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은 곳에서 ‘부활’이라는 울림이 전해졌다. 부활을 통해 믿음이 세워지면 의심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등 떠밀지 않아도 사명을 향해 달려나간다. 이 책은 이러한 내 변화의 기록이자, 주님이 구하고자 하시는 영혼들을 향한 간절한 사랑의 마음이기도 하다.
---「프롤로그」중에서
내 유일한 기도 제목은 ‘마지막 순간까지 예배드리다가 감사히 눈을 감는 것’이었다. 항암 중에도 주삿바늘이 두렵지 않고, 검사 중 혈관이 터져도 감사했다. 물론 통증은 내가 고스란히 느끼지만 내 몸이 아니라 주님의 몸이라는 것이 진짜고, 내가 느끼는 것이 가짜라는 사실에 점점 담대해졌다.
--- p.67, 68
‘주님… 제가 혼자 떠드는 게 어색한데요, 찬송가 하나 부를까요? 제가 눈 감고 펼칠 테니 원하시는 곳을 펴주세요.’ 찬송가를 하나씩 불렀다. 주님과 함께 말씀을 찾고 기도하다 보니 어느새 세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주님과 오붓하게 예배드리는 새벽 다섯 시가 늘 기다려졌다.
--- p.90, 91
검사 결과는 재발이었다. 나는 단박에 주님의 뜻을 알아차렸다. 주님이 영혼 구하는 일에 내 몸을 쓰신다고 확신하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첫 번째 암을 선물이라고 고백했으니 두 번째, 세 번째도 선물인 거야.’
--- p.93, 94
통증도 감사했다. 이 통증으로 나는 말기암 환자들의 진정한 고통을 알 수 있었다. 설사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도 주님이 나를 지켜주시기에 영혼들을 구원하는 일, 오직 복음에만 집중할 뿐이다. 통증에 집중하지 않고 오직 복음을 붙들자 모든 염려가 사라지고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담대함이 생겼다.
--- p.100, 101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니 오직 천국 문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천국 문을 쭈뼛거리며 들어가고 싶지 않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예수님, 정말 보고 싶었어요. 저 보니까 기쁘시죠?” 하며 주님의 품에 와락 안기고 싶다. 주님을 뜨겁게 사랑만 하다가 가고 싶다.
--- p.131
“주일예배를 드리는데 하나님께서 내가 너무 잘못했다고 책망하셨어요. 엄마 아빠한테는 굳이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아도 다 알 거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라고, 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사실 내가 아픈데도 하나님을 찾지 않는 두 분이 원망스러워서 깊이 사랑하지 못했어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예수님을 영접하고 천국이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니까 다른 건 몰라도 엄마와 아빠를 꼭 천국에서 만나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서 마음이 조급했어요.
내게 어떤 것도 해줄 필요 없으니 제발 교회만 같이 다녀주세요. 유일한 소원이에요.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나, 우리 중 누가 먼저 하늘나라에 가든지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다른 건 내가 다 잘할게요. 주님을 만나주세요.”
입을 열기까지는 힘들었는데 막상 말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 p.134, 135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간절히 영접기도를 드렸다. 마지막 아멘의 순간, 그가 마음으로 ‘아멘! 아멘!’을 따라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멘!’ 할 때마다 가슴에 큰 진동이 느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동자에 사랑이 담겨있었다. 입술을 힘겹게 들썩거려서 유심히 관찰했더니 미세한 움직임으로 “고마워”를 반복하고 있었다.
--- p.152, 153
나는 처음에 하나님이 나를 정신 차리게 하시려고 암을 주신 줄 알았다. 그러나 암은 결코 하나님이 주신 게 아니었다. 내 죄된 습관으로 생긴 질병이었다. 하지만 암이 없었다면, 내가 죽기까지 예수님을 내 주인으로 고백할 가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암은 선물이었다.
온종일 환자를 만나러 다니고, 밤새 말씀으로 교제해도 끄떡없이 다음 날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빡빡한 일정을 감당한다. 내 몸이 주님의 것이니 오늘 하루 주님이 원하시는 일을 해드리고 싶다고 기도하고 움직인다. 그러면 놀랍게도 최상의 몸 상태로 돌아온다. 몸을 버리는 선택이 결국 내 몸을 살리는 결과를 낳는다.
---「에필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