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 마음서재 | 2020년 11월 20일 한줄평 총점 8.0 (35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30건)
  •  eBook 리뷰 (0건)
  •  한줄평 (5건)
분야
소설 > 한국소설
파일정보
EPUB(DRM) 28.89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카드뉴스로 보는 책

책 소개

부서지기 쉬운 삶에서
끝끝내 찾아낸 사랑과 희망의 빛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0년 만에 소설가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이은정 작가가 첫 소설집을 펴냈다. 2018년 단편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동서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그가 산문집 『눈물이 마르는 시간』, 7인 연작 에세이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공저)에 이어 소설가로서 처음 펴내는 작품집이다. 신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작가의 단단한 내공이 응축된 책으로 모두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삶이 완벽한 어둠으로 다가올지라도 절망 뒤에는 희망이 웅크리고 있음을 온기 어린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이 소설집에서 작가는 존재의 이면을 끈기 있게 응시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주고받은 평범하지 않은 상처에 대해 그린다. 상처를 주거나 상처받는 이들은 가족, 부부, 친구, 이웃의 이름으로 서로 얽힌다. 작가는 이들 관계의 단면을 부각함으로써 “희망과 사랑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비극적 감성으로 표출”한다. 더불어 구모룡 평론가가 해설에서 말한바, “수직적 초월이 불가능한 세계, 모두가 상처받고 고통을 감내하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한 가닥 빛과 물줄기를 찾아낸다.” 서늘한 충격을 안겨주는 표제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을 비롯하여 이 한 권의 책에 실린 소설들로 우리는 이 작가를 한국문학의 뜨거운 신예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잘못한 사람들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그믐밤 세 남자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
친절한 솔
숨어 살기 좋은 집
엄 대리
개들이 짖는 동안

작품 해설│구모룡(문학평론가)
부서지기 쉬운 삶과 존재의 이면

작가의 말

채널예스 기사 (1개)

저자 소개 (1명)

저 : 이은정
단편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2018년 동서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0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웹진 『같이 가는 기분』에 손바닥 소설을, 계간지 『시마詩魔』에 ‘이은정의 오후의 문장’ 코너를 연재 중이다. 저서로는 소설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과 산문집 『눈물이마르는 시간』, 『쓰는 사람, 이은정』, 『시끄러운 고백』 등이 있다. 장편소설 『지니, 너 없는 동안』은 램프의 요정 지니를 놀라운 상상력으로 재창조해서 그려낸 판타지 성장 소설이다. 단편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2018년 동서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0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웹진 『같이 가는 기분』에 손바닥 소설을, 계간지 『시마詩魔』에 ‘이은정의 오후의 문장’ 코너를 연재 중이다. 저서로는 소설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과 산문집 『눈물이마르는 시간』, 『쓰는 사람, 이은정』, 『시끄러운 고백』 등이 있다. 장편소설 『지니, 너 없는 동안』은 램프의 요정 지니를 놀라운 상상력으로 재창조해서 그려낸 판타지 성장 소설이다.

출판사 리뷰

“이은정의 인물들은 부서지기 쉬운 삶에서 생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는 의지를 잃지 않는다. 사랑과 희망의 미미한 빛을 포기하지 않는다.”
- 구모룡(문학평론가)


누군가의 고단한 삶, 상처받은 마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 이은정 작가는 그런 사람이다. 밥 대신 글을 택한 그가 ‘무명작가’로 20년을 살아오면서 견딘 가난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이에게는 타인의 고단함이 더 잘 보이는 것일까. 절망이 깊이 드리운 이들의 삶을 작가는 온기 어린 시선으로 끈기 있게 응시해왔다. 삶을 치열하게 붙들고 있는 그의 소설이 더 깊고 넓은 공감의 지점을 만들어내는 이유다.

문단을 떠들썩하게 할 만한 데뷔는 아니었어도 이은정 작가는 쉬지 않고 성장했으며, 천천히 작가가 되었다. 그가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문장들은 어느덧 여덟 편의 소설로 모였고,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이란 표제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 부서지기 쉬운 삶을 아슬아슬 살아내는 사람들의 내밀한 삶을 비추며 희미한 별 하나 찾아지지 않는 ‘연탄 같은 하늘’을 이고서 다만 오늘을 살아갈 뿐인 모두에게 진한 위로를 보낸다.

“슬픔을 머금은 사람의 등 뒤에서 언제나 빛나고 있었을
저 별들은 정작 보아야 할 대상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표제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비틀린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가 맹목과 집착으로 나아가 한 가족을 폭력의 극단으로 몰아가는 이야기다. 미진과 미주 자매는 아버지의 폭력에서 기인한 부모의 불화를 지켜보며 자랐다. 불안과 슬픔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자매의 영혼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 그 모습을 그려내는 작가의 묘사가 현장을 목도하는 듯 생생하다.

