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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 시간 빈곤 시대, 빼앗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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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28g | 140*210*25mm
ISBN13 9791192953168
ISBN10 119295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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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주 52시간 노동조차 버겁다. 맞벌이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일과 돌봄, 개인을 위한 시간, 공동체 참여를 위해서는 노동 시간이 주 30시간대로 줄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거의 모든 선진 자본주의 세계에서 재생산이 위기에 부딪친 지금, 통찰력을 주는 책. - 손민규 사회정치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직업에서의 성공과 사회 진보가 그것에 투자하는 시간에 좌우되며 다른 대안은 없다는 믿음은 우리 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성취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 즉 충분히 오래 일하지 않는 사람은 성실하지 않다고 배워왔다. 바쁘다는 것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한, 시간 부족에 진지하게 맞서 싸우기는 어렵다.
--- p.45

정상 근무일 또는 정상 생애 경로와 같은 용어처럼 우리가 시간에 관해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언어를 성찰하고 확장해야 한다. ‘정상 근무일’은 하루에 8시간 근무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특정 집단과만 관련이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무급 돌봄 노동과 소득 활동을 병행하거나, 재정적인 이유로 훨씬 더 긴 시간을 일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근무일은 이 용어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5시간의 소득 활동과 5시간의 돌봄을 정상 근무일이라고 말하고 이를 새로운 표준으로 정립한다면 노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어떻게 달라질까?
--- p.60

돌봄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사람들을 돌보는 활동으로만 생각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돌봄은 그 이상이다. 배우자, 친구, 동료, 이웃의 삶을 지원하는 건 사회적 책임을 지는 일이기도 하다. 돌봄을 위한 시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모든 사람이 돌봄을 필요로 하고, 모든 사람이 돌봄을 제공한다. 돌봄 노동을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하고, 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돌봄을 일상의 당연한 한 자리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소득 활동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돌봄에 부여해야 한다.
--- p.163

이처럼 주관적으로, 또는 규범적으로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의무적인 일들을 분석하면 자유 시간을 가시화하고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왜 어떤 특정한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유롭게 그러한 결정을 하는지를 이해할 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 누가, 또는 무엇이 배후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이 일은 누구의 요구를 충족하고 있을까? 언뜻 보면 자기 자신의 시간인 것처럼 보이는 시간도 사실은 다른 사람의 시간인 경우가 많다.
--- p.205

더 일찍 일어나는 것도, 더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것도, 주어진 시간에 만족하는 것도 시간 부족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보다는 시간 부족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다루지 않고, 문제의 근원을 캐는 포괄적인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 시간을 충분히 자기 주도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권리가 정치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 p.242

진정한 민주 사회라면 우리는 어린이를 완전한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권리를 정치적 사고와 행동에 포함시켜야 한다. 어른의 현재와 미래를 소중히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의 현재와 미래에도 동일한 가치를 부여할 때, 비로소 시간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 p.281

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 참여 활동이 가능한 삶,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고 편히 숨 쉴 수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은 우리가 오늘날 노동을 조직하는 체계에 맞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업 활동을 중심에 두는 시간 문화를 거부한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 이 아니라 새롭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겠다는 걸 의미한다. 공동체적 정치는 제도화된 정치에 앞서 일상에서 시작된다.
--- p.321

우리가 우리의 욕구를 미래로 미루거나 ‘삶의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만 허용한다면, 이는 우리를 현재의 삶으로부터 분리하는 셈이다. 우리가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 우리 사이에 시간이 생겨나지만, 혼자 보내면 시간이 계속 흘러가기만 한다. 우리의 시간, 우리가 시간을 인식하는 느낌은 언제나 지금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려면 대부분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시간에 진정한 자유를 느껴야 한다. 자유는 삶의 한 단면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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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고 (자율적인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로 이직한 나에게 이 책은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매일 아침, 온갖 할 일들로 머리를 싸매는 돌봄 노동자 10년 차에게 ‘시간’이란 족쇄이며 돈이다. “돈을 좀 덜 가지고 갈 테니까, 근로 시간을 좀 줄여줘. 일은 고효율로 할게”는 나의 오랜 모토이며 요구인데, 사회는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비슷하게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자니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간 문화를 꿈꿨다. 테레사 뷔커는 “새로운 시간 문화는 모든 연령층에 혜택을 가져다주며, 실제로 이 영향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간 정책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를 이해하고 조직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개인의 선택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렵기 때문에 ‘시간의 평등’은 제도적 접근이 갈급하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각종 돌봄 정책들을 살펴보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타임 푸어’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시간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분배하는 게 우리 삶에 얼마나 긴요한지 몸소 겪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목울대가 뜨거워질 정도로 깊이 공감했다. 저자가 한국에 와서 강연을 한다면 맨 앞 좌석에 앉아 눈 맞추고 싶을 만큼, 처절하게.
- 엄지혜 (작가 『태도의 말들』, 『돌봄과 작업』(공저) 저자)
기후 위기 시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은 더 커져만 간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 사회는 불평등을 개인의 능력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시간의 불평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간에 쫓기며 허덕이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이 또한 개인이 시간을 잘 관리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기고 만다. 과연 그럴까? 독일의 촉망받는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는 시간 주권과 시간 빈곤의 정도는 경제적, 정치적 권력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시간 문제 해법의 방향은 모두를 위한 시간을 사회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 빈곤 및 시간 불평등 문제가 여느 사회보다 심각한 우리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시간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가?
우리에겐 새로운 시간 개념이 필요하다. 주변을 둘러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이를 위해 테레사 뷔커가 제안하는 사회적 돌봄으로서의 시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답은 시간 정의(time justice)다. 새로운 시간의 가능성은 서로 다른 힘을 가진 사람들이 강하게 연대할수록 더 커진다. 무엇보다 돌봄과 참여, 정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 일상 차원이나 사회적 차원뿐만 아니라 지구적 관점에서도!
-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존버씨의 죽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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