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만 쓰기’는 작품과 씨름할 때, 우리 자신의 삶으로 시선을 돌려, 거기서 우리가 사실로 알고 있는 것들을 찾아볼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드래곤을 타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달리는 리무진에서 선루프를 열고 일어서 본 적은 있다. 수상 모터사이클을 타 본 적도 있다. 등대, 마천루, 그 밖에 높은 건물 위에 서서 눈물이 날 정도로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을 느껴 본 적이 있다. 이런 경험에서 얻은 게 있다. 그걸 붙잡아야 한다. 작품을 쓸 때 이런 경험과 느낌을 이용해야 한다.
두 번째로, ‘아는 것 쓰기’는 ‘감정적 진실’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물론 나는 아주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다. 하지만 나에게 주는 느낌은 알고 있다. 기쁘다는 것, 두렵다는 것, 사랑에 빠진다는 것, 누군가를 병으로 잃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 나는 감정적 진실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소설은 내가 선택한 문맥이 드래곤이든 로봇이든 몬스터이든 관계없이 이러한 진실들을 말할 수 있는 기회이다.
세 번째, 이제 핵심을 제대로 파악한 이상, ‘아는 것만 쓰기’는 비난이나 한계라기보다는 초대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물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초대장이다. 배워야 한다는 초대장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서문」중에서
프리온도 또 다른 좀비 요소 후보이다. 이 전염성 단백질은 바이러스와 비슷한 입자지만 핵산(DNA나 RNA)이 없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프리온 단백질은 천연 숙주 단백질과 비슷해 보인다. 단, 약간의 입체적 변화가 있어 단백질이 자연스럽게 쌓여 결정체를 형성해 숙주 세포를 죽게 만든다는 점에서 다르다. 프리온 질병은 인간의 퇴행성 뇌질환, 크루이츠펠트-야콥병, 구루병, 소의 해면상뇌증(광우병), 사슴과 엘크의 만성 소모성 질환, 양의 스크래피(양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질병-옮긴이)와 관련이 있다.
프리온 유발성 광우병으로 인한 퇴행성 신경증은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좀비 같은 특성을 유발하게 할 수 있다. 운전 기술과 말이 불안정해지고 식이 장애가 온다. 프리온의 문제는 진행이 느리다는 것이다. 프리온 결정체가 뇌 질환을 유발할 정도로 쌓이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좀비 미생물학 입문」중에서
영화나 문학에서 묘사되는 조현병의 모습 때문에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 때로는 작품에서 어떤 사람이 조현병에 걸렸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도 있지만(실비아 나사르의 『뷰티풀 마인드』), 독자들은 캐릭터가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사이코 살인자라면 언제나 조현병 환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여기서는 불충분하게 이해되는 조현병의 생물학적 기초보다는 이 병이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내가 전달하고픈 가장 중요한 내용은, 내가 다룬 환자는 ‘조현병 환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대한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환자도, 하루 여덟 시간 동안 책을 쓰는 환자도 있었다. 사업주, 검소한 가게 점원, 대학생, 음악인, 햄버거 매장 관리인, 조각가도 있었다. 조현병은 힘든 질환이며, 이들은 전부 투사였다. 조현병을 플롯을 위한 싸구려 도구로 이용하지 말기를. 조현병 환자는 희망, 꿈, 목표, 욕망을 가진 복잡한 존재이다. 무엇을 하든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현병」중에서
떼를 형성한 메뚜기는 주로 먹이가 드문 건조 지대에 산다. 메뚜기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혼자 있다. 녹색이나 갈색 몸을 이용해 잘 위장하며, 다른 메뚜기들을 적극적으로 피한다. 메뚜기 수는 습기 동안 급격히 증가한다. 다시 건기가 되어 먹이가 부족해지면, 메뚜기는 남아 있는 먹이 조각 위에 모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모이면, 메뚜기는 대규모 이동을 시작한다. 복잡한 정보의 학습 및 처리와 관련된 메뚜기들의 뇌가 성장한다. 몸통은 몸을 숨기기에 알맞은 녹색과 갈색에서 밝은 오렌지색과 검은색으로 변한다. 순수한 채식성 식이에서 육식을 포함한 식이로 전환된다. 비행 근육이 성장한다. 적극적으로 다른 메뚜기를 찾고, 엄청난 수로 떼를 이루어 들판을 가로지른다.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곤충으로 변모하는 것이며, 이 과정은 단 몇 주 만에 이루어진다.
---「곤충에 관한 곤혹스러운 오해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