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장석주 | 문학세계사 | 2016년 8월 26일 리뷰 총점 8.7 (26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14건)
  •  eBook 리뷰 (0건)
  •  종이책 한줄평 (12건)
  •  eBook 한줄평 (0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파일정보
PDF(DRM) 16.93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책 소개

마음의 집착과 소유의 욕심을 버리고 맞이하는 단순한 삶의 행복!
‘작은 것은 크다’라는 생각에 바탕 둔 장석주 시인의 생태 에세이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그 본질의 삶을 그려내는 시인의 내밀한 감성

단순한 삶을 예찬하는 장석주 시인의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작은 것은 크다’라는 생각에 기본 바탕을 두고 있다. 시인이 생각하는 단순함은 깎고 덜어 궁극의 형태를 드러내 본질에 더 가까워지고자 함인데, 이는 욕심으로 채운 것들을 비움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렇기에 삶의 단순화는 내핍과 절제가 절대적으로 우선된다. 적게 갖고 적게 먹으며, 작은 욕망으로 살 줄 알아야 단순해진다. 그렇지만 장석주 시인이 생각하는 단순한 삶은 매끈하지도, 쾌적하지도 않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공空에 전념하는 좌선이 그렇듯이 단순하게 사는 건 불편한 일이다. ‘단순함 예찬’은 낭비 없는 삶을 예찬하고, 참된 기쁨으로 가득 찬 삶을 예찬하는 것이다.

심플해지고 작아지려는 흐름이 문명의 새 패러다임이다. 작고 단순함에서 화사함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단순한 것은 아름답다! 여기에는 어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단순함이 아름다운 것은 단순함의 엄격한 기율과 리듬을 품을 때다. 새, 아이들, 미소, 수평선, 침묵, 고요, 무지, 시집, 여름 아침, 겨울나무, 금식, 좌선, 연못, 수련을 좋아하는 것은 이것들이 단순해서다. 본질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진리 역시 그렇다.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1명)

저 : 장석주 (張錫周)
작가 한마디 사과를 두 개 가진 사람이 행복할까요, 사과를 한 개 가진 사람이 행복할까요? 물론 한 개가 되었든 두 개가 되었든 그걸 깨물어 먹으며 사과를 먹는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하겠죠. 행복은 조건의 문제이기보다는 향유의 문제죠. 행복을 향유할 줄 모르는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 저술가. 그밖에 출판 편집자, 대학 강사, 방송 진행자, 강연 활동으로 밥벌이를 했다. 현재 아내와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파주에서 살고 있다. 1955년 1월 8일(음력),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나이 스무 살이던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가 당선하고, 스물 넷이 되던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 절차를 마친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동안 15년간을 출판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문대에서 강의...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 저술가. 그밖에 출판 편집자, 대학 강사, 방송 진행자, 강연 활동으로 밥벌이를 했다. 현재 아내와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파주에서 살고 있다. 1955년 1월 8일(음력),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나이 스무 살이던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가 당선하고, 스물 넷이 되던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 절차를 마친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동안 15년간을 출판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문대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3년여 동안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 등의 진행자로도 활동한다. 2000년 여름에 서른여섯 해 동안의 서울생활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적한 시골에 집을 짓고 전업작가의 삶을 꾸리고 있다. 한 잡지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소장한 책만 2만 3,000여 권에 달하는 독서광 장석주는 대한민국 독서광들의 우상이다.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쓴다고 해서 안으로만 침잠하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다.

스무 살에 시인으로 등단한 후 15년을 출판기획자로 살았지만 더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자 업을 접고 문학비평가와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급변하는 세상과 거리를 둠으로써 보다 잘 소통하고 교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성에 있는 호숫가 옆 ‘수졸재’에 2만 권의 책을 모셔두고 닷새는 서울에 기거하며 방송 진행과 원고 집필에 몰두하고, 주말이면 안식을 취하는 그는 다양성의 시대에 만개하기 시작한 ‘마이너리티’들의 롤모델이다.”

저서로는 『몽해항로』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일요일과 나쁜 날씨』,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이상과 모던뽀이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일요일의 인문학』,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고독의 권유』, 『철학자의 사물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시간의 호젓한 만에서』,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공저) 등이 있다. 애지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 리뷰

적게 소유하라, 그리고 크게 생각하라!
미니멀 라이프를 즐겨라!
단순한 삶 속에 행복의 뿌리를 내려라!