“묵직한 어떤 물체가 왼쪽 벽에 부딪히면 곧이어 사기 재질의 어떤 것이 오른쪽 벽에 부딪혀 쩍 하고 소리를 냈다. 씨발년이 왼쪽 벽에 부딪히면 개새끼가 오른쪽 벽에 부딪혔다. 옷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뺨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죽어라’와 ‘죽여라’가 안방에서 합창하며 클라이맥스를 찍었다.” _p.52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에서

엄마의 상처는 고스란히 딸들에게 전염되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같이 살면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면 그들이 완벽하게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이란 과연 무얼까. 우발적인 듯하지만 필연에 가까운 폭력으로 이들은 마침내 가장 완벽한 이별을 맞이한다. 담담한 서사에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아 독자를 서늘한 충격에 빠뜨리는 문제작이다.

「잘못한 사람들」 역시 사소하고 우연인 듯한 사건이 점점 복잡하게 얽히면서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새벽녘 친구 세호의 전화를 받고 술자리에 불려 나온 ‘나’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직장에서 잘린 친구의 신세 한탄이려니 했던 술자리는 점점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자신이 어쩌면 폐지 줍는 할머니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세호의 고백 때문이다. 친구 세호에 내재한 분노가 폐지 줍는 할머니에 대한 폭력으로 표출된 것이다.

“나는 잘못 하나도 안 했는데 어릴 때는 처맞고 커서는 회사도 잘리고 그러는데, 왜 잘못인 줄 알면서도 잘못하고 사는 거야? 어? 잘못인 줄 알면 안 그래야지! 어?” _p.20 「잘못한 사람들」에서

도시의 남루한 골목에서 발생한 우발적 폭력은 ‘나’의 안온한 삶을 일거에 흔들어놓는다. 개인의 분노에서 비롯된 듯한 이 폭력은 “사회의 병적 징후를 내포하며, 연관이 없는 인물이 희생양이 되는 구조적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 밖에 ‘도시 탈출’을 모티브로 한 「숨어 살기 좋은 집」, ‘귀향’을 모티브로 한 「그믐밤 세 남자」 「개들이 짖는 동안」 등도 작가의 서정적 문장과 특유의 섬세함이 반짝이는 소설이다. “모두가 상처받고 고통을 감내하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 이은정 작가로 인해 우리는 비로소 생을 비추는 “한 가닥 빛을 찾아낸다.” 이 한 권의 책에 실린 소설들로 우리는 이 작가를 한국문학의 뜨거운 신예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들을 쓰면서 끊임없이 떠올린 단어는 ‘가해자’와 ‘피해자’였다. 이분법으로 말해도 되는 것인지 깊게 고민해야 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거나 받아야 했던 평범하지 않은 상처들은 생각보다 너무 많았고 나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 매번 내가 피해자이기만 했는지 생각하는 내내 몸이 아팠다. 내가 찾은 어설픈 답을 여덟 편의 소설로 남긴다. 평화롭고 무해한 세상에서 나와 당신, 그리고 아이들의 영혼이 안전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소설이 아니라서 미안하다.
― ‘작가의 말’에서

해설

사랑스러운 가족, 평화로운 마을, 아름다운 도시는 거의 환상에 속한다. 흩어지거나 해체되는 가족, 줄어들거나 소멸하는 마을, 불평등과 갈등의 도시가 현대의 구체적 진면에 가깝다. 이은정의 소설이 포착하는 지점은 미시적인 관계의 이면에 도사린 삶의 부조리함이다. 신체적 개인은 가족과 사회가 형성하는 중첩된 관계의 역장力場 안에 있다. 작가는 관계의 단면을 부각하면서 소설가의 특권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의 관계가 두드러진 서술로 나타나거나 극단의 상상이 도출되기도 한다. (…) 이은정 소설의 주조는 암울하다. 희망과 사랑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비극적 감성으로 표출한 까닭이다. 훼손되고 타락한 세계를 초월할 푸른 하늘과 별빛을 찾기 어렵다. 수직적 초월이 불가능한 세계, 모두가 상처받고 고통을 감내하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한 가닥 빛과 물줄기를 찾아낸다. 생성과 재생, 갱생과 부활의 징표가 없지 않다. 작가의 고단한 의지가 빛난다.
―구모룡 (문학평론가)

종이책 회원 리뷰 (30건)

구매 파워문화리뷰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소* | 2022.03.30


 

