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세로(路)를 따라가는 가족 행렬은 해를 거듭해 가며 여러 모습을 보여 왔지만, 여태껏 장례 행렬처럼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첫문장
포로들 중에는 악랄한 [조사법]으로 유명한 베르부아 하사도 있었다. 그는 베트남인들 중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기만을 바랄 것이었으니,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한 20분 끔찍한 시간을 보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베트민 병사를 붙잡으면 그가 신문을 맡았다. 2년간의 경험을 통해 여러 비법을 시험해 본 그는 결국 [비법]을 두 개로 압축했는데, 바로 [A]와 [B]였다. 그가 포로 앞에 버티고 서서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A] 혹은 [B]라고 짤막하게 말하면, 다른 친구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우선 [A]는 포로 발가락에 끈을 묶어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 놓은 뒤 대꼬챙이로 찌르거나, 불알에 전류를 흘려보내거나, 명치 혹은 옆구리에 주먹을 꽂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B]는 포로의 양손을 등 뒤로 묶어 엎드리게 한 뒤, 목덜미를 깔고 앉아서는 양쪽 팔꿈치를 귀 있는 곳까지 사정없이 잡아당기는 방법이었다.
--- p.57
「원래 1피아스트르는 8프랑의 가치가 있어. 하지만 1945년에 프랑스는 결정했지. 1피아스트르는 8프랑이 아니라…… 17프랑이라고! 여기서 프랑스에다 어떤 물건을 주문한다고 쳐. 어떤 거라도 좋아. 이때 자넨 그걸 피아스트르로 사는데, 이 피아스트르가 파리에 가면 가치가 이곳에서보다 두 배가 뛴단 말이야! 프랑스 정부가 차액을 지불하는 거지. 자네가 여기서 10만 프랑을 피아스트르로 바꾸어 그걸 프랑스로 보내면, 거기서는 그게 20만 프랑이 돼! 1백만 프랑을 쓰면 그게 두 배가 되고, 1천만 프랑은 2천만 프랑이 되는 거지! 일주일 만에 재산을, 액수와 상관없이, 두 배로 불릴 수는 있는 곳은 여기 말고는 지구상에 아무 데도 없다고!」
--- p.89-90
「르 메트로폴의 테라스와 크리스탈 팔라스의 테라스 사이에 사이공에서 중요한 것들이 다 모여 있어. 초로의 외교관들, 한탕 노리는 인간들, 제비족들, 썩어 빠진 은행가들, 알코올 의존증 기자들, 매춘부들, 화류계 사람들, 프랑스 귀족들, 가면 쓴 공산주의자들, 막대한 부를 가진 플랜테이션 경영자들, 그 모두가 여기에 있지. 사이공이 하나의 도시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야. 이곳은 하나의 세계인 거야. 부패, 도박, 섹스, 알코올, 권력, 이 모든 것들이 모두가 경배하는 절대적 신, 즉 피아스트르 폐하의 권위 아래서 마음껏 뛰놀고 있다고!」
--- pp.135-136
장은 냉철했다. 그의 정신은 각각의 세부와 소음을 입력했고, 그의 대뇌는 상황이 제공하는 모든 감각들을 저장했다. 그는 머뭇거림 없이 차분한 확신 속에 닫힌 문 앞에 섰고, 문은 물론 바로 그 순간에 열렸다. 젊은 여자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는 입을 헤벌렸다. 그녀는 놀라 [오……] 하며 입을 오므렸지만 너무 늦었다. 장이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자 그녀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면서 무릎을 꿇었다. 두 손으로 머리채를 잡은 그는 그녀의 머리통을 번쩍 쳐들어서 변기에 대고 쿵하고 내리박았다. 마지막 순간에 얼굴을 돌려 코가 깨지고 광대뼈가 찢어진 그녀는 피를 철철 흘렸다. 튀기는 핏방울을 피하려고 황급히 물러선 그는 다시 머리채를 부여잡고는 처음에는 자기(瓷器)로 된 변기 가장자리에다, 그다음에는 벽에다 대고 여러 번 찧었다. 그녀는 쓰러졌고, 피는 콸콸 흘러내렸고, 장은 밖으로 나왔다. 변기 칸 문을 닫은 그는 거울을 보지 않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 p.212
「어떤 영화관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4면에 단신 기사.」 작업 테이블 위에 펼쳐 놓은 최종 교정쇄 위에 코를 박은 채로 사장이 대답했다.
「26세의 젊은 여성입니다. 화장실 변기에 두개골이 박살 났고요.」
「제2면 1단 기사.」
「매우 인기 있는 배우입니다.」
데니소프는 고개를 들었다. 마치 반사 회로가 시범을 보이는 것 같았다.
「누군데?」
프랑수아는 머뭇거렸다. 입을 다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희생자의 이름을 내놓는다는 것은 출혈과 같은 것이었다. 이게 어디까지 가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메리 램슨.」
「빌어먹을! 제1면! 지금 말레비츠는 없으니까 이 사건을 쇼사르에게 줘. 빨리!」
--- p.245
그랑 몽드는 쩌런 구역 차이나타운의 마랭가에 위치한 거대한 시설로, 각종 도박장, 공연장, 식당, 주점, 상점 들이 모여 있는 일종의 종합 오락장이었다. 밤이 되면 사이공에 있는 모든 도박꾼, 야행성 인간, 매춘부, 불량배, 중산층, 농부, 짐꾼들이 몰려들어 낮 동안 번 것을 몇 시간 만에 날려 버리는, 공무원들은 프랑스로 이체하지 못한 돈을 찔끔찔끔 탕진해 버릴 수 있는 곳이었다. 에티엔은 거기서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행운을 부르기 위해 반지에 입맞춤을 하는 가스통과 이따금 마주치곤 했다.
--- p.290
「영화에서는 칼을 한번 휘두르면 마치 단두대에서처럼 머리가 뎅강 떨어져 나가죠. 하지만 정말이지 현실에선 전혀 그렇지 않아요. 칼날이 계속 척추에 부딪히거든. 위쪽에서 해보고, 아래쪽에서 해보고, 또 이 방향으로도 해보고, 저 방향으로도 해보는데, 정말로 그 엿같은 일이 안 끝난다니까요.」
에티엔은 그를 응시하다가 해골로 눈길을 돌렸고, 현기증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에요! 깨끗하고 멋진 해골바가지를 얻기 위해서는 불순물을 다 제거해야 하거든요. 전 이걸 네 시간 동안이나 끓여야 했어요, 정말 엄청나지 않아요?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치 않아서 남아 있는 걸 칼로 박박 긁어내야 했죠.」
--- p.394
「내가 아가씨한테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
엘렌은 입을 다물었다.
「아시오? 모두가 횡령을 하고 있소. 끔찍한 일이지. 정말 모두가 말이야. 그런데 베트민이라고 해서 여기에 끼어들지 말란 법이 있겠소?」
엘렌도 따라서 일어섰다. 장테는 눈을 찌푸렸다. 갑자기 그녀의 키가 커 보였다.
「말씀해 주세요. 로안은 베트민과 관계를 가져야 할 이유가 있었나요?」
장테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리고 웃기 시작했다.
「아, 당연히 그렇지! 그의 교회는 모든 이와 잘 지낼 필요가 있어요. 자기에게 영토를 내준 프랑스 정부와도 잘 지내야 하고, 언젠가 자기의 강력한 동맹군이 될 베트민하고도 잘 지내야 하지. 이 친구 로안은 개밥이나 돼지 밥이나 다 주워 먹고 있을 거예요! 아주 약아빠진 친구라고!」
--- pp.748-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