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넌 흥미를 느끼지 않아? 그렇게 열성적이었던 학생이, 살인자의 머릿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알고 싶지 않았다고?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지 않았던 거야? 우리가 배웠던 이론들이 진실인지, 아니면 멍청한 심리학자들의 허튼 추측에 불과할 뿐인지 정말로 알고 싶지 않았어?" p.228
와이오밍주에 있는 어느 휴게소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려던 보안관과 보안관보는 그곳으로 돌진해오는 픽업트럭을 발견하고 가게 안 사람들에게 피하라고 소리친다. 큰 사고가 일어날 거라 예상했지만, 다행히 트럭은 식당을 살짝 빗겨가 바로 옆에 있는 창고와 화장실 건물에 처박혔다. 보안관이 밖으로 나가 확인한 결과 운전자가 깨진 유리에 찔려 즉사했다는 걸 알았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보안관보를 불렀으나 그는 픽업트럭이 치고 가는 바람에 열린 차의 트렁크를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트렁크 속에 있던 열린 아이스박스 안에는 여자의 잘린 머리 두 개가 들어있었다. 그 즉시 식당에 있던 차의 운전자가 체포되어 FBI로 넘겨졌다.
LAPD의 로버트 헌터는 파트너와 오랫동안 매달린 살인사건을 끝내고 휴가를 앞두고 있었다. 하와이로 2주간 여행을 떠나기 위해 몇 시간 후 비행기를 타려는 그는 사무실로 급히 오라는 반장의 연락을 받는다. 사무실에 도착한 헌터는 FBI 강력범죄분석센터의 센터장 에이드리언 케네디와 특수요원 코트니 테일러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헌터에게 와이오밍주 휴게소에서 일어난 추돌사고로 발견하게 된 두 여자의 머리를 이야기하며 붙잡은 용의자의 신상에 대해서도 말한다. 용의자의 면허증을 통해 알게 된 신상과 차량 소유주의 존재에 대해 말해도 헌터는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 그러다 FBI 측이 3일 동안 그가 유일하게 내뱉은 '로버트 헌터에게만 말하겠다'는 말을 들려주며 용의자의 사진을 보여주자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휴가를 포기하고 FBI 아카데미가 있는 콴티코로 향한다.
우연한 추돌사고로 발견하게 된 몸통 없는 머리로 인해 살인 용의자가 체포되었다. 시신은 단순히 목이 잘린 게 아니라 살아있을 때 심하게 고문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입술에는 자물쇠가 세 개 채워져 있었고, 자물쇠를 제거하자 치아 전부와 혀가 없었다. 심지어 안구까지 적출돼 있었다.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라 용의자는 당연히 FBI에 넘겨졌다. 하지만 용의자는 3일 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로버트 헌터의 이름이 언급되자 FBI는 반드시 그를 데리고 와야만 했다.
LA의 특수강력범죄수사대 팀장 로버트 헌터는 23살 때 FBI의 스카우트를 받았을 만큼 출중한 능력이 있었고, 그가 쓴 범죄 심리학 박사 논문은 FBI 요원들의 필독서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프로파일러 중에 최고라고 칭하는 그를 용의자가 찾고 있으니 당연히 모셔가야 했다.
그러나 헌터는 사건에 대해 듣고 있어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온전히 FBI의 소관일 뿐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FBI 요원들을 따라 콴티코로 향하게 된 건 용의자가 스탠퍼드 대학 시절 룸메이트로 친하게 지냈던 루시엔 폴터였기 때문이다.
헌터는 콴티코에서 오랜만에 루시엔과 재회하며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헌터가 졸업을 하고 떠난 뒤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하던 루시엔은 마약 중독으로 인해 나쁜 이들에게 손을 벌리게 되어 물건을 배달하는 일을 했었다고 말했다. 자신은 범인이 아니고, 누가 그랬는지 안다고 하며 혹시 몰라 그들에게 의뢰를 받았을 때마다 기록해둔 공책이 있는 곳을 알려줬다.