이은정 작가의 첫 소설집 『완벼하게 헤어지는 방법』

 

<잘못한 사람들>,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그믐밤 세 남자>,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 <친절한 솔>, <숨어 살기 좋은 집>, <엄 대리>, <개들이 짖는 동안> ..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등... 평범한 사람들의 상처를 담아낸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인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가족 폭력으로 인해 위태로워지는 가정의 모습을 그렸다. 아버지의 폭력, 부모의 불화의 목격. 엄마의 상처는 미진, 미주 자매가 그대로 흡수하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만들고.. (하아..) 담담한 우발적인 폭력의 상황이 조금은 섬뜩했으나 그랬을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와 자매의 편에 서게 되기도 했던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거나 받아야 했던 평범하지 않은 상처들은 생각보다 너무 많았고 나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 매번 내가 피해자이기만 했는지 생각하는 내내 몸이 아팠다. 내가 찾은 어설픈 답을 여덟 편의 소설로 남긴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인상깊었던 작가의 말.. 책 속에 담긴 여덟 편 모두.. 여러모로 쓸쓸하고 어둡고 위태로운 이야기들이었다.. 상처와 고통이.. 절망과 비극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평범하지 않은 상처들.. 여덟 편의 소설 속 작가가 찾은 답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 책 속 문장 Pick

 

기필코 잊어버리고 말겠노라 다짐했던 기억들은 기필코 어딘가에 짱박혀 있다가 제 맘대로 이제는 괜찮다는 듯 기억의 주인을 껴안고 일상을 흔들고 만다.  p.42 _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고함과 비명. 둔탁한 무언가를 집어 던지자 유리 재질의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 욕하는 소리와 울음소리. 무언가를 벽에 찧는 소리. 다양한 소리. 늘 똑같은 공포. 미진은 어린 미주의 몸을 이불 속 깊이 파묻고 자신의 몸으로 감싸곤 했다. 미주가 아무 소리도 듣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p.49 _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글쎄…… 그건 아주 심오한 얘긴데, 기억 위에 기억을 얹는 거지."  p.53 _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그들은 서로에게 살가운 존재는 아니었지만, 그 누구도 완벽히 떠나진 않았다. 서로의 기억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솎아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은 한집에 머무르며 미진의 말대로 기억에 기억을 덧칠하려고 노력했다.  p.59 _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쓸쓸하고 어둡다. 계속 아프다. 계속 암울하다. 계속. 정말 계속.

 

붙잡기도 어려운 아슬아슬함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무거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위태롭게 벼랑끝에 있는 글자들이 책 끝을 잡고 한없이 무너지는 쓸쓸함의 무게가 좋았다. 이상하게 그랬다. 이건 아마도 이은정 작가만이 전할 수 있는 누구에게도 무해하지 않은 온기가 아닐까...

 

 

 

#완벽하게헤어지는방법 #이은정 #마음서재 #소설집 #단편소설 #단편소설집 #추천도서 #책추천 #내돈내산

 

* 본 서평은 해당 도서를 직접 구입하여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주*야 | 2022.01.11

나는 지금까지 미지근했으므로

좀 더 뜨거워져 한다.

밤새 하염없이 짖어대는 저 개들처럼.

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즐거움일 것이다. 앎의 즐거움, 읽는 행위의 즐거움, 상상의 즐거움, 공감의 즐거움 등. 무심코 집어 든 책에서 생각지 못한 보석을 발견할 때의 즐거움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이야기로 세상을 향해 위로를 건네는 작가를 만나고 작가의 마음과 태도를 안다는 것은 또 어떤 종류의 즐거움일까.

 

무려 여덟 편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뒤틀린 세상을 드러내고 위로를 건네는 이은정 님의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저자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너무나도 쉽게 일상의 갑질과 횡포에 가슴이 베이는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딘가에 있을 희망의 빛은 놓지 말자는 따뜻한 진심과 그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했을 저자만의 치열함이 전해져서 좋았다. 적어도 누군가 한 명은 우리 인생의 어둠을 보듬어 주고 있다는 위로가 전해져서.

