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7명이 얼마나 심각한 수치인지 그 의미를 실감하기 어렵다. 간략히 설명해보겠다. 남자 40만 명, 여자 40만 명으로 구성된 인구 80만 명의 사회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모든 남녀가 1 대 1로 결혼한다면, 40만 가구가 생겨난다. 이때 합계출산율이 0.7명이면 자녀는 28만 명(40만 가구×0.7)을 출산한다는 뜻이다. 한 세대가 흐르고 28만 명 중 남녀가 각각 14만 명일 때, 이들이 모두 가구를 이뤄서 14만 가구 기준 0.7명을 출산하면 9.8만 명의 손자녀 세대가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체 인구가 80만 명 규모이던 세대에서 단 2세대만 흘러도 9.8만 명으로 사실상 거의 8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실제 70만 명이 태어나던 세대들이 28만 명을 낳고 있고, 60만 명 태어나던 세대들이 21만 명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40만 명 태어나는 세대들은 14만 명을 낳을 것이고, 이것이 반복되면 저 숫자는 금세 우리의 현실로 닥쳐올 것이다. 그나마 이것도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유지될 때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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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말 그대로 완전히 제로까지 간 적은 없었다. 그러나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이 말 그대로 제로금리를 매우 오래 유지하는 동안에 시장에서는 소위 ‘모든 것이 버블’이라는 버블을 잉태했고, 코로나19 기간을 거쳐서 다시 제로금리가 되면서 완전히 자산 가격이 슈퍼 버블로 치솟았다. 미술품도 초고가로 거래되고, 디지털 자산인 NFT, 암호화폐 등도 마찬가지였다. 유사 이래 모든 자산이 동시에 버블로 치솟았던 적은 말 그대로 처음이었는데, 이것이 역사상 처음인 제로금리가 만들어낸 위력이었다. 제로금리는 시간 가치를 제로로 만드는 이론상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화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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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가 만들어낸 자산 시장 버블은 우리를 투자의 대전성 시대로 이끌었다. 각자 부자가 될 꿈에 부풀었고, 그렇게 될 것처럼 느껴졌다. 이 때문에 자산 버블이 사그라진 후에도 여전히 재테크에 내몰린 삶을 살아간다. 근본적으로 투자란 위험자산을 매입하는 것이고, 위험자산은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 이런 위험자산을 잘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하면서 리스크에 노출될수록 개인 자산은 증가하기보다는 점차 사라질 가능성이 더 크다. 그나마 부동산은 가격 그래프가 오랫동안 우상향하면서 가계의 부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2022년 이후부터는 부동산에 대한 전망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출산율 하락과 함께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한 시장 상황에서 부동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국내 기업이야 수출을 하면 되지만, 국내 내수 시장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부동산의 수요가 위축된다면 무슨 수단으로 대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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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판 구조가 원인이 아니라면, 인천 검단의 LH 안단테 아파트를 포함해서 붕괴한 여러 건축물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무너졌을까? 일단 검단의 안단테 아파트의 경우, 결과 보고서가 7월 5일에 공개됐는데 바로 다음 날인 7월 6일에 GS건설이 5,500억 원의 비용을 들여서 전면 재시공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신속하게 5,500억 원의 비용을 감수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GS건설이 스스로 사건의 책임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시공상의 하자를 인정했던 것일까?
--- p.99
출산율을 개선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이 놓치는 문제가 이 부분에서 발생한다. 출산을 통해 태어나는 영유아도 실은 일정 기간은 피부양 인구라는 사실이다. 즉, 피부양 인구인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출생아 수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그 과정에는 정반대 현상이 생긴다. 중단기적으로 보면 아동이나 노인이나 생산가능인구의 부양 부담이 발생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출산율을 당장 2명으로 높인다 하더라도 동시에 생산가능인구가 곧장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 p.135
교육부가 대대적인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은 202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적용되며, 2030년 중학교 2학년이 고3이 되었을 때 첫 적용 대상이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대학입시의 흐름이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내신도 수능도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과목과 점수의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 영역 모두 문·이과 구별을 없애고 통합했다. 여기에 내신 역시 기존의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개편했다. 제도의 복잡성 측면에서는 역대 어느 대입 못지않게 단순해졌다고 할 수 있다. 전체 수험생이 같은 수능을 보고, 내신 등급은 과거의 수우미양가와 비슷하게 5등급으로 평가받는다.
--- p.160
우리 사회에서 재테크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현상은 2005년, 2007년 두 번의 연금개혁과 그 이후 자산 시장의 변화 등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1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근본적 개혁을 한다거나 구조적인 접근을 하는 정부 주체가 없다시피 했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노후 연금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구조 개혁과 수익률 제고 방안을 통해 이름 그대로 절대로 소멸하지 않는 국민연금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많은 나라가 연금과 관련해 여러 문제를 겪었지만, 우리나라처럼 연금 납부액이 말 그대로 ‘세금’처럼 받아들여지는 나라는 드물다. 노후를 각자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국민 정서가 되도록 연금 설계가 이루어져야, 다른 모든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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