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총점
8.0
제목이 피워내는 이미지와 달리, 지성사 연구가 맞닥뜨리고 있는 안팎의 공격을 열정적으로 변론하고 옹호하는 책이다. 그렇기에 역사, 특히 유럽 근대 사상사에 관한 지식이 없다면 매우 읽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성사라는 하나의 학술적 흐름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학술장 안에서 투쟁하며 자리를 잡아나갔는지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서술은 없을 듯하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 너무나도 쉽게 빠지는 함정 - 과거로부터 현재의 기원을 추적하는 일, 과거와 현재의 관념을 동일시하거나 어느 한쪽을 유치하다고 섣불리 단정짓는 일, 과거인의 텍스트에서 자신의 주장 혹은 이데올로기의 근거를 추출하는 일 등 - 을 단호히 거부하고 과거인의 관점과 사고의 한계 안에서 저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며, 그 의미를 과거의 상황 속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은 굳이 지성사의 방법과 목적을 추종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역사학도라면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q*******a님의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