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A. 키신저,에릭 슈밋,대니얼 허튼로커,김대식 공저/김고명 역
김상균 저
김대식,챗GPT 저
이세훈 저
김수진,김요한,김은희,박정남,이경전,이승우,하정우 등저
김재필,브라이언 곽 저
철학자 김재인 저자가 쓴, AI 이후의 세상에 대한 다양한 형식의 조감도입니다.
미디어와 많은 책들에서 "생성 인공지능"이란 말을 쓰는 데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말은 그 말이 무엇을 나타내려는지가 우선 명백히 드러나야 하는데, generative AI를 저렇게 옮기면 누군가가 생성한 AI라는 뜻인지(안 그런 게 있겠습니까?) 오해할 수가 있습니다. "생성형'이라고 해야 이 AI가 그저 주어진 명령만 수행하고 계산만 노예처럼 해 내는 종래의 컴퓨터와 다른 종류임이 분명히 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 혁명"을 "4차 산업"이라고 줄여 쓰는 것과 비슷하게 잘못되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p106에 보면 이제 번역가라는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애초에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한다는 자체가 사람에 의해서도 온전히 이뤄지는 게 불가능합니다. 1) A 언어와 B 언어에 모두 능통한 사람 자체가 드물고 2)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사람도 많지 않으며 3) 그 저자의 독특한 언어 습관을 알아야 합니다. 이게 일생을 한 분야에 온전히 투자해도 하기 힘든데, 범용 컴퓨터가 어떻게 해 내겠습니까?
난이도는 2, 3, 1 순입니다. 2는 현재 머신 러닝에 의해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서 현실화했습니다. 1은 언어가 굉장히 유동적인 속성을 가지기에, 기계가 엄청난 양의 반복 학습을 통해서도 그 규약을 추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3은 난도가 높지는 않겠으나, 그 돈 안 되는 투자를 누가 하려 들겠습니까? 프로그래밍 측면이나 경제성 면에서나 이건 안 되는 겁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낙원이 열리는 건 고사하고, 기계가 결론을 잘못 추출하고 그에 확신을 가진 채 폭주라도 하면 세상은 그날로 지옥이 되는 겁니다.
사실 한국에 번역가라는 직업은 지금도 없습니다(?). 극소수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손을 대 줘야 그나마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정도이며, 고전 명작은 어차피 그 나라(영국, 프랑스, 독일) 사람들도 상위 1%의 교육 받은 사람들이나 전문 지도를 받은 후에야 읽는 거죠. 누구나 주제 파악이 안 된 채 그저 번역이 나빠서 가독성이 부족해서 못 읽는다고들 하는데, 가우스나 오일러의 수학 저서, 칸트나 헤겔의 철학책, 심지어 몇몇 고전 소설가의 걸작들도 걔네들이 문장력이 나빠서 일반 독자들이 수백 년이 지나도록 못 읽어 내는 것입니다 ㅋ
3장에서는 인공지능의 한계에 대해 설명합니다. 역시 일류 철학자의 연구와 그 두뇌의 산물이라서 일개 독자인 제가 단편적으로 떠드는 말보다 훨씬 망라적이고 체계적입니다. 알파고가 "신경망을 갖춘 딥러닝을 통해 만들어진(p127)" 엔진은 맞지만 데이터 기반은 아니라는 저자의 지적은 아주 타당합니다. 다만 그래서 결론은? 혹시 이미 그때에도 성능이 그 정도였으니 앞으로는 정말 가공할 만한...이라면 해당 챕터의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혹 그 당시 버전은 아직 완성도가 낮았으니 과대광고였다는 뜻이라면 여튼 그게 당시 이세돌을 이기는 성과를 내지 않았습니까.
인간의 위대함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책에서 누누이 강조되는 대로 "종(種)의 기억이나 개인 기억에만 의존했다면(p196)" 인간은 여기까지 오지 못했습니다. 온갖 한계를 극복하고 의지에 따라 감연히 도전하여 sapete aude!(칸트의 말 재인용. p201)하고야 만 도전자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오늘의 문명 발전이 가능했습니다. 인공지능이 뭔지 (인문적으로나 그저 기술적으로나) 궁금한 사람, 인공지능이 내내 못마땅한 사람 모두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통쾌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