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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직업에 처음부터 강한 자신감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드물게다. 무엇인가 불안한 듯도 하고 부족한 듯도 한 것이 일을 처음 시작하는 마음이고 행동이다. 간호사란 직업은 더욱 그렇다.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공간에서 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언행 하나가 환자의 몸과 마음에 어떻게 다가갈 지 마음에 담고 있는 상황에서는 거룩한 힘겨움이 가득할 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환자들을 만나고 인정받는 간호사가 되어갔는가?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내용들이 살아서 다가온다.
서른한 살이라고 하면 적은 나이가 아니다. 특히 첫 직장인으로 생활하는 데는 늦은 감이 있다. 그런데 어려운 일, 소극적인 성격 등이 어우러져 병원은 그녀에게 쉽지 않았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생활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성격적인 부분도 많이 작용하겠지만 사람들의 인체를 다루는 일은 생소하고, 미지의 일이었다. 어렵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일들이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는 생각할 여유도 없는 시간들이 지나면서 실수하는 일들도 생겼다. 워낙 일들이 많으니까 놓치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간호사의 실수는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의 생명과 관련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수가 있었을 때는 정말 내가 여기에서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고민과 서러움의 시간도 있었다. 회복과 격려의 시간도 보냈다. 그러면서 백의의 천사라는 호칭에 걸맞게 다듬어져 가는 자신을 만나게 되고, 후배들에게 격려할 수 있는 자신이 되어 갔다.
이 글은 그런 간호사가 되기까지의 특별한 과정, 그리고 환자들과의 에피소드, 간호사들에게 다가드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나가는 마음 등을 중심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간호사들에겐 좋은 안내서가 되고, 격려하는 메시지가 되리라 생각된다. 간호사들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어떻게 견디어 나가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간호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번 코로나로 대구 지역에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났을 때, 사명감을 가지고 대구를 찾았던 간호사들이 생각난다.
책은 저자가 회사원으로 꿈을 잃고 살다가 간호사가 되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그녀는 테레사 수녀의 마음에 감동을 받고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간호복을 입는다. 간호 일을 하면서 실수도 하고 그러면서 버티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여행은 길을 찾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러시아 어학연수는 저자의 생애를 봉사하는 삶으로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새로운 삶의 계기가 여행으로 인해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그녀의 삶 속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여행이 자양분을 공급해 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여행, 참 일탈과 재생으로 삶의 탄력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둔감력에 대해 말한다. 둔감력이란 태연한 자세로, 스트레스를 가볍게 대하고 꿋꿋이 내 일을 계속하는 것을 말한다. 할 일이 많은 곳, 타인과 관계를 많이 맺는 곳 등에 있으면서 다른 일에 휘둘리지 않기는 어렵다. 사실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타인의 입장이 되고, 타인의 마음 안에 들어가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의 얘기를 들어주라고 한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그렇게 할 때 자신을 지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그러기에 저자는 이러한 일에 간호사들에게 둔감력을 발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남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태연하게 내 길을 갈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됨을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 읽어주기를 한다. 주로 긍정으로 마무리하는 감정 읽어주기를 통해 자신의 역할에 대해 스스로 칭찬을 하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확립한다. 그 밝은 이미지는 다시 환자들에게 전이 되고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는, 자신에게도 다스림의 시간으로 이용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간호사의 일을 하면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도 전해 준다. 간호사를 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환자, 사소한 것에 신경 쓰는 중증 환자, 주사를 놓다가 머리채를 잡히기도 한 날, 결혼하자는 환자 등은 그들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요구를 하는 공간에 있으면서 그들에게 소소히 감정적으로 대하다가는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즉 넓게,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사랑이 필요하다.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를 관리해 나가는 마음들이 필요하단 말이다.
저자는 마무리를 하면서 전국의 간호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를 몇 개 적고 있다. <인사를 잘 하다.> <잘 웃자.> <닮고 싶은 선배가 되자.> <일을 찾아서 하자,> <대답을 잘 하자.> <팀웍을 소중히 생각하자.> 좋은 간호사가 되는 길로 안내하고 있는 말이다. <백의의 천사>,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모든 언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일환으로 간호사들에게 전하는 말도 소용에 닿으리라. 그 외에도 간호사들에게 팁이 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전해 주고 있다. 간호사가 되려는 사람, 간호사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간호사, 병원에서 환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호불호가 환자들의 상태로 바로 연결된다. 그러기에 천사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고, 어떻게 바른 길을 찾아가고 있는가? 를 간호를 직접 행한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해 주고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대학 병원을 과감하게 버리고 노인병원을 선택한 저자의 선택과 간호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전언이 마음에 다가오는 책이다. 너무 소소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대국적으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갈 때 시간이 그들 편이라는 것을 말한다. 힘든 간호의 일에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얼마나 간호에 소중한 것인가를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간호는 소명감을 가지고 다가가야 할 일이다.
