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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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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04g | 133*200*20mm
ISBN13 9788954697941
ISBN10 8954697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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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김기태라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 2024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김기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 작품성을 입증받은 그가 비관과 희망의 느슨한 사이에서 2020년대 세태의 윤리와 사랑, 개인과 사회를 세심하게 풀어냈다. 오늘날의 한국소설을 말할 때, 항상 거론될 이름과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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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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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논쟁이 세모바 자체를 초월해버리는 동안, 나는 모든 게 뒤죽박죽으로 느껴질 뿐이어서 의견을 가질 수가 없었다. 내가 의견을 가져야 하는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까지 많은 일에 대하여 그래왔지만…… 이번에는 어디에 ‘좋아요’를 남기고 무엇을 리트윗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p.29 「세상 모든 바다」 중에서

방송을 보며 맹희는 생각했다. 저게 나인가. 아니지. 저것도 나인가. 그건 맞지. 완두는 맹희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일부이긴 했다. 나 생각보다 관종이었을지도. 맹희는 갖가지 조합의 검색어를 입력하여 시청자들의 반응을 찾아 읽었다. 각오는 했지만 어떤 말들은 너무 부당했다.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과 외모를 초월한 사랑이 더 진실하다 여기면서도 정말 그것들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면 자격을 물었다. 인생을 반도 안 산 사람에게 어떻게 ‘도태’되었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지, 596명이나 거기에 추천을 누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의아했다.
--- p.70 「롤링 선더 러브」 중에서

그는 “나다운 게 뭔데! 나다운 게 뭐냐고!”라고 소리 내보고 큭큭 웃었다. 그것 또한 언젠가 본 드라마 주인공을 흉내낸 것이었으므로 그는 다시 큭큭 웃었다. 그리고 자기다운 게 뭔지 생각하다 자기답게 사는 게 지겨워졌다.
--- p.90 「전조등」 중에서

때로는 시시하고 때로는 끔찍했으며 결국에는 죄다 망해버린 연애들이 있었다. 초라하게 사라진 나라들조차 폐허 어딘가에는 영광을 남기는 것처럼 그 연애들에도 부정할 수 없는 순간은 있었다. 연애가 망하더라도 사랑은 망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 p.142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에서

만약 당신이 단지 생존하기 위해 그렇게나 일하는 데에 지쳤다면, 더 많은 삶을 사랑하고 창조하는 데에 쓰고 싶다면, 자신이 자유로운 인간인지 의심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우리다.
--- p.205 「로나, 우리의 별」 중에서

아무 가게에서 아무것이나 담아줄 법한 평범한 비닐봉지였다. 축구공만한 크기였는데 주둥이를 단단히 조여 매서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별다른 냄새도 나지 않아 내용물을 확인하려면 봉지를 찢는 수밖에는 없어 보였다. 숙박객이 쓰레기를 방에 남기는 경우는 흔했지만 그 봉지는 께름칙했다. 매듭을 쥐고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보기보다 묵직했고 물기가 있는 듯 아래가 살짝 출렁거렸다. 그는 그것을 반드시 돌려주고 싶어졌다.
--- p.231 「태엽은 12와 1/2바퀴」 중에서

나는 그 100킬로그램을 오래 들고 있을 거야. 심판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내가 그걸 곧 버릴 거라는 걸, 버릴 수 있다는 걸 자랑할 거야. 그리고 다들 봤다 싶으면 내던질 거야. 망설임 없이, 부술 듯이 말이야.
젖은 머리가 그다음은 뭔데, 하고 되물었다.
몰라. 소리라도 지를까.
--- p.251 「무겁고 높은」 중에서

“조금 과해도 조심하는 게 좋은 거야.”
그는 자신의 설명이 불충분했음을 인지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심 좋지. 그런데 수도가 꽉 잠기지 않았을까봐 손가락에 멍이 들 때까지 꼭지를 돌리고, 드라이어가 누전될까봐 가방에 넣어서 출근하고, 가스레인지가 꺼지지 않았을까봐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럴 수도 있다고.”
--- p.287 「팍스 아토미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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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신청서를 넣는 사람,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려고 땀을 흘리며 형광봉을 흔드는 사람, 인터넷 쇼핑몰에서 낮은 가격 순으로 물건을 검색하는 사람…… 김기태의 소설에서는 이런 사람이 응원받는다. 소설이 누구를 응원하고자 하는지가 너무도 중요한 내게, 김기태의 소설은 완전한 기쁨을 주었다. 건조하지만 극진하고, 세심하지만 드넓은 문체. 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이야기의 힘. 나는 김기태가 응원의 태도를 발명하고 있다고 여겼다. 좋아하는 노래가 담긴 플레이리스트를 전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추천한다.
- 임솔아 (소설가)
소설은 위대한 정치적 선언문처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문학은 다수를 ‘단결’시키지 못하고, 적과 친구를 명확히 나누지 못한다. 다시 말해 문학은 정치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어떤 계기와 힘을 갖고 있지 않다. (…) 다만 소설에서 우리는 정치적 구호와는 다른 구호를 발견한다. 이 구호의 익히 알려진 의심스러움과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이 구호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된다. 김기태가 가장 당대적인 방식으로 반복하는 그 구호는 이러하다. ‘평범한 자들이여, 들어오라.’
- 이희우 (문학평론가)
위선이든, 허위든, 혹은 정말로 고결함이든, 세상과의 불화는 무너지는 순간,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파괴하는 에너지. 그리고 질문을 남긴다. 김기태의 소설이 갖는 미덕이다.
- 김인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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