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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 리(理)와 기(氣)로 해석한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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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56g | 140*210*20mm
ISBN13 9791188765003
ISBN10 11887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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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도덕 지향성 국가’이다. 한국은 확실히 도덕 지향적인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한국인이 언제나 모두 도덕적으로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 지향성’과 ‘도덕적’은 다른 것이다. ‘도덕 지향성’은 사람들의 모든 언동을 도덕으로 환원하여 평가한다. 즉 그것은 ‘도덕 환원주의’와 표리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현대의 일본은 ‘도덕 지향성’ 국가가 아니다. 이것이 한국과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이 도덕적이고 일본인이 부도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이 “우리야말로 도덕적인 민족이고 일본인은 부도덕적인 민족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인이 도덕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도덕 지향적이기 때문인 것이다. --- p.13

일본의 TV드라마에서는 연인들이 달밤에 공원에서 “왠지 당신하고는 더 이상 안될 것 같아.” 이렇게 고백하고 헤어진다. 한국의 드라마에서는 연인들이 사람들 앞에서 “당신은 이런 이유로 도덕적으로 잘못됐어. 이렇게 부도덕한 당신과 사귀는 것은 나의 도덕성을 심히 손상시키는 일이야. 그래서 나는 당신과 헤어지지 않을 수 없어!”라는 논리를 펼치고 헤어진다.
즉 한국의 드라마에서 연인들은 도덕을 외치고 있다. 이것이 도덕 지향성이다. 한국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지금 당신을 틀렸어. 이렇게 해야 맞아.”라며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일방적으로 단정해 버린다. 또 “사랑은 이러한 것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라며 사랑의 당위적 정의를 상대방에게 먼저 설교한 뒤에, 그 사람과 교제하려고 한다. 여기에서 전개되는 것은 ‘주체성 쟁탈전’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누가 도덕적 주체성을 장악할 수 있는가 하는 격렬한 싸움의 기록이다.
일본의 드라마는 감각의 예정조화적인 논리 전개로 이루어져 있고, 한국의 드라마는 논리로 무장된 감정의 격돌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의 드라마는 늘어지고 지루하다. 거기에는 세계관의 대립이나 주체 간의 투쟁이 전혀 없다. 그에 비해 한국의 드라마는 숨 쉴 틈 없는 말싸움으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드라마’인 것이다. --- p. 14

일본의 젊은이는 더 이상 젊지 않지만 한국의 젊은이는 아직 한창 젊다. 일본의 젊은이가 생기 없이 늙어 가고, 관리되어 손질될 대로 손질된 분재 소나무인 데에 반해, 한국의 젊은이는 쭉 뻗은 새파란 대나무 같다. 한국 사회에 끼친 유교의 영향이라고 한다면 “아랫사람은 윗사람 앞에서 담배를 피지 않는다”와 같은 형식적인 측면만이 일본에서는 강조된다. 그 오해의 근원에는 “유교는 형식주의이다”라는 근본적인 무지가 가로놓여 있다. --- p. 16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철학 그 자체가 영토·사람·주권으로 응결된 것이 한국이다. 여기에서 철학이란 ‘리’를 말한다. 주자학에 의한 국가 통치 이후, 이 반도를 지배해 온 것은 오로지 ‘리’였다. 항상 ‘하나임’(一個性)을 주장하는 ‘리’였던 것이다. ‘리’란 무엇인가? 보편적 원리이다. 그것은 ‘천(天)’, 즉 자연의 법칙과 인간 사회의 도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된, 아니 일치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절대적인 규범이다. 오늘날 한국인의 도덕 지향성은 이 전통적인 ‘리’ 지향성의 연장이다. --- p.20쪽

조선 철학은 독창성에서는 중국 철학보다 현격하게 떨어지지만, 인간의 마음이나 사회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를 둘러싼 바늘구멍 같은 세밀한 이론이 강력한 폭탄이 되어 권력 중추를 위협한다는 과격함은 중국보다 철저하였다. 오늘날 일본의 대학교수들이 행하는 이른바 ‘철학학(哲學學)’으로는 이와 같은 극도의 팽팽한 긴장감은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다소 틀린 학설을 주장한다 해도 기껏해야 대학에서 쫓겨날까 말까 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것은 철학으로 먹고사는 자로서 다행일까 불행일까? 조선에서는 철학논문에서 ‘성(性)’을 ‘심(心)’으로 글자 하나만 바꾸려 해도, 곧바로 ‘사문난적’이라는 낙인이 찍혀, 엄청난 고통과 죽음으로 대가를 치르고 권력을 잃었다. 오늘날의 철학자에게 철학은 먹고사는 수단이지만, 조선에서는 먹고사는 원천이었던 것이다. --- p. 23

(한국에는 음악이나 바둑이나 스포츠 분야에서 천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음악이나 바둑이나 스포츠는 규칙으로서의 ‘리’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다. 구조나 세계관으로서의 ‘리’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정리’(定理=정해진 리)의 아름다운 질서와 완벽하게 합일될 수 있는 재능이다. 이 정해진 규칙으로서의 정리(定理)에서 해방될 때 한국에서는 과학 등의 분야에서도 천재가 출현할 것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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