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법의학자가 50명 남짓 되고 미국서도 150명 남짓 된다고 어느 책에서 보았다. 독일은 몇명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이 법의학책은 독일 법의학자의 이야기다. 독일쪽 법의학책은 처음이다.
나라와 사회는 달라도 인간의원초적인 어둠은 같은거 같다. 소설이 아닌 실화로 인간의원초적인 악에대한 글을 읽게되면 때로는 음울하고 어둡고 무겁다. 기피하는 주제라서 그럴텐데 법의학 서적들은 출판물도 많지 않다. 왠만한 법의학책들은 모두 소장하고 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법의학책은 법의학지식도 생명에 대해서 또한 인간의 삶과죽음에 대해서 대해서 뭔가 깊이 있는 깨달음과 성찰을 주기 때문에 법의학책을 즐겨 읽는다. 번역이 매우 깔끔하게 잘 되있다.
<죽은 자가 말할 때> 법의학자가 밝혀낸 삶의 마지막 순간들
인간은 죽음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까? 현실에서는 자각하지 못하지만 사실 언젠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죽음은 상당히 두려운 존재다. 다만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그리워해줄 지인들이 있기에 괜찮은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죽음은 상당히 갑작스럽고 외로운 죽음을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보통 10명 중 1명이 미처 준비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고, 사망자 중 질병 이외의 외부요인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8.7%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죽음들은 어떻게 마지막 순간을 파악해야 하는 것일까? 그 질문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없이 봤던 직업. 바로 죽은 자의 마지막 말을 들어주는 직업. 법의학자이다.
저자 클라아스 부위만은 독일 샤리테 대학병원에서 법의학과장을 역임하고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법의학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그는 죽은 자의 몸을 들여다보며 죽음의 신호를 해석하고 최후의 진실을 찾는다. 오늘도 부검을 하고 사건 현장에 출동하는 그는 그 누구의 죽음도 결코 외롭거나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15년 동안 법의학자로 활동하며 가장 인상적이고 비극적이었던 12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건 사고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는데,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사실이기 때문에 조금 더 무겁게 느껴졌다. 어떤 이야기는 반전으로 깜짝 놀랄 만큼의 것이었고, 어떤 죽음은 상당히 쓸쓸한 결과를 가져다준다. 보통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는데, 법의학자는 차마 하지 못했던 그 말을 끄집어내는 직업인 듯하다. 저자의 말처럼 그 누구의 마지막도 억울하거나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고, 확연히 드러나는 죽음이길 바란다. 재미로 접근한 책이었지만 챕터와 이야기마다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오가는 이야기들 이었다. 직업적인 자료집이나 사건 사고를 드러내는 작가들의 레퍼런스로도 손색없는 책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