느리고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빠르고 복잡한 것들과 결별하고 단절하는 것을 뜻한다. 복잡함이 혼탁과 분열의 징후라면, 단순함은 담백하고 조촐하며, 진실과 미를 하나로 결합한다. 단순한 삶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삶의 패턴과 복잡함이 가득한 세상에서 거짓된 요소들을 빼면서 소박한 마음으로 진정성과 실재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방식이다. 단순함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이라면 살을 빼는 ‘다이어트’를 하기 전에 먼저 천박한 것들로 채워진 제 욕망을 비우고 버리는 마음의 ‘다이어트’를 할 것이다. 단순함은 욕심과 사심을 비워 내고, 무사무욕의 경지에서 홀연 나타나는 자질인 것이다.

단순한 삶을 예찬하는 장석주 시인의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작은 것은 크다’라는 생각에 기본 바탕을 두고 있다. 시인이 생각하는 단순함은 깎고 덜어 궁극의 형태를 드러내 본질에 더 가까워지고자 함인데, 이는 욕심으로 채운 것들을 비움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렇기에 삶의 단순화는 내핍과 절제가 절대적으로 우선된다. 적게 갖고 적게 먹으며, 작은 욕망으로 살 줄 알아야 단순해진다. 그렇지만 장석주 시인이 생각하는 단순한 삶은 매끈하지도, 쾌적하지도 않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공空에 전념하는 좌선이 그렇듯이 단순하게 사는 건 불편한 일이다. ‘단순함 예찬’은 낭비 없는 삶을 예찬하고, 참된 기쁨으로 가득 찬 삶을 예찬하는 것이다.
심플해지고 작아지려는 흐름이 문명의 새 패러다임이다. 작고 단순함에서 화사함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단순한 것은 아름답다! 여기에는 어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단순함이 아름다운 것은 단순함의 엄격한 기율과 리듬을 품을 때다. 새, 아이들, 미소, 수평선, 침묵, 고요, 무지, 시집, 여름 아침, 겨울나무, 금식, 좌선, 연못, 수련을 좋아하는 것은 이것들이 단순해서다. 본질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진리 역시 그렇다.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는 본질에 더 가까운 삶이다. 성공과 소유의 신화를 따르는 게 아니라 가치와 충만함을 추구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은 제 안의 욕망을 비우고, 비우고, 비운다. 기필코 제 생활을 최소주의로 제한하고 생활 방식을 단순화하는데, 나는 이런 단순한 삶에 더 깊은 행복과 충만함이 깃든다는 사실을 배우고 깨달았다.

행복을 쫓아다니지 마라.
행복이 제 발로 찾아오게 하라.
그 비밀은 단순한 삶의 방식에 있다.

복잡하다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남을 보여 주는 징후다. 어느 경우에도 본질에 충실한 삶은 단순하다. 단순함은 본질을 지향하는 간소한 생활을 한다는 것이고 나 자신이 만든 삶의 기율에 충실하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주변에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라. 쓰지 않는 물건들은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그것들을 과감하게 내다 버려라. “물건의 수를 줄이고 간소한 생활을 되찾는 것은 나 스스로 주체가 되는 생활로 되돌아가는 것과도 상통한다.” 물건들은 삶의 환경이자 삶의 일부지만, 필요 이상으로 넘칠 때 짐으로 전락한다. 왜 단순하게 살아야 하는가? 그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물질에 몸과 마음이 매이지 않아야만, 비로소 인생과 그 본질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유하는 것이 존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돈을 좇지 말라. 돈으로 비싼 물건을 살 수는 있겠지만 행복과 자유를 얻을 수는 없다. 권력이나 출세를 탐하지도 마라. 그것을 거머쥐면 한순간 우쭐할 수는 있겠지만 그 만족은 길지 않다. 삶을 단순화하되, 행복과 열정을 좇으라. 간소한 물건들에 자족하며, 자유와 기쁨을 좇으라. 짐이 되는 것들을 덜어 내고 버린 뒤 인생의 진정한 가치들에 집중하라.

