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행복으로 통하는 열쇠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안에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 사랑을 쏟을수록 우리는 사랑으로 충만해진다.
그 사랑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지 못할 때도 그렇다.우주와 마찬가지로 사랑은 우리를 이해시킬 의무가 없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단순히 내가 나를 합리화 하기 위해서 였다.내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나보다 더 나은 직업을 가진 여성이 쓴 책을 읽으면 뭔가 더 설들력이 있을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내심 그래서 그녀는 그녀가 바라던 남자를 만났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마음으로 떨려하면서 다음 페이지 그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그녀가 일기 처럼 써내려간 글들은 솔직하게 다가왔고,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내 이야기 같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왜 내 사랑은 가장 힘든것 같고, 왜 내 맘처럼 되지 않았을까? 하며 이불킥을 날리던 그 지나간 사랑들에게................................ 물론 현재의 혼자있음이 좋을때도 있고, 함께 있어서 좋았던 순간들도 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끔 사람들은 지나간 사랑은 잊어야만 한다고 얘기하고,지나간 얘기 꺼내면 뭐하냐고 말한다.나는 그런데 그런 주류의 이야기가 맘에 들지 않는다.
지나갔다고 사랑이 아니고, 결혼하거나 어떤 인연으로 존재 하지 않는다고 그 모든것이 존재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그녀의 말대로 사랑은 누군가가 죽어도 그 사람을 향한 사랑은 계속된다.존재한다는것이다.
나는 그 구절에서 구구절절 정말 공감했다.
잊어 보내야 할 사랑도 있고,사람도 있다는것은 안다.현재를 살아가는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너무 사람들은 지나간 사람을 잊어라,잊기 위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라고 말한다.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잊어질 사랑도 아니고,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것은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주제들을 그리고 아! 내말이! 하는 내용들이 얼마나 많은지................... 진짜 단짝 친구가 내 말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느낌이었다.
내가 열심히 사랑하고 잃지 않았다면 나는 질문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질문에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고,답을 구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슬픔과 분노,무관심,단조로움,의기소침,그리고 두려움을 인정하는 한편 우리는 그 감정들에서 스스로를 구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어렵다.
그러니까,왜 내 사랑만............이라고 하지 말고,그 어려운 사랑을 더 열심히 해보고,
또 열심히 노력해보고...그런 시간들을 거쳐내고 나서 더 좋은 인연으로 발전 하거나,
남자를 쉬어가거나... 남들의 눈이나 고정관념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니까 하는것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라는 것이 더이상 완벽하지 못하거나,흠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가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사랑할수 있을때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
뻔한것 같지만,사실 그것 조차도 잘 못하고 있다.
어떤때는 남들은 다 가정을 이루고 사는데, 나는 뭐하는걸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때 결혼을 했어야 했는데...로 시작하면서 눈물이 날때도 있었다.
그러나,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것 보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살고 있다는 것은 등쌀에 밀려서 결혼을 하기 싫은데 하는것 보다,원하는 삶에 원하는 사람과 함께 할 준비를 하고 원할때 하는것도 늦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외적으로, 내적으로 불어닥친 태풍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복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극복의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여성에게 '평범하게' 강요해오던 약속을 뿌리치게 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사회에서 일찍이 점령하고 있던 것들을 그녀가 뿌리치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그것들이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좀 더 또렷하게 비춰주는 책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영면으로 불어닥친 태풍을 연애라는 방법을 통해 극복하려고 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시간의 희소적인 부분을 직면하면서부터 그녀의 태풍은 시작된다. 죽음이라는 자연법칙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저자가 겪는 후회를 통해 자신에게 어떤 미래가 필요할지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저자의 어떤 모습까지 바라볼 수 있었을지를 떠올린다.
아버지가 그녀의 곁에 있음을 방증하는 것은 그녀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이루는 것이다. 가족을 이루는 것은 부모라는 삶에 좀더 내밀하게 닿는 순간이 오고, 부모의 삶을 이해하게 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 더 공감하고 싶었던 것이 저자가 바라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다보니 부재하는 아버지에게 그녀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가족을 이루려면 결혼이 필요하고 결혼을 위해서는 연애라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방법으로 '연애'를 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얻고 싶었던 것들은 좀처럼 얻기 어려웠고 '연애'라는 수단으로 수렴하게 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연애와 결혼, 가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본다.
이 과정에서 그녀가 직면한 것들은 일상에서 익히 접해왔던 것들이자 사회가 일찍이 규정해왔던 것들이 그녀가 연애라는 수단을 선택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족과 결혼은 반드시 이성이 구성원이 되지 않아도 되고, 그 목적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의지하고 보듬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것이며, 자신이 선택한 '연애'라는 수단 역시 일으켜주고 싶고 그와 동시에 의지하고 싶어지는 타인이 생겼을 때를 위한 것임을 알게 된다.
