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이한나가 아닌 강유진이란 사실은 명백했다. 그래도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정말로 중요한 물음 두 가지는 여전히 내게 날카로운 이를 박은 채였다. 내 기억은 어떻게 된 걸까. 그리고…… 내가 아는 나, 이한나는 실존하기는 하는 걸까."
우연히 방화 사건에 휘말린 기자 이한나는 목숨 건 취재로 특종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의식을 잃고만 이한나는, 다시 깨어났을 때 자신이 강유진이라는 낯선 여자가 되어 있음을 알고 경악한다. 이한나로 살아온 자신의 기억이 그저 공상의 산물일 뿐이 아닐까 하는 혼란에 빠진 와중에, 마침내 이한나의 모습을 한 강유진이 그녀를 찾아온다.
한편, 중앙경찰서 강력팀 소속의 두 형사는 비오는 날 중앙천에서 발견된 젊은 여성의 시체에서 미제 연쇄살인사건인 '812사건'을 떠올린다. 잘려나간 양손과 좌측 흉부 자창, 두부 손상 등이 812사건의 피해자와 동일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외모와 살해 현장 등 다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방 범죄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피해자의 최근 통화내역을 통해 강유진이라는 여성과 자주 연락했음을 알게 되고 그녀를 조사하게 되는데......
『암보스』는 몸이 뒤바뀐 두 인물과 이에 얽힌 여러 인물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통해 '집착'과 '욕망'이라는 인간 내면의 깊숙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도, 연쇄 살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기본에 충실하며 풀어낸다. 특히 놀라울 정도로 촘촘히 쌓아올린 복선과 꼼꼼하게 묘사되는 상황 등은 결말부에 이르러 독자들에게 묵직한 충격을 안겨준다. 김수안 작가는 첫 장편소설 데뷔작임에도 탄탄한 구성력과 뛰어난 심리묘사로 국내 창작 장르소설에서 보기드문 웰메이드 스릴러 소설을 탄생시켰다.
"이한나로서, 강유진으로서 만났던 모든 이들의 얼굴이 점점이 그려졌다가 하나씩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평생 한 사람에게 집착한 인간은, 상대의 약점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괴롭히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데서 희열을 느꼈고 거기서 삶의 의미를 찾은 인간은 그 상대를 쉽게 놓지 못할 것이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노력하지 않고 뭔가를 얻은 적이 없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가만히 있기만 해도 원하는 걸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아이러니했다. 하필이면 죽는 순간에야. 잦아들던 기침이 허탈한 웃음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