세계 문명은 더 작은 것들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작은 게 쓸모 있고, 더 아름답다. 정부 조직, 기업, 가전제품까지 더 작게 줄이는 것,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주목을 받는다. 스몰, 다이어트, 경량화가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스몰하우스 운동도 그 흐름의 일부다. 작은 집은 삶의 방식과 연관이 있다. 집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처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디오게네스는 “물받이에서 두 손으로 물을 받아 마시는 아이를 보고 나는 들고 있던 잔을 던져 버렸다”고 고백한다. 이렇듯 단순한 형식은 모든 잉여와 낭비를 추문으로 만든다. 아울러 단순한 삶은 불행을 견디는 강한 힘이 있는 반면에 복잡한 삶은 불행에 취약하다. 적게 소유할수록 삶은 단순해지고, 많이 가질수록 삶은 복잡해진다. 삶의 방식이 단순할수록 삶은 본질에 가까워지고, 단순함에서 멀어지는 사람일수록 더 세속화한다.

단순하게 살라. 어떻게? 욕구를 최소화하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을 단순화하라. 단순한 삶은 불편하다. 하지만 평온하고 자족적인 삶의 방식이다. 성 프란체스코는 말한다. “모든 것에서 단순함을 사랑하라”라고. 단순함을 제2천성으로 만들어라. 단순해지고, 단순해지고, 더 단순해지도록 노력하라. 단순함은 지혜의 응축과 부단한 실천을 통해서만 이를 수 있는 미학이다.

내게 주어진 인생의 의무는
단 하나 뿐이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것!

새들은 자연의 금욕주의자들이다. 새들은 적게 먹고 적게 배설한다. 자연에서 낭비란 범죄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부류다. 새들은 날기 위해서 제 뼛속까지 비운다. “벌집은 최소한의 밀랍으로 그것을 가장 튼튼하게 받칠 수 있는 각도로 만들어져 있다. 새의 뼈나 깃은 최소한의 체중으로 가장 큰 힘을 날개에 실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자연은 낭비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새들은 제 욕망을 채우느라 삶을 잃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는다. 새들은 당장에 없는 미래의 근심과 불행 때문에 노래를 쉬는 법이 없다.

자연의 낙천주의자들인 새들을 보고 깨닫느니, 돈이 적을수록 골칫거리도 적고, 바라는 것이 적을수록 불행의 부피도 줄어든다. 아빌라의 성 데레사는 말한다. “가진 것이 가장 적었을 때 걱정거리도 가장 없었다. 감히 말하노니, 부족할 때보다는 풍족했을 때 더 괴로움이 많았던 것을 신은 알고 계신다.” 적게 가지면 괴로움도 작고, 바라는 것이 작으면 불안과 두려움도 준다. 많이 가지면 괴로움도 덩달아 커진다. 많은 것은 작은 것이요, 작은 것은 크다.

날기 위해 뼛속까지 비운 새들이 그렇듯이 현자 디오게네스도 뼛속까지 비운다. 그에겐 낡은 배낭과 옷, 물에 적신 보리빵, 땅에 꽂을 막대기, 진흙을 구워 만든 컵밖에 없었다. 그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전부라고 여겼다. 어느 날 한 시골 아이가 옹달샘에서 두 손을 모아 물을 떠먹는 것을 본 뒤 “물을 떠먹을 두 손이 있는데, 이따위 컵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며, 진흙으로 만든 컵을 내던졌다. 우리는 왜 디오게네스처럼 살 수 없는가.

집을 가꾸고 꾸미는 데도 미니멀리즘의 원칙이 필요하다. 물건들을 치우고 버려서 여백을 만들자. 집안에 여백이 많아지면 작은 물건도 그 존재감이 또렷해진다. 최소한도의 물건이 놓인 거실은 마치 공간이 숨을 쉬고 생기를 내뿜는 듯하다. 텅 빈 거실에 비친 한줄기 햇빛은 얼마나 정갈한가!

몇 줄에 우주를 담는 시는 얼마나 작고 단순한가! 시는 맹목의 확장과 대량생산, 더 많은 소비와 낭비에 맞서는 금욕과 무욕의 미학으로 단단해진다. 찰나들이 번쩍인다. 그 번개들은 본질이 내뿜는 빛이고, 지혜의 집약에서 터져 나오는 광채다. 작고 단순한 것들은 취약해서 멸종되기 쉽다. 짓밟으면 짓밟히고, 죽이면 죽는다. 미약한 것들이 크고 우람찬 것들 향해 부르는 애소哀訴의 노래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작은 개체들이 사라지는 것은 인류 멸종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암, 불임, 유전자 손상 따위는 인류에게 나타난 멸종 징후들이다. 작은 집, 소식小食, 시 같은 것들은 작아서 더 갸륵하다. 작고 단순한 것들을 사랑하고, 그것들의 외침에 더 자주 귀 기울여 한다.

