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0일
이 책은 먼슬리 에세이,라는 시리즈 물로써, '공간욕'이라는 주제로 쓰여진 책이다. 아마도 저자가 원고 의뢰를 받고, 책을 읽는 공간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책방을 선택하고 여기저기 떠오르는 단상을 쓴 책으로 보인다.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책을 읽는 공간 역시 별도로 주어진 자신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시끄럽게 이야기하는 곳에서는 책에 집중하여 읽기가 힘들다.
자신만의 시간, 자신만의 아늑한 곳, 자신만의 온도,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책도 잘 읽을 수 있다. 그곳이 밤 늦은 시간 거실 쇼파의 한쪽 귀퉁이여도 그렇다.
"이때 다시 한번 상기할 것, 집안일은 하지 않는다. 안 그럼 걸레질하고 빨래하는 사이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되고, 책 한번 못 펼쳐보고 어느 새 저녁이 돼버릴 테니까." (20쪽)
저자는 집에서 책을 읽을 때에는 절대 집안일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책에 쓰인 대로, 집안 일에 손을 대는 순간, 책을 읽는다는 건 사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넓게는 공간이라고 썼지만, 좁게는 책방이다. 그것도 저자가 직접 운영하는 "밑줄서점" (이런 책은 꿩 먹고 알 먹기다. 자기 서점도 홍보하고 책도 내고)
밑줄서점은 책을 팔기도 하지만, 책을 책방에서 읽고 갈 수 있도록 일일사용권을 주는 독특한 시스템의 서점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책방 열기를 꿈꾸어 왔다. 하지만 먹고 사는 일을 책방 수입만으로 할 수 없었기에 늘 가족으로부터 진지하게 꿈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이렇게 늙다보면 영원히 책방을 열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노년이 되어서도 생계 유지가 안 된다면 돈을 벌어야 할 텐데, 그렇다면 수입 보장이 안 되는 책방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꿈을 계속 안고 있기에 이런 책방 관련 책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책방을 열기 15년 전에도 책방 여는 게 꿈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집 앞 5분 거리에 책방을 열었다.
"나는 왜 그렇게 책방이 하고 싶었을까? 대단한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나만의 공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독서)을 하는 게 꿈이었을 뿐." (33쪽)
나도 이 질문 앞에서는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
얼마 전 옆지기와 또 챽방 얘기를 했다.
나: 만약에 말이야. 연금 같은 걸로 생활이 얼추 맞춰지면, 생계 걱정 없이 나, 책방 해도 될까? 하나뿐인 인생. 나 좋아하는 일 한번은 해보고 죽고 싶어.
옆지기: 근데 왜 당신은 그렇게 책방을 하고 싶어?
나: ...
난 책방을 열어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책을 하나의 상품으로 본다면 그저 상품 파는 판매원인데, 나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저자는 책방을 여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고 말한다. 이 직업은 개인의 성향에 매우 좌우된다. 작은 책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람도 찾아오지 않는 적막한 곳에 우두커니 혼자 있는 시간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책방 주인 되는 건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그렇다면 나에게 딱 맞는 일이 아닌가.
나는 그 생각에 크게 안도했다.
그녀는 말한다. 삶이란 점을 찍는 일 같다고. 그 점을 계속 찍어나가다보면 선으로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고. 그게 바로 꿈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꿈은 더 단단해졌다.
그래. 은퇴를 하면, 꼭 책방을 해야지.
작은 공간에 내가 좋아했던, 내가 읽었던 책을 진열하고, 팔고, 나누어야지.
책방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나누는 곳이니까.
나만의 책 읽는 공간이 생기고, 책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오늘도 책 한 권 읽고, 내 꿈의 점 하나를 찍는다.
숲노래 책읽기 2022.5.15.
읽었습니다 137
“행복하셔요?” 하고 묻는 이웃님이 늘어납니다. “전 ‘행복’이란 뜬구름 같은 말은 안 씁니다.” “‘행복’을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우리말로 하자면 ‘즐거움’이나 ‘기쁨’ 가운데 하나일는지 모르지만, 요새는 으레 ‘좋다’라는 뜻으로 ‘행복’이란 한자말을 쓰는 듯해요. 그러나 저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닌, 그저 제가 나아갈 길을 바라보며 오늘을 지을 뿐이라, 제 삶은 늘 삶일 뿐 ‘행복·불행’이란 낱말로 그릴 수 없어요.” 아직 안양에 발디딘 적이 없어, 고흥에서 안양마실을 할 날을 그리다가, 마음으로 먼저 가면 된다고 여기며 《자기만의 (책)방》을 읽었습니다. 글님은 마을책집 〈밑줄서점〉을 가꾸는 길을 걷습니다. ‘길다’에서 태어난 ‘길’일 수 있고, ‘길’에서 태어난 ‘길다·길이’일 수 있습니다. 말밑인 ‘기’는 ‘키’하고 맞닿으며, ‘기르다·키우다’가 나란해요. 삶을 사랑하려는 살림길이니, 둘레가 아닌 하루를 보면 늘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책)방》(이유미 글, 드렁큰에디터, 2020.9.7.)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