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통해 조금 먼저 알게 된 것들
사실 내겐 여러 번의 사업 실패 경험이 있다. 제대로 된 사업 운영에 대해 무지했던 탓도 있었고, 될 법했던 일도 젊은 시절의 호기 탓에 스스로 그르친 경우도 있다. 그러다 늦은 중년의 나이에 다시금 창업을 했다. 마치 바다에서 돌아왔다가 다시 항구로 나가는 노인의 마음으로. 그때부터 시작해 시장과 씨름하고 있는 지금까지, 나는 여러 종류의 고비에서마다 작은 교훈들을 얻었다. 그것들이 어쩌면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책으로 엮어볼 생각을 감히 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조금 전에 ‘창업’이란 일을 겪은 동네 선배의 경험담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와 동시에 이전엔 전혀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분야로 나아가는 중년의 도전기이자, 뒤늦게 발견한 ‘업’의 글자를 구체화시켜가는 기록이기도 하다. 겪은 이의 잉크가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방금 막 그것을 겪은 이의 기록 말이다.
---「프롤로그」중에서
“다시 사업하는 마음” 과연 창업이란 뭘까? 나는 ‘왜’와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 것이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왜’는 그 일을 하는 자신의 동기를 설명한다. “이러이러한 점이 좋아서 이 일을 합니다”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어떻게’는 시장의 수요와 자기 취향의 접점을 보여준다. 그 접점이 있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 업이 지속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은 그 업이 궁극적으로 향해야 하는 목표다. 이 세 가지가 담겨 있는 것이 곧 창업이다. 내가 있고, 시장이 있고, 목표가 있으면 산학 연계 스타트업에서 인턴 자리를 잡은 대학생도 창업에 성공한 것이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사람도 창업에 성공한 것이다. 일정한 직업 없이 동대문 시장에서 옷 떼 가려고 어슬렁거리던 어떤 분도 결국 E그룹의 회장이 되셨다고 하지 않던가.
---「1장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중에서
학창 시절에 나는 엄마와 싸우고 나면 반드시 영어공부를 했다. 낙심하는 일이 생길 때면 단어장을 손에 들었고,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을 때에도 소리 내어 영어책을 읽고 외웠으며,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신 날이면 집에 돌아와서도 영어책을 보다가 잤다. 다들 나더러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열정과 냉정의 ‘투 트랙 양다리’가 선사하는 가장 좋은 선물은, 하나가 나를 걷어찰 때 다른 하나는 반드시 위로가 되어줄 거라는 걸 말이다. 공부에 진절머리가 날 때면 진이 빠질 정도로 놀아야 하고, 감정선이 요동쳐 마음이 힘들면 공부라는 이성적 활동에 달려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곧바로 열정과 냉정의 균형을 회복해 평정심을 갖게 된다.
---「1장 ‘인생은 투 트랙’」중에서
누군가 “기획이란 뭔가요?”라 물으면 나는 “기획의 목적이 뭔데요?”라 되묻고, “좋은 영상이란 어떤 건가요?”라 물으면 “영상의 목적이 뭔데요?”라고 답하게 된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요?”라는 질문에도 역시 같은 답을 하게 되지 않을까.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리더십이 좋은 리더십인가요?”에 답하자면 상황에 따라 지장의 리더십일 수도, 혹은 덕장이나 용장으로서의 리더십일 수도 있다. 목적이 무엇인가, 구성원은 어떤 이들인가,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에 따라 그에 필요한 리더십 유형도 각기 달라진다. 리더십은 이 요소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연출하며 실행하는 능력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2장 ‘모든 상황에 좋은 리더십은 없다’」중에서
내가 하면 동사, 남이 하면 명사다. 맥락은 동사로 표현된다. 모든 일에는 맥락이 있고 사람의 행동은 맥락의 산물이다. 늘 변명이 무성한 무덤들이 되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맥락은 내 일, 내 상황일 경우로 한정되고, 남을 볼 때는 그 맥락이 어찌 되었든 그냥 결과물만 쳐다본다. 모든 사람의 행위를 맥락으로 파악하는 데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이게 내로남불의 본질이다. ‘사업체의 생존에 올인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직원들의 성장을 위한 시스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잘해나갈 예정이다.’ 이 말들은 모조리 동사다. 하지만 퇴사하고자 했던 그 직원은 우리를 ‘성장 시스템도 없는 회사’라는 명사로서만 바라보았다.
---「3장 ‘내가 하면 동사, 남이 하면 명사’」중에서
축구, 야구, 배구를 사랑하는 내가 요즘은 통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우리 회사에서도 피구 게임이 매일 벌어져서다. 날이면 날마다 날아오는 경영의 위기를 요리조리 피하는 피구. 가시 돋친 그 공에 맞으면 몸에서 피가 철철 난다. 아, 그래서 피구인 건가? 돈에, 사람에, 과로에 울게 하는 이 공을 피하는 방법이 사실 있긴 하다. 피구왕 통키가 되는 비법서의 표지에는 이런 타이틀이 선명하게 붙어 있다. ‘매뉴얼’. ‘매뉴얼’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뭐랄까…… 꼰대의 잔소리 모음집 같기도 하고, 펼치면 졸음이 쏟아지는 종교 경전 같기도 하다. 그런데 경영자들조차 잘 모르는 것이 있다. 매뉴얼은 누군가의 출혈 기록이라는 사실이다.
---「4장 ‘매뉴얼 왕 통키’」중에서
신박한 제품을 만든 창업자가 우리 사무실에 상담을 올 때 언제나 말문을 여는 소재는 기술이다. 우리는 소비자의 마음으로 상대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So what?’을 연신 반복한다. ‘그래서 그게 우리에게 뭐가 좋냐’는 것이다. 어떤 설명에 대해서든 소비자가 보이는 반응은 사실상 궁극적으로 ‘So, what?’, 즉 ‘그래서 그게 나한테 뭐가 좋냐’는 바로 그 뜻임을. 누군가 어떤 책을 권해도 우리 마음속에는 ‘So, what?’, 새로운 IoT 기기를 소개해도 우리 머릿속은 ‘So, what?’, 얼마 전 다녀온 제주도 서귀포 해안 올레길이 그렇게 좋다고 이야기해도 역시 우리의 마음속 반응은 ‘So, what?’이다. 이제 막 사귄 연인의 환심을 사는 데 즉효라는 장점 같은 걸 피부에 닿도록 전달하기 전까지 그 책, 그 기기, 그 여행지는 아무리 신박해도 나와 상관없는 대상이다. 나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하는 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나와 그것과의 관계’다.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는 어떤 언어로 설명되고 있는가.
---「5장 ‘‘So, What?’ 철학’」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