절약이 행복을 위해서
검소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인색함은 탐욕에 바탕을 두는 삶의 방식이다.

절약과 인색함은 다르지만 그 경계는 애매하다. 절약은 사치와 낭비를 줄임으로써 현명하게 살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절약이 몸에 배면 소박하고 단순한 방식의 생활에 만족한다. 아끼는 방식에도 정도程度가 있는 것이다. 그 정도를 넘어서니 문제가 생긴다. 정도를 넘은 절약이 바로 인색함이다. 재산을 모으려고 혈안이 되면 사람은 인색해질 수밖에 없다. 인색한 사람들은 부를 축적하려고 제 욕구를 제한하고, 모든 형태의 기쁨이나 행복을 유보한다. 자신의 인색함으로 타인이 고통을 당한다면 이는 악덕이다. 인색함이 이기주의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한 예이고, 악덕이자 어리석은 행위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단순하게, 더욱 단순하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자. 물질이 아니라 인생을 위해, 더 중요한 가치들에 집중하기 위해 낭비 없이 살자. 낭비 없이 살 때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방식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미니멀리스트는 더 적게 소비하고 더 많은 것을 창조하도록 이끈다.

시골에 내려가 산 지 열다섯 해가 넘었다. 더 단순해지려고 채찍질하며 단련했다. 먹고, 자고, 산책하고, 명상하고, 그 이외의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쓴다. 삶이 단순해지니, 책 읽기와 글쓰기에도 탄력이 붙었다. 전보다 더 많은 책들을 읽고, 더 많은 책들을 써낼 수 있었다. 놀랍게도 시골에 사는 동안 서른 권도 넘는 책을 써냈다. 나는 더 관대해지고, 생활은 활력으로 넘치며 약동했다. 지인들은 내 모습에서 가난에 찌든 모습은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누가 보더라도 좋아 보였다. 이것은 내가 시골에서 단순한 방식으로 살게 되면서 얻은 선물이고 축복이다.

시골에 내려온 뒤 노자와 장자 철학을 공부하면서 생태주의적 사고가 더 깊어졌다. 환경 문제, 생태 문제가 삶의 진지한 화두가 되었다. 사람들이 어여쁜 삶을 사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자각하고 실천하는 데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늘 생각한다. 글을 쓸 때 기본 바탕에 그런 생각이 깔린다. 화석연료로 만드는 에너지를 덜 쓰는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라든지 물과 땅, 대기오염에 대해 말은 많이 하지만, 생활과 의식 사이의 간극은 크다. 더우면 거의 자동적으로 에어컨을 켠다. 그러면 금세 더위와 습기로 지친 몸이 쾌적해지니까. 앎이 곧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자각하지 못하고 물도 에너지도 함부로 쓰는 것이 문제다. 지구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마치 무제한 공급되는 것인 양 소비하면 지구는 더 빨리 황폐해질 것이다. 기후변화 같은 환경 역습을 받고 있는 것은 인류의 어리석고 오만한 생활 방식이 불러온 자업자득이다. 노자나 장자가 얘기했듯, 자연에 대한 공손함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그 일부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인격을 가졌듯 자연에도 그런 무엇이 있다. 이는 사람이 가져야 할 바탕이 되는 책무이기도 하다.

회원 리뷰 (14건)

종이책 단순함 속에 본질과 진리가 빛난다
평점8점 | c******4 | 2020-03-19 | 신고

장석주 시인의 산문집이다. 미니멀 라이프 예찬을 담고 있다. 현대는 대중소비사회이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경제를 성장시키는 미덕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현대인의 '저녁이 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 바쁘긴 한데 실속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단순하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그럼 "왜 단순하게 살아야 하는가? 그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물질에 몸과 마음이 매이지 않아야만, 인생과 그 본질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쪽)"

 

저자는 '작은 것이 크다'는 생각의 바탕하에서 단순함에 대한 예찬론을 이어간다. 여기서 단순함이란 불필요한 것들을 깎고 덜어내 본질에 더 가까워지고자 함이다. '오캄의 면도날(Occam's razor)' 이론처럼 불필요한 것들을 잘라낼 때 본질적 부문이 남는다는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삶에서 내핍과 절제를 우선해 적게 갖고, 적게 먹고, 작은 욕망으로 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장석주의 ‘단순함 예찬’은 낭비 없는 삶을 추구하고, 참된 기쁨으로 가득 찬 삶을 살자는 것이라고 하겠다.

