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어떻게 범죄의 현장이 되었는가?”나를 지키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우리 시대에 반드시 알아야 할 범죄심리 수업[소년심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알쓸범잡] 등 최근 범죄나 프로파일링을 접목한 드라마, 범죄를 분석하는 예능이 인기를 얻으며 각종 매체에서 범죄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1세대 프로파일러이자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권일용 교수는 “나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범죄’가 내 곁에 은밀하게 다가와 있다는 일종의 두려움이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최근 우리 사회에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각종 범죄가 연달아 벌어지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수법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범죄에 언제라도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이나 두려움, 그리고 서로를 향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범죄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 되었다. 일상에 스며든 범죄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형태와 상황을 직시하고 그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정이다.『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에서는 오늘날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범죄를 심리학과 사회학의 여러 연구와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있다. 심리학과 사회학 이론을 안다고 해서 범죄를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어떤 생각과 판단으로 범죄를 저지르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이 책에서는 범죄를 분석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둘 휴리스틱, 확증편향, 귀인 이론, 자기효능감, 이상심리라는 다섯 가지 이론 외에도 공격성, 죄책감 등 해소하지 못한 부정적 감정이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를 다룬다. “어떻게 저런 터무니없는 교리와 주장을 믿을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가스라이팅, 그루밍 범죄를 휴리스틱과 확증편향의 심리 기제로 살펴보는 식이다. 이를 통해 범인의 심리는 물론 범죄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이유와 피해자의 마음까지 이해할 수 있다.저자는 “이 책에서 던지는 여러 화두가 더 큰 연구와 우리 사회 범죄를 예방하는 논의를 이끌어내기를 바란다”며 “모두가 함께 대처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잔혹하고 끔찍한 범죄 사건을 떠올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사건이 일어나는 사회적, 환경적 배경을 이해하고 피해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촉구하는 태도가 우리의 삶을 위축시키는 범죄를 예방하고 서로를 보호하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것이 범죄인가’ 의심하는 순간부터 범죄에서 탈출할 수 있다!”연쇄살인을 넘어 디지털 범죄까지진화하는 범죄, 개인과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오늘날 범죄는 점점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리 없이 스며드는 범죄를 제대로 인식하고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처해야 한다. 저자는 공범을 형성하고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폭력 범죄에서 연쇄살인, 디지털 범죄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 범죄 양상을 자세히 소개한다. 특히 자신이 경험하는 분노의 감정을 정서적 폭력으로 해소하는 갖가지 범죄들, 예컨대 가스라이팅, 그루밍 성범죄, 데이트 폭력, 아동학대처럼 오늘날 빈번히 발생하는 범죄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법을 모색했다. 이를테면,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 스스로 자신을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지배력을 행사하는 가스라이팅 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 정도는 상하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라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최근엔 누군가를 죽음으로까지 몰아넣는 심각한 범죄가 되었다. 이러한 가스라이팅 범죄는 그 어떤 사건보다 주변 사람의 도움이 절실하다. 피해를 당하면서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가해자가 심리를 조종하기 때문이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가스라이팅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무슨 일을 당하고 누구와 만나는지 주변에 노출되지 않도록 집중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인간관계가 서서히 소멸한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징후를 발견하면 최대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개인적인 대처 외에도 사회 제도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이러한 유형의 정서적 폭력은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20년 만에 통과된 스토킹 범죄 법안처럼 범죄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정의하여 공론화의 대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외에도 침입하기 쉬운 구조의 집들을 새롭게 바꾸고, 공원의 조명을 밝게 설치하는 등 환경을 재설계하여 범죄를 예방하는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기법 등 사회적 안전망도 중요하다.『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사건의 수사일지나 프로파일링 사례를 담은 책이 아니다. 30여 년간 1천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하며 평생을 프로파일링에 몰두한 저자는 부드러우면서 설득력 있는 어조로 우리가 가진 범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 새로운 수사 기법과 재범 방지 프로그램 그리고 법과 양형 기준 변화의 필요성을 알려준다. 그와 더불어 ‘내 마음의 범죄 환경’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회 구성원에 대한 서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가족, 친구, 동료가 교묘한 수법과 덫에 걸려 피해를 입고 있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다시는 비참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를 보호하는 예방 가이드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