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대란?문제는 탄수화물이 아니라 지방이다 1980년에 겨우 1%였던 중국의 당뇨병 유병률은 현재 11%에 이른다. 지난 30년간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한 가지 질병이 급격히 만연하는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환경적 변화, 즉 식생활의 변화를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한다. 농경 생활에서 도시 생활로 이행하면서 채소, 콩류, 통곡물 등의 복합 탄수화물이 70%를 차지하던 중국 전통 식단이 밀가루, 설탕 등 정제 탄수화물 50%, 지방 35%이 차지하는 서구 식단으로 바뀐 탓이 크다는 말이다. 하버드의대 산하 조슬린당뇨병센터에서 고식이섬유·저지방 위주의 아시아 전통 식단을 당뇨병 예방·치료식으로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아시아인은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제2형 당뇨병에 걸리기 쉽고 미미한 체중 증가로도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같은 식생활의 변화로 대다수 아시아인에게 당 대사 질환이 나타나고 당뇨병 유병률도 최근 급증한 것”(본문 42쪽)이라는 이 책의 진단은 사실 학계의 정설이나 마찬가지다. 한편, 미국이 당뇨 인구를 급증시킨 비만 사회가 된 원인을 탄수화물로 보는 시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문제는 탄수화물 자체가 아니라 저식이섬유 정제 탄수화물이다. 정제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쉽게 지방으로 바뀌어 체지방 축적을 심화시키는데, 체지방 과다는 당뇨병을 유발하는 후천적 위험요인 중에서도 최우선 조건으로 꼽힌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긴 현대인의 생활방식도 문제를 키운다. 하루 섭취 칼로리가 신체활동과 대사활동을 통해 소모되는 칼로리보다 많은 에너지 불균형(에너지 섭취량과 에너지 소모량의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면 잉여 칼로리가 체지방으로 더 많이 저장돼 당뇨병 진행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늘수록 당뇨 진행 속도도 빨라진다 당뇨를 부르는 인슐린 저항성은 사실 골격근부터 시작된다. 식후 포도당의 80%는 골격근에 흡수돼 에너지로 바뀌는데, 근세포에 미세지방이 침착되면 포도당 흡수 능력이 떨어져 혈액에 포도당이 남아 있게 된다. 근육에 지방이 침착되면 정상적인 ‘인슐린 작용에 저항하는’ 상태인 인슐린 저항성은 더욱 높아지고 당뇨 진행 속도도 더욱 빨라진다. “당뇨병 환자는 식후 포도당을 흡수하는 근육 기능이 절반 수준으로 저하돼 있”(본문 94쪽) 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혈중 포도당은 혈관에 남아 각종 질환(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뿐 아니라 혈액을 통해 전신을 떠돌며 조직을 손상시켜 기타 합병증 위험을 더욱 높인다. 당뇨 발병의 최초 징후가 근육의 인슐린 저항성인 만큼 신체활동량을 늘려 지방을 더 많이 연소시키면 초기에 당뇨병을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조슬린당뇨병센터에서는 운동이 지닌 이 같은 당뇨 억제 효과에 일찌감치 주목해 자체 연구를 통해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이 책에 소개된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스트레칭법은 당뇨 단계와 신체적 조건에 따라 완급 조절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다. 당뇨리셋, 일시적인 처방이 아닌 평생 실천해야 할 생활의 원칙조슬린당뇨병센터가 제안하는 처방은 식습관 교정과 규칙적인 운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당뇨가 유전적 취약성과 수많은 내외적 요인이 복합돼 발병한다는 사실은 위험요인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조슬린당뇨병센터는 그간의 주요 연구 성과들을 분석해 염증 및 활성산소 활동, 스트레스 등 기타 당뇨병 위험인자를 자세히 규명하고 그에 따른 8가지 대처법을 제시하여 당뇨의 원인과 관리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있다. 조슬린당뇨병센터가 개발한 12주 프로그램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앞서 소개한 8가지 핵심 전략들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상세히 안내하는 12주 프로그램은 이들 전략이 임시방편이 아닌 평생 실천해야 할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또한 12주에 걸친 실천 경과를 추적할 수 있는 ‘당뇨리셋 일지’를 활용하면 몸이 차차 ‘리셋’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각 프로그램의 효과를 가늠해 보고 자신의 몸에 가장 알맞은 당뇨 예방·치료법을 스스로 알아볼 수 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어찌 보면 당뇨병도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악조건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당뇨 환자 300만 명 시대, 당뇨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삶을 희망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 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