 

저자의 속삭임은 코로나19사태로 지친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이젠 심플해지고 작아지려는 흐름이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살고 단순함 속에서 행복을 추구해 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새, 아이들, 미소, 침묵, 고요, 시집, 여름아침, 겨울나무, 금식, 연못, 좌선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구절에서 저자가 시인임을 느끼게 한다. 단순함은 아름답고 행복을 가져온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하게 살려면 모든 것을 작게, 더 작게 하라.

그릇이 작아야만 음식도 더 작게 담을 수 있다.

음식이든 인생이든 마찬가지다.

최소 규모의 삶에 최대의 행복이 깃든다. (52쪽)

 

단순한 삶에 더 깊은 행복과 충만이 따른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행복을 위해서 절약을 통한 검소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절약은 탐욕에 바탕을 둔 인색함과는 다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기 안의 욕망을 비우고 생활방식을 단순화하는 것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행복을 찾자는 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책에 소개된 한 줄 한 줄의 이야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다음 구절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 가야 할지를 되세겨 본다.

 

먹고 사는 것과 상관없더라도 가끔은 들길을 걷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자.

한밤중 곁에서 걷는 친구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밤하늘에 가득 뜬 별들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시집도 읽고,

음악회도 가고, 연극도 보며 살자(201쪽)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댓글 2 접어보기
종이책 단순함으로 시작하는 경쾌하고 가벼운 삶이 가까이 있다
평점7점 | r*********s | 2016-09-28 | 신고

욕심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가의 물건도 없고 넓은 집에 살지 않고 좋은 차를 타지 않지 않는다. 현재 특별하게 갖고 싶은 물건도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집안을 둘러보면 빈 공간이 없다. 적지 않게 쌓여 있는 책들, 베란다를 가득 채운 살림살이, 주방에 그릇이 가득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버리지 못하고 서랍장에 넣어두는 옷도 많다. 왜 버리지 못하는가? 반대로 왜 버리고 비워야 하는가? 그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건뿐이 아니다, 관계에 대해서도 그렇다.

 

 왜 단순하게 살아야 하는가? 그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물질에 몸과 마음이 매이지 않아야만, 비로소 인생과 그 본질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쪽)

 장석주는 단호하게 말한다. 단순한 삶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채우지 않고 비워둔 공간에서 생기를 찾고 빛나는 삶이다.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삶, 그것이야말로 삶을 사랑하는 삶이라고 말이다. 알려진 대로 그는 시골에 산다. 산책을 즐기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산다. 자연에 기대어 사는 그의 글에는 안온한 삶이 있다. 그의 삶이 정답은 아니지만 단순함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정갈하게 정돈된 삶이 주는 평화를 보여준다. 내 주변을 둘러본다. 내게 속한 것들, 그것이 진정 삶의 본질을 위한 것들인가.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화한다. 그 속도에 맞춰 살아야 할 의무가 없는데도 몸부림을 치며 쫓는다. 소읍에 살고 있는 나는 여전히 도시를 갈망한다. 그곳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씩 이곳과 다른 곳을 꿈꾸었다. ​부질없는 욕망을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다.