이 책은 생각지 않은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다. 요즘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책을 읽거나 리뷰를 쓸 여유를 갖기 힘들어서 서평단 응모는 자제하고 있었는데, 제목을 보면서 간호사로 있는 딸아이가 생각났다. 간호사의 생활을 이해한다면 소통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 선택했지만, 이내 후회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관심 분야도 아니고, 시간적인 여유를 갖기 힘들 듯해서다. 서평단에 선정이 되어서 책을 받았을 때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런 인연으로 만나게 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 보겠다.
첫째, 간호사가 된 저자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저자는 스물일곱에 회사원을 그만두고 간호대학에 들어가서 서른한 살에 대학병원의 간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늦깎이 간호사로서 힘겨운 일이 오죽 많았겠는가? 저자는 갖가지 힘겨움과 설움을 참으면서 견디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넉 달 만에 퇴사를 해야 했다. 저자가 겪었던 그 과정들을 내 딸아이도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안쓰러움에 눈시울이 붉어진 것이다.
둘째, 쓰러지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은 저자가 대견했다. 저자는 대학병원에서 노인병원으로 옮겼다. 노인병원이라고 해서 쉬울 리가 있겠는가. 저자가 노인병원에서 적응을 한 저력에는 퇴사 이후 네팔의 히말라야산맥의 트레킹이 큰 도움이 되었다. 걸으면서 고통을 참고 인내한 것이 새로운 병원에서 쓰러지지 않은 예방주사가 되었다고 할까
딸아이도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가 몇 년 만에 개인병원으로 옮겼다. 아내에게 간호사로 겪는 과정을 나누면서 눈물도 꽤 흘린 듯하다. 딸아이가 대학병원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내와 함께 걸었던 제주도 올레길 완주였다고 한다. 그런 고난도 이겼는데, 여기서 질 수 없다는 오기로 버텼다고 한다. 대학병원에서 7년 만에 퇴사를 할 때 선배들이 말렸다고 한다. 어려운 과정은 다 지나갔고, 이제 꽃길이 펼쳐질 텐데 왜 그만두냐고? 딸아이는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패배자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다고.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간호사 생활을 하겠다고. 저자가 걷기를 이긴 체험을 바탕으로 직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까지 딸아이와 닮았기에 더욱 친근감을 느꼈다.
셋째, 딸과의 소통에 도움이 될 듯해서 고마움을 느꼈다. 딸아이가 집에 와서 힘겨움을 토로할 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꽃길만 펼쳐진 직장은 없다. 아빠의 직장인 교사를 아주 편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다른 직업을 가진 내 친구들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버티고 있다. 네 직업인 간호사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답도 아니다. 나는 딸아이가 간호사로서 겪는 어려움을 전혀 모른 채 교과서적인 대답만 했던 것이다. 저자의 글을 통해 간호사 생활의 힘겨움을 보면서 새삼스레 사정도 모르면서 훈계만 한 나를 자책했다. 다시 딸과 대화를 할 때는 나는 아마 지금까지와는 다른 말을 할 것이다.
넷째, 간호사와 병원 동료는 물론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동료 간호사들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공감과 함께 위로를 받게 될 듯하다. 자신들이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일이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라 대부분의 간호사가 걸었거나 걷게 될 일임을 아는 것은 공감과 위로를 느끼면서 자신도 이길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되지 않겠는가? 특히 5장에서 저자가 후배 간호사들에게 전하는 전언은 신규 간호사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
의사나 간병사 등 동료들도 간호사들의 애로사항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짐작은 했겠지만 저자의 진솔한 표현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환자 역시 질병으로 고통받는 자신 못지않게 간호사도 힘들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런 이해는 서로의 소통에 도움이 되면서 간호사들이 더 양질의 간호 업무를 하게 되는 선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앞서 언급했다. 신규 간호사들에게는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일 것이고, 동료 간호사들에게는 자신의 업무에 보다 충실할 수 있는 안내이자 응원이 될 것이다. 다른 직장인들과 앞으로 직장인이 될 중고생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현대는 누구나 힘든 세상이 아니겠는가? 저자가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