FBI 요원 코트니와 함께 루시엔이 알려준 은신처로 가게 된 헌터는 대학 시절 루시엔과 함께 셋이서 어울렸던 수전의 문신 피부가 걸린 액자를 발견한다. 이후 콴티코로 돌아온 헌터는 결백을 주장했던 루시엔의 완전히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자,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알려주지. 나한테 질문 몇 개를 하게 해줄게. 나는 그 질문들에 진실하게 대답할 거야. 진심이야. 거짓말은 하지 않아. 그 후엔 내가 질문할 차례야. 내게 정직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싶으면, 심문은 24시간 동안 종료야. 다음 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나는 너희들에게 진실을 말하고, 너희는 내게 진실을 말하고. 이 정도면 공평하지 않아?" p.167
그때부터 소설은 루시엔이 설계한 게임을 따르는 헌터의 두뇌 싸움으로 진행됐다.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며 어릴 때부터 월반을 거듭해 16살에 특별히 대학에 입학을 허가받은 헌터와 살인에 대한 욕구와 오랫동안 싸워가다 결국 굴복해 이 모든 걸 설계한 루시엔의 싸움이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었다. 헌터는 루시엔과 오랜만에 만나긴 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말려들지 않으려 감정을 통제했다. 반면에 동석한 FBI 요원 코트니는 헌터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게임에 때때로 말려들어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그런 코트니를 보며 루시엔은 즐거워했고, 그녀를 가지고 놀았다.
루시엔과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그의 살인이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는 걸 알게 되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첫 살인은 같이 어울렸던 수전이었고, 이후엔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살인을 해왔다는 게 밝혀졌다. 심지어 그의 살인은 연쇄 살인이라고 할 수 있는 수법이 있는 게 아니라 여자와 남자를 가리지 않으며 여러 나이대의 사람들을 살해했고, 지역 역시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25년 동안 루시엔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었다.
심지어 루시엔은 심리학을 전공한, 빌어먹게 똑똑한 인간이었다. 그가 했을 살인을 밝혀내고 피해자의 유골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에게 협조해야만 했다. 그게 피해자의 가족을 위한 길이라는 걸 헌터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루시엔은 경험이 많습니다. 이 게임을 아주 오랫동안 해오고 있어요. 비록 우연히 붙잡혔다 해도, 모든 수를 아주 세밀하게 계산해놓았죠. 노련한 선수는 비장의 카드를 사용할 줄 압니다."
"절대 빨리 내놓지 말 것." 테일러가 말했다. "가장 좋은 순간이 올 때까지 쥐고 있을 것." p.383
하지만 루시엔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가 놀라운 진실을 말하자, 헌터는 그동안 견고하게 쌓아올렸던 감정이 한꺼번에 허물어진다. 그 부분을 읽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대체 이 악마는 뭘까 하는 생각을 거듭했다. 냉정을 유지했던 헌터가 당장 루시엔을 죽인다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루시엔은 또 다른 진실을 밝히며 자신의 게임을 이어갔다. 헌터와 코트니는 끝까지 그에게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루시엔이 설계해 둔 게임이 대체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어 무서웠고 긴장됐다. 과연 헌터가 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헌터 역시 만만치 않은 천재적 두뇌를 가지고 있었기에 결말은 다행스러웠다고 할 수 있었다. 헌터의 개인적인 사정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기도 하지만, 루시엔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줄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이 소설은 '로버트 헌터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국내에는 이 작품만 출판되었다. 단독 작품으로 읽어도 손색이 없을 내용이라 읽는 데에 큰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이 시리즈를 전부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하루 만에 다 읽었을 만큼 흥미진진했다. 로버트 헌터는 물론이고 루시엔까지 캐릭터의 매력이 도드라져서 푹 빠졌었다.
작가의 필력이 굉장했다. 부디 '로버트 헌터 시리즈'가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본 소설 중 가장 잔혹한 연쇄살인마가 등장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양들의 침묵> 속 한니발 렉터를 능가한다.
한니발은 후천적으로 최악의 살인마가 되었다면 이 루시엔은 선천적인 부분이 더 강하다.
소설 중간에 자신의 어린 시절 가정 폭력 등을 풀어놓았는데 이 부분이 강조하면 후천적일 수도 있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논의하는 것보다 그가 저지른 잔혹하고 치밀한 살인 행각에 더 초점을 맞추자.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얼마나 잔혹하게 살인했는지 보여줄 때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 속에서 그가 보여주는 능력은 아주 특별하다. 학창 시절에는 아주 뛰어난 무술 실력을 보여준다.
우연한 사고로 그가 잡혔는데 그의 능력을 생각하면 달아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FBI에 잡혔고, 며칠이 지난 후 대학 친구인 로버트 헌터를 부른다.
헌터는 현재 LA 형사다. 그가 쓴 논문은 FBI의 심리학 필독서가 되었다.
FBI의 케네디 센터장은 늘 헌터를 FBI 요원으로 만들고 싶어 했지만 헌터가 거절했다.
왜 그가 거절하게 되었는지 살짝 추측이 가능한 사건이 후반부에 나온다. 아닌가?
책을 읽기 전 이 소설에 대한 호평을 워낙 많이 봐 상당히 궁금했는데 예상대로다.
루시엔이 잡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다.