 장석주의 글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눈과 귀로 느끼는 일상의 기쁨을 다시 찾는다. 무엇을 소유하고 무엇이 되려는 게 아니라 나의 내면과 마주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한가롭게 걸어본 적이 있는가. 가만히 나무와 꽃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헤아릴 여유가 있었던가. 시골에 살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런 삶과 가깝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욕심으로 마음을 채운 삶에는 여유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어쩌면 장석주가 예찬하는 걷기는 여유가 들어갈 틈을 만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걷기는 하늘과 태양과 바람을 가슴으로 품는 일이고, 빛으로 가득 찬 누리 속에서 자유와 고요함 속에서 몸을 끌고 나아가는 활동이다. 전진의 리듬에 존재를 내맡기는 이 무보상적 행위를 통해 얻는 것은 전적으로 무해한 기쁨이다. 날마다 하루의 일부를 쪼개 걷기에 나서는 것은 그것이 내면의 기쁨으로 채우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174쪽)

 이 산문집에는 단순한 삶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좋아하는 꽃들이 피고 지는 것들 보고 집으로 날아드는 수많은 새들과 인사를 나누며 단출한 밥상의 맛을 아는 시골살이와 함께 시인으로 살아가는 삶, 자연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사유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정갈한 문장으로 쓰인 시인의 소박한 삶에는 충만이 넘친다. 작지만 작지 않은 삶,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삶을 소망한다. 최소한의 것들로 살 수는 없지만 최대한을 욕심내지 않는다면 평온한 삶을 시작할 수 있다.

 ‘먹고 사는 것과 상관없더라도 가끔은 들길을 걷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자. 한밤중 곁에서 걷는 친구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밤하늘에 가득 뜬 별들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시집도 읽고, 음악회도 가고, 연극도 보며 살자. (204쪽)

 물질에 매몰되는 하루에서 벗어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보고 높아지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삶은 결코 어렵지 않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는 습관을 버리고 상념으로 채워진 마음을 조금만 비워도 충분히 단순해질 것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고, 중요한 건 복잡하지 않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단순함으로 시작하는 경쾌하고 가벼운 삶이 가까이 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댓글 6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구매후 부모님께 드림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m********7 | 2019-03-01 | 신고
요즘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아서 구매하고 읽어 보았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부모님께 한권 드렸고 저는 한권더 구매할예정입니다.
요즘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아서 구매하고 읽어 보았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부모님께 한권 드렸고 저는 한권더 구매할예정입니다.
요즘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아서 구매하고 읽어 보았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부모님께 한권 드렸고 저는 한권더 구매할예정입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댓글 0 접어보기
종이책 단순한 삶을 살아라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b | 2016-08-23 | 신고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거꾸로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어짜피 많이 가질 수 없으니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많이 가질 수 없을뿐더러, 많이 가져도 관리할 수가 없다.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이 핑핑 돌아가는데 큰 집, 많은 물건을 언제 다 챙긴단말인가.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시골로 내려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된 장석주 작가. 그의 시골 라이프는 평온하고 단조로왔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제 아예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책을 써 냈다. 그의 새 책은 단순함에 대한 예찬.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것이다.

 

미니멀라이프는 본질에 더 가까운 삶이다. 성공과 소유의 신화를 따르는 게 아니라 가치와 충만함을 추구한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은 제 안의 욕망을 비우고, 비우고, 비운다. 기필코 제 생활을 최소주의로 제한하고 생활 방식을 단순화하는데, 나는 이런 단순한 삶에 더 깊은 행복과 충만함이 깃든다는 사실을 배우고 깨달았다.

 

누군가 ‘이러한 삶이 너무 좋다'라고 백날 말해도, 그 사람이 행복해보이지 않으면 의미가 바랜다. 장석주 작가에게 미니멀라이프는 꽤 어울려보인다. 소박한 식사, 소박한 살림. 그런데, 그는 책을 많이 쓰고 많이 보는 사람 아닌가? 책과 미니멀라이프를 함께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의 서재가 어떤 모습인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책을 제외한 삶이 미니멀라이프라면 조금 실망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책도 미니멀라이프 속에 들어와있다면 그 역시 매우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나갔다던 에피소드 안에 내가 익히 들어왔지만 전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시 한 편을 소개받게 되었다. 너무 멋진 말이라 옮겨 보고 싶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 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단순한 삶을 사는 데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저녁을 침범받는 삶을 엄청 싫어한다. 야근, 업무시간 외에 진행되는 회의, 회식... 이런 것들이 나의 생활리듬을 모조리 깨 놓는다. 즐겁지 않은 자리,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다보니 집에 와 잠드는 시간이 늦어진다는 단순한 시간적 문제가 아닌 내 생활 패턴을 벗어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평정심을 잃거나 앓게 된다. 저녁에 사람도 안 만나고 집에 처박혀(?) 책이나 보는 폐쇄형 인간이라고 손가락질해도 할 수 없다. 나는 그냥 내 시간을 갖고 싶다. 아이들과 교류하고, 학원 다녀오는 아이를 마중 나갔다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오고, 느긋하게 텔레비전도 한 프로그램 보고, 보고 싶은 책을 읽거나 가까운 카페로 마실을 가는 나의 저녁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

 

그는 ‘저녁이 있는 삶은 내 안의 연약한 동물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삶이다. 우리 안의 본성이 갈망하는 바로 그것을 따라가라!’고 얘기해준다.

