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진 저
최정균 저
조명현 저
이정우 저
이도형 저
김충식 저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당신의 아들이 자라면서 당신과 이 대화(아버지는 왜 보수인가?)를 더 깊이 있게 이어가고 싶어 할 때, 그가 던지는 모든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실 수 있게 하기 위해 쓰여 졌다.(p.6~7)”고. 진보가 넘치는 세상(?). 보수가 정권과 가치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보수란 무엇인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진보주의자를 이겨내기 위한 전도서가 바로 전성철이 쓴 <보수의 영혼>이다. 그리고 자신이 한 때 민주당으로 강남(을)에 출마 했던 前 ‘진보’로서 ‘보수’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보수주의자로 살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보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다. 그리고 자유가 가장 보장되는 곳이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게 보수의 중요한 임무다. 자유를 수호하고 시장을 지켜내기 위해서 ‘법과 질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수를 독재나 수구와 구분 짓는다. 진보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야라고 주장한다. 보수는 사안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며, 진보는 미시적으로 접근한다. 또한 진보는 평등을 추구한다. 보수는 절대 나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어째서 진보가 인기가 있는가. 그것은 단순하고 명쾌하기 때문이다. 평등을 추구하는 진보는 약자를 돕는다는 명분이 있기에 쉽고 받아들이기도 편하다. 착한 사람이 되는 방법인데 누가 싫어하겠는가?
보수에 대해서 고민을 한 사람답게 아주 쉽게 풀어 썼다. 아무래도 ‘알기 쉽게’ 쓰려다보니 단순화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 서론에서 나오든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설명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역할은 다르고, 둘 다 하나의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하다.(p.151)”고 말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실재로 세부 사항들에서는 전혀 반대의 느낌이다. 예를 들면 보수와 진보의 중점 차이를 들 수 있다. 쉽게 말해 보수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다는 정도의 의미였지 싶다.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지만, 보통 이런 표현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차라리 다소 어려운 단어로(?) 보일지언정 보수는 거시적 차원에서, 진보는 미시적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말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자기도 모르게 본심을 표현한 게 아닌가 한다.
더불어 저자가 생각하는 보수의 가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어떤 결과를 유도할지 모르겠다. 시장은 늘 옳게 굴러가지 않는다. 우리 모두 그 결과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선택의 폭이 무한정 넓어진다고 행복하거나 자부심을 가지지 않는다. 무한한 선택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다. 또한 우리나라 노조 조직율은 11.8%(2018년 기준)인데, 이정도가 노조공화국이라는 표현에 합당할까. 오히려 10% 내외의 노조에게 휘둘리는 시장체제라면 너무나 무능한 것 아닌가? 대체고용권 확보가 “정부 개입 없이 노사 평화를 이루는 마법 같은 제도(p.217)”라 주장하지만, 세상에 마법과 같은 제도는 없다. 균형 잡힌 시각인 척 말했지만, 진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보수와 진보 중 보수가 더 우선적 가치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먹고사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은 그다음이다.(p.275)”라고 말하며 보수가 우선임을 말한다. 세상에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사람이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설사 먹고 사는 것이 최우선의 가치이더라도 그것이 보수만의 가치일까?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삶의 본질적인 문제이지,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 것이 최우선인 우리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 보수의 가치가 단순히 먹고 사는 것, 혹은 잘 사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이 진보의 가치가 실현된 세상인가? 보수의 가치가 실현된 세상인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저자가 보수의 가치를 쉽게 표현하려고 단순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좌우를 경험했다는 사람으로 균형감 있는 보수의 가치를 기대했다.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해 아쉽다. 다만, 저자의 마지막 제언에는 동의 한다. 보수든 진보든 어떤 이념이든 해당한다. “강하고 유능하다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이념적으로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념에 맞는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이를 국민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p.273~274)” 이념과 이상도, 소통도 없다면 보수든 진보든 망하는 건 공평하게 마찬가지니까.
---------------------------------------------------------------------------
200여 년 미국의 역사는 한마디로 ‘보수와 진보의 경쟁과 갈등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8
미국의 헌법 정신 중 특히 “사람은 자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을 가지고(p.8)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 명제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p.9
좋은 조직, 좋은 사회란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p.27
자신이 필요한 것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즉 ‘자족’에 대한 기대가 있다. 또 여러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주는 ‘자존’이 있다. 자부심은 바로 ‘자족’과 ‘자존’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어울릴 때 발생하는 심리 상태인 것이다. p.30
시장이란 한마디로 자유가 ‘제도화’된 곳이다. p.46
시장의 핵심 요건은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법과 질서’는 시장을 옹호하는 보수의 핵심적인 가치 중의 하나다. p.55
진보란 한마디로 자유가 주어졌을 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평등’을 교정하자는 이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교정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자유를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p.61
우리 정치 시스템은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이것은 한마디로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독재의 유산이다. p.102
우리 국회에는 ‘자유와 선택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명령의 원리’가 작동되는 독재 정권 체제인 것이다. p.109
좁게 보면 진보가 될 수밖에 없고, 넓게 보면 보수가 될 수밖에 없다. p.141
독재는 항상 ‘전체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개인’을 중시하는 ‘진보’가 될 수는 없다. 동시에 독재는 ‘자유’를 중시하기 않기 때문에 ‘보수’도 아니다. 다시 말해 독재는 독재일 뿐,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p.143
‘배고픔’에 주로 신경 쓰는 집단을 우리는 보수라고 부르며, 보수는 ‘자유’를 통해 그것을 이루려고 한다. 반면 ‘배 아픔’을 주로 신경 쓰는 집단을 진보라고 하며, 이들은 자연히 ‘평등’을 지상 가치로 추구한다. p.149
보수와 진보의 역할은 다르고, 둘 다 하나의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민주국가의 헌법은 그래서 ‘자유와 평등’을 국가의 두 가지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보수당과 진보당은 각각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두 개의 전위 부대라 할 수 있다. p.151
비경제 분야에서 진보가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느냐에 대한 생각에 따라 진보도 여러 부류로 나뉜다. 그러나 경제는 다르다. 경제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즉 ‘명령의 원리’를 많이 작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지도자는 모조리 실패했다. p.197
누구에게도 이래라저래라 명령하지 않는데 공동의 선이 이루어지는 곳, 그것이 바로 보수가 지향하는 세상이다. p.216
보수는 항상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p.226
가장 좋은 세상은 모든 시민이 첫째, 자유롭고, 둘째, 선택할 것이 많고, 셋째, 그를 통해 자부심을 느끼며 사는 세상이다. p.232
진보의 존재 이유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표현하기가 쉬운 것이다. 가난하고 불쌍한 약자들을 돌보고 포용한다는 진보의 존재 이유는 그렇게 어려울 이유가 없고 어려울 필요도 없다. p.250
정치를 ‘패싸움’이 아니라 정책의 대결장으로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유용한 수단이 바로 ‘정책 청문회’다. 미국 정치는 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 우리나라 청문회는 대체로 국회의원이 사람들, 특히 공무원들 불러놓고 ‘쇼’하는 곳이다. 청문회의 주된 목표가 증인들, 특히 공무원들을 ‘조지는’ 것인 경우가 더 많다. p.267
돈이 좋은 것은 그것이 ‘선택’을 사 주기 때문이다. ... 돈이 없는 사람에게도 선택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정치의 몫이다. p.271
강하고 유능하다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이념적으로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념에 맞는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하고(p.273) 이를 국민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p.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