처음 두 여성의 잘린 머리가 발견되었을 때만 해도, 트럭 사고가 루시엔의 작업인 줄 알았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잔혹하게 고문당하고 죽은 두 여성과 그 머리가 발견된 차의 주인.
경찰이 그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사고와 우연, 정보 등을 집중한 결과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무서운 인물인지 나온다.
하지만 우연까지 통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이 우연을 준비했지만 조직의 힘은 대단하다.
1막에서 죄를 뒤집어쓴 남자라고 했을 때 루시엔이 보여준 행동 등도 아주 특별했다.
인체 시계가 작동하고, 완벽하게 자기 통제가 되는 생활을 보여준다. 마치 무협의 절대고수처럼.
로버트 헌터와 마주한 후 그가 풀어내는 과거 이야기는 헌터와 그의 천재성을 드러낸다.
아주 뛰어난 학생이었던 두 사람은 같은 방을 쓰고, 자신들이 공부하는 범죄심리학도 서로 토론했다.
루시엔이 헌터를 부른 것도 바로 이런 과거의 친분과 교류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자신이 무고하다고 주장한다. 헌터를 부른 것도 이 때문인 것처럼 말한다.
독자들을 살짝 속이지만 헌터의 마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부동심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상대하는 인물이 헌터다. 이 부동심을 깨트리는 것도 루시엔이다.
루시엔이 본성을 드러낸 후 피해자 정보를 하나씩 알려준다.
헌터와 함께 FBI 요원 테일러가 이 심문에 참여한다. 루시엔은 이 둘 모두를 흔들려고 한다.
테일러는 흔들리지만 헌터는 무심한 눈빛으로 심문을 이어간다, 대단한 대결이다.
루시엔이 자신이 가진 정보를 내주면서 헌터의 정보를 하나씩 얻는다.
거짓말을 하면 바로 알아챈다. 사실을 말해야 한다. 헌터의 아픈 과거가 흘러나온다.
루시엔이 말한 정보는 FBI가 바로 출동해서 확인한다. 그곳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항상 있다.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있는 것일까?> 과연 그는 모든 사실을 말할까?
최악의 연쇄살인범이 FBI를 가지고 도박을 한다.
그가 알려준 사실만으로 평생 감옥에서 살거나 사형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반전을 하나 준비해 두었다. 이 소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도달하는 것은 바로 이때다.
사람의 양심을 가지고 루시엔은 탈출 계획을 짰다. 불안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이다. 이 또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아주 뛰어난 두 인물, 헌터와 루시엔이 자신의 패를 최대한 숨긴 채 심리 대결을 펼친다.
한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변수는 자꾸 생긴다.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작가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들을 창조했고, 잔혹하고 강렬한 범죄를 집어넣었다.
이 둘의 대결이, 혹은 루시엔이 다음 이야기에도 등장하는지 궁금하다.
와 이 책 정말 최고다.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재밌다.
작가의 다른 책이 또 있나 찾아봤는데 없어서 너무 아쉽다.
소설을 읽으면서 진심 이렇게까지 소름 끼치고 두려운 연쇄살인범은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피해자의 공포와 고통이 느껴져서 어느 부분은 책을 읽는 게 거북할 정도였다.
정말 살면서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악마 같은 인간이다.
평범한 이웃, 친구의 얼굴을 하고 경계를 허무는 그와 같은 사람을 구별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할 거 같다. 그래서 더 무섭다.
흔한 표현이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개와 허를 찌르는 구성으로 읽기 시작하면 멈 추기가 힘들다. 정말이다.
여기까지 읽어야지 하고 계속 읽게 된다.
범죄, 스릴러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아주 오랜만에 본 스릴러 작품.
우연히 스릴러 작품 소개를 한 카페에서 알게 되어
호기심에 이끌려 보게 된 작품이다.
아주 유능한 형사이자 프로파일러인 헌터는
휴가를 떠나려던 찰나, 상사의 부름으로
FBI 로 출장을 떠나게 된다. 잔혹하게 살해된
신체의 일부와 함께 발견된 남자가 오직
헌터에게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겠다고 한 것.
FBI에 검거된 남자는 헌터와 함께 대학을 다녔던
루시엔. 대학 졸업 이후 처음 만나게 되는 루시엔이
당연히 곤경에 처했을거라고 생각했던 헌터는
그를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악행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다들 너무 재미있다고 몰입감 최고라고 해서
나도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한 책.
뭐 재미있다기 보다 하.. 진짜 뭐 이런 인간이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내용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ㅠ
인간의 이런 과한 악을 꼭 알아야 하나ㅠ
너무 과한 악이라 현실감이 없어서
무섭단 생각은 오히려 안들었다.
어쨌든 마지막이 찜찜하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너무 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