 

그는 행복과 단순함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내게 주어진 인생의 중요한 의무는 단 하나뿐이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것, 아름다운 것을 아름다움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 그게 인생 최고의 소명이다.’라고 말하면서 그리스어 헤도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준다.

 

그리스어 ‘헤도네hedone'는 즐거움이라는 뜻인데, 그 문자적 의미는 달콤함이다. ’헤도네‘는 욕구나 소망이 충족되었을 때의 기쁨이나 원한 물건을 쥐었을 때의 만족감이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식도락이나 향락을 찾고 누리는 쾌락주의를 이상으로 추구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것은 올바른 이해가 아니다. 그가 용납한 것은 배고픔이나 목마름 따위의 자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인 욕구의 충족이고, 이것의 충족 없이 행복은 없다고 믿었을 뿐이다. 사람은 기본적인 요구의 결핍 상태를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이 고통에서 벗어날 때 행복해진다. 에피쿠로스는 행복의 조건으로 물질적인 욕구를 긍정했지 과잉 소비를 조장한 게 아니다. 그의 철학은 금욕적인 데가 있다. 그가 권하는 것은 자연적이면서 소박한 욕구의 충족이고 그것에서 비롯되는 ’헤도네‘였을 뿐이니까.

 

다독가인 장석주 작가. 책이야기가 빠지면 섭하다. 나도 그럴 것 같다. 장석주 작가와 만난다면, 무슨 책을 읽으면 좋냐고 물어보고 싶다. 그런데 어쩐지 시집이라는 답이 나올 것만 같았는데, 진짜 시집을 추천해준다. 역시 그는 시인이기 때문에? 이유는 꼭 그렇지는 않았다.

 

주변에서 무슨 책을 읽으면 좋아요, 라고 물을 때 나는 나이가 들수록 좋은 시집과 철학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특히 시집을 읽는 것은 마음을 거울인 듯 닦는 일이고, 언어를 가다듬으면서 풍요롭게 일구는 일에 부지런한 이들과 대화를 나는 일이다. 독성 언어, 병든 언어, 찌든 언어, 천박한 언어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시인의 언어는 깊은 산골짝에 숨은 옹달샘처럼 청량하다. 천박하고 비속한 말은 제 품격의 천박함과 비속함을 세상에 선전하는 일이다. 바른 말, 간명하고 깊은 뜻이 분명한 말, 생각의 올바름을 드러내는 말을 쓰는 사람은 깊이 사귀지 않아도 마음이 어여쁜 사람인 걸 알 수 있다. 말과 언어는 그것을 쓰는 자의 인격과 성정을 비추는 거울인 까닭이다.

 

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한 이야기, 백석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안도현 작가도 그렇고 백석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읽다 그만둔 백석 평전이 자꾸 아른거린다. 다시 읽어볼까 계속 망설이다, 헌책방에서 <그리스인 조르바> 페이퍼백을 구매했다. 제대로 잘 만들어진 장정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사면 어쩐지 잘 안 읽힐 것 같아서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이라는 쿨한 기분으로 책을 사 두었다. 내가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단순함은 지혜의 응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평온하고 자족적인 삶의 방식이다”

 

단순한 삶을 살라고 힘주어 얘기하는 장석주 시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이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댓글 0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석연치 않은 삶의 주도권을 내게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장석주,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k******i | 2022-01-09 | 신고

  좋은 체질을 물려 받았다, 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는 그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항상 몸의 어느 구석엔가 술기운이 남아 있는 채로 살았다. 한 삼 일 금주를 하고 빈속에 소주를 마셨더니 액체가 지나가는 몸속의 자리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래도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는 일 없었으니, 사십대 중반까지는 거의 매일 마실 수 있었으니 좋은 체질을 물려받은 것이 틀림없다.