 

개인의 분노에서 시작된 광기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잔인한 칼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어이없게 꼬여버린 인생을 다룬 <잘못한 사람들>,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결국엔 가해자가 되고 처절하게 몸과 마음이 소멸해가는 가족들 이야기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삶과 죽음에 관여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인 인간에 대해 그믐이라는 달을 소재로 인간이 느끼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믐밤 세 남자>, 짊어져야 할 가족의 멍에 때문에 위태위태한 이혼 위기를 겪는 또 다른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에게 회유와 협박이 가해지는 폭력을 다룬 <친절한 솔>, 고부갈등의 말로를 잘 보여준 <숨어 살기 좋은 집>,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그러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엄 대리>, 개들의 삶을 빗대 젊은이들이 마주한 비루한 삶을 보여주는 <개들이 짖는 동안>까지. 어딘가 상처받고 삶의 언저리에서 비틀대고 머뭇거리는 보통 사람들의 꺼내보기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으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여덟 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보다시피 상처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딘가 구멍이 나 있고, 뒤틀리고, 비틀대고, 허우적거린다. 가족 안에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속한 사회 안에서 절망이 일상인 사람들. 그 안에서 웅크리고 내면의 상처에 곪아가고 있을 때 어딘가 희망이 있다는 말조차 환상처럼 느껴질 때 사실은 무수한 밤, 그 어둠 속에서도 별들은 가장 환한 빛을 비추며 반짝이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불확실한 것들이 가진 가능성이 인간을 살게 하는지 모른다.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아 매력적인, 그믐이었다.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본문 93쪽

책을 읽을 때 책이 주는 여운 때문에 무언가를 끄적이게 하는 책들도 있고 어떤 책은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묵히고 그러고 나서야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하게 되는 책이 있다. 이은정 님의 짧은 이야기들을 담은 이 소설집은 읽으며 무언가를 막 끄적이게 만들었다. 여러 이유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기도 했고, 내가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메모하게 했고, 신선한 문장들이 입가에 맴돌아서였다. 부둣가에 총출동한 개들을 묘사하며 지루한 팔자들의 겨울 한 철 계약직에 비유한 표현이 그랬고, 친절을 가장한 어른들의 목소리를 친절한 솔이라고 한 표현이 그랬고, 작가라는 꿈을 가진 사람들의 원고의 무게를 너무나도 익숙한 꿈의 무게, 47그램이 그랬다. 그믐달과 초승달을 비교하며 존재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할 땐 깊은 한숨이 배어 나왔다. 이런 표현들을 생각하고 다듬으며 많은 시간 외롭게 사투를 벌였을 작가의 모습이 엄 대리처럼 그려져서였다. 그 외에도 독자들의 시선을 머무르게 하는 표현들이 곳곳에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던 책이기도 했다.

 

소설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에 담긴 여덟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결국 내가 쫓고 있던 건 가식과 위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다듬어진 아름다운 이야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던 거다. 내가 희망하는 세상 안에서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가식과 위선을 포장할 수 있는 것들로 생각과 마음이 짜여 있었을 뿐 결국 나 또한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누군가는 치열하게 그 상처들을 들여다보고 어떻게든 보듬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세상의 아픔을 그냥 모른 척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같았다. 지금쯤 좀 더 뜨거워져 있을 작가의 체온을 자꾸만 떠올려 보게 된다. 그리고 너무 미지근한 나의 체온도.....

사람이 사람인 상태로 가장 뜨거울 수 있는 온도는 몇 도일까.

체온계 눈금은 42도까지다.

사람은 죽었다 깨나도 100도에 도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어차피 인생은 미지근한 거다.

탈탈. 짧고 시원하게 커피 가루가 쏟아진다.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본문 241쪽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슬픔 사람들의 슬픔 속 살아가는 이야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J**e | 2021.12.13

현실의 한 부분은 매우 슬프고 우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진실을 말할 필요도 없으며, 위선적으로 거짓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정당하다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 저소득 층이거나, 가족 구성원들이 흔들린다면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맞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이력서의 자기 소개서 한 문장을 적더라도 그럴듯하게 거짓과 진실을 교묘하게 적고 마는 것이다. 

  

첫 번째 작품이 반전과 충격을 주어서, 이 소설 모두 죽여버리나 생각하게 되었다. 항상 문제를 저지르는 자와 처벌을 받는 자는 같지 않을 수 있고, 운명이 좌우한다는 그런 슬픈 느낌을 주었다. 한편으로 운이 나쁜 친구와는 가까이하지 말라는 메시지와 같아서 섬뜩하다는 생각이었다. 두 번째 작품이 표제작이다. 불행한 가족의 아주 전형적인 이야기이다. 폭력 가정에서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잘 반영하고 있고, 출구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합리적인 이혼을 출구 전략으로 생각해볼 것이다. 아니면 어떤 형태로도 결국은 파멸로 가고, 나머지 가족들은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엄대리”가 비교적 코믹한 소설이었다. 복권이라는 허상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매우 희화적이었다. 그리고 전처를 만나는 과정도 말도 안되어서 동화 같았다. 그렇게라도 좀 따뜻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여러 슬픈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고, 슬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  종이책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한줄평 (5건)

0/5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