저자는 세계가 미리 정해놓은 이데아를 벗어던지면서 그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의 이름을 찾아다니며, 그 감정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고민한다.
그녀는 오롯이 슬퍼하고 추억하는 일이 필요했고, 연애라는 수단이 자신의 마음상태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통해 연애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녀가 내린 선택이자 고민에 대한 결론을 '연애 디톡스'라고 명명한다.
그러자 과거의 자신과는 다른 넓고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되었고, 내면에 닥친 갈등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건과 삶에 대한 애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용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은 저자가 자신만의 고민과 사유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 맞서서 자신의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세계를 새로 구축한 과정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단순히 '연애디톡스'나 연애가 무의미하다는 의미에서만 그친다면 자칫 아쉬운 독서가 될 수 있다.
p54 성인이 되고부터 인도를 방문할 때마다 친척들은 내가 남편이 없다는 사실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결혼을 강권했다. 나는 내가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임을 설명하려 했지만 내 직업적 성취에 대한 흥미는 금세 시들해지고 대화는 언제나 정착에 관한 질문을 향해 다시 방향을 틀었다.
작가는 UN에서 국제 구호원으로 일하기 전에 BBC, CNN, 알자지라, 세계은행, 내셔널지오그래픽, TED, 콘데나스트 출판사 등에서 일한 이른바 잘나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럼에도 결혼안했다는 이유로 불완전한 존재로 취급받는 그녀를 보니 사회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도 한국사정과는 별 다를바가 없는가보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녀는 아버지쪽(미국) 문화도 함께했기에 인도친척들의 꼬드김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던 점이다. 결혼은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라 세뇌되서 결혼을 하였더라면 자유를 빼앗긴채 남편이란 족쇄에 묶여 살았을테니까. (아니면 족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여러 고생을 했을것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와의 관계를 쉬기로 했으니까 연애 이야기가 없을거라 방심하고 있었다.
p72 J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결혼한 상태였다.
p73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 문이 열리기 마련이라고. 그러나 그 감정은 계속 머물렀다.
p74 날이 궂거나 맑거나 매일 아침마다 15분 동안 명상했지만 여전히 내 머릿속을 채운 그녀에 대한 생각에 하루 종일 끌려 다녔다.
생각해보니 작가는 남자를 쉰다고 했지 연애를 쉰다고 하지 않았다!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녀가 다양한 커리어를 쌓으면서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는 걸 보면 넘치는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분출시킬 대상이 필요했던게 아닌가싶다. 그게 연애고 남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남자를 쉬면서 작가는 깨닫는다 인생에는 다양한 길이 있고, 남자와 함께하지 않아도 되는 삶도 있다는 것.
결국 자신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자기 머리로 생각해서 확실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사회적 통념에 따라 남들 사는 삶 그대로 산다. 그게 사회가 정해준 정답이니까 사회적으로는 평타치는 거지. 그런데 그렇게 살다가 어느날 자신이 정말 원하는걸 깨달았을때는 얼마나 허탈할까?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엔 너무 안주해버린 뒤다. 딱 죽지 않을 만큼의 약불지옥이다.
책 초반(p55)에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남자를 끼고 살지 말아야할지 아직 결정을 못내린 상태로 보인다. 그래서 책 중간중간 남자의 매력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p55 이모는 엄마가 우리 집에서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 아빠가 전혀 아무렇지 않았던 것에 대해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성의 지성과 성공에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길을 추구하게 된다면 남자들 앞에서 덜 똑똑한 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길은 달랐다. 몇 년간 나만의 길을 만들어나가면서 예측 가능한 길을 걸었을 때보다 좀 더 심도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었다.
진작에 남자 버렸면 마음고생, 시간낭비 덜했을텐데. 하지만 어떤 교훈을 얻을려면 비싼 교육비를 치루기도 한다.
책 후반부에 가서 작가는 스스로와의 결혼식을 올린다. 그녀는 맹세문을 읽는다.
P188 무심한 소떼가 해변을 따라 느긋하게 걸어 내려왔고 나는 조용히 전날 밤 써두었던 맹세문을 읽었다.
나, 나타샤는 전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행복과 의미를 추구하기로 다짐하고 나만의 진정성 있는 인생의 길을 계속 만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나, 나타샤는 나만의 인생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여백을 허용하고 행복에 계속 집중하겠습니다. 그리고 느리게, 마음챙김을 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나, 나타샤는 내 안의 지혜를 잘 활용할 것이며 내 안에는 언제나 본보기로 쓸 수 있는 무한한 지혜가 보존되어 있음을 잘 이해하기로 약속합니다.
이 맹세문을 내 이름을 넣어 소리내서 읽어보았다.
어쩐지 힘이 나는 것 같다.
이 맹세문은 남자를 배제하는 삶을 살겠다는 선언이 아닌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보는 데에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자기 선언과 같다.
결국 혼자 살든, 누군가 함께 살든, 나는 내가 돌보아야 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