  “소박하게 먹고, 단순하게 사는 것, 그게 내 방식의 삶이다. 하루의 보람은 사과 한 알 먹는 거, 세 시간 이상 햇볕을 쬐며 걷는 거, 8시간 정도 읽고 쓰는 거, 심심함 속에 머무는 거 따위다. 그리고 이타적 생각을 하며 살기,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 되기를 실천해야 삶이 온전해진다...” (p.33)


  서른 중반 이후 꾸준히 수영을 하고 나서는 좀처럼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나는 특히 코감기에 약하여 환절기마다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감기에 걸린다고 해도 스쳐 지나는 정도이다. 비강 세척이라고 하여 콧속의 빈 공간을 세척하는 것으로 코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는데, 수영의 호흡법이 바로 이 비강 세척과 닮았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 배후에는 물려받은 좋은 체질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먹고 마시며 일하고 잠자는데, 이것은 몸을 쓰며 사는 사람의 일이며 생명의 본분이다. 몸 쓰는 일을 중단하면 사람은 죽는다. 먹기, 잠, 일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세 요소다. 이것들을 기쁨으로 누리며 충만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p.92)


  그래도 완벽하게 감기를 막지는 못한다. 일 년에 두어 차례 들어오는 듯하다가 빠져나가는 감기가 있고, 또 두어 차례는 실제로 감기에 걸린다. 이번 주말 감기에 걸린 몸을 추스르느라 이틀 동안 집에서 잠자코 있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걸쳐 편도선이 부었고 토요일 오전에는 코를 풀어내야 했다. 약국에서 두 종류의 약을 받았고, 두 알씩 네 알을 하루 세 차례 먹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삶의 안쪽에는 다양한 무늬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이 만든 무늬다. 나는 매화, 모란, 작약을 좋아한다. 나는 가을의 달, 바다, 대숲, 사막, 황무지를 사랑하고, 학교, 병원, 감옥, 군대 막사, 공장 들을 싫어한다. 나는 바닷가, 서리 내린 들판,고대 유적지, 절들, 섬, 항구, 별을 관측하는 천문대를 좋아한다. 햇빛, 의자, 대나무, 정원, 숲길, 제주도, 거문고 소리, 가을 풀벌레 울음소리를 좋아한다.” (p.167)


  밥을 먹고 약을 먹은 다음에는 몸을 휘감는 약기운을 느끼며 잠시 시들었다. 자고 일어나 다시 밥을 먹기 전의 시간 동안에 책을 읽었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제목처럼 책에는 단순한 삶이라는 지향점을 향하고 있는 작가의 이런저런 생각들이 가득하다.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안성의 한 호숫가에 거처를 정하여 생활하던 시기에 썼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글들이 다수 실려 있다.
   

  『세계 평화를 지키는 것은 새벽에 깨어나 마당을 쓰는 늙은 어머니들이다. 반면에 밀실에서 군인들을 증강시키고 군수물자와 무기들을 늘려 비축하는 회의를 하고 결정을 내리는 자들은 그 구실로 평화를 내세우지만, 그 증강의 본질은 더도 덜도 아닌 ‘전쟁’이다. 세상은 ‘적란운과 별똥별과 오솔길’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단것과 뇌물과 회의’에 빠진 사람들로 나눌 수가 있다. 앞서의 사람들이 지구 자원을 사랑하는 착한 생태주의자들이라면, 뒤의 사람들은 지구 자원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하려는 사람들이다. 뒤의 사람들 때문에 지구는 유례없는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문제는 뒤의 사람들이 자꾸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더 많은 자연들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지구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지구는 큰일났다!“...』 (p.217)


  단순한 삶을 말하기는 쉽지만 단순한 삶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트랜드는 감기처럼 반짝 유행하였다가 다시 잠복기에 접어들기를 반복한다. 내가 온전히 내 뜻대로 내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인지 가늠해 볼 때마다 석연치 않다. 탐미주의자는 아닐지언정 아름다움의 실현이나 실현된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다. 해가 바뀌면 원하지 않아도 새로운 한 해를 이렇게 저렇게 희망하고 싶어진다. 그러니까 아름답고 싶다, 단순하여서...

 

장석주 /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 문학세계사 / 221쪽 / 2016 (2016)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댓글 0 접어보기

한줄평 (12건)

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