시작된다. 알고 보면 십자군 전쟁은 유럽에 증류주라는 문화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 동유럽의 보드카, 프랑스의 코냑 등은 모두 십자군 전쟁으로 증류 기술이 중동 지방에서 도입되며 생긴 것이다. 동양에서도 몽골을 통해 우리나라에는 소주가, 중국에도 고량주가 생겨나게 된다. 중동 지방에서는 이러한 증류 기술을 어떻게 습득했을까? 흥미롭게도 이러한 내용은 그리스 철학에 그 뿌리를 둔다.
--- p.98, 「위스키와 보드카, 코냑의 시작을 알린 유럽의 십자군 전쟁」중에서
샴페인이라는 단어는 프랑스의 샹파뉴 지방을 영어식으로 부른 것이다. 원래는 샴페인 와인으로 불렸지만, 이 지역이 워낙 와인으로 유명해서 줄여서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이 샴페인으로 축포를 터트린다. 왜 그럴까?
--- p.146, 「프랑스 절대 왕정의 술 ‘샴페인’」중에서
미국은 독립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럼주를 많이 만들고 소비했다. 그런데도 왜 미국은 럼주의 종주국을 자처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미국의 독립 전쟁과도 연결된다. 당시 전 세계를 돌아다녔던 영국의 해군은 늘 럼주를 지참했다. 원래는 맥주를 공급하고 있었지만, 설탕혁명이 일어난 이후 가격이 낮아진 럼주에 더 눈이 갔다. 맥주와 같은 발효주와 달리 도수가 높아(40도 이상) 상하지 않았고, 가격이 저렴했으며, 괴혈병 예방에 좋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수가 너무 높아서인지 취한 해군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많이 생겼다.
--- p.179, 「노예 무역 금지, 미국 럼주의 가치를 떨어트리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