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처음 듣고 의아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모>는 시간을 초월한 아이였는데...
북극곰의 모모는 천둥벌거숭이였다.
글로 된 책이 아니라 만화책이다.
음...
좀 세련된 표현으로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다.
요즘 <그래픽 노블>이 자주 보인다.
긴 글을 읽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그림으로 장면장면 그려진 이야기는 한편의 애니매이션을 보는 것 같다.
혹자는 글을 읽으면서 상상을 해야하는데, 그림으로 다 보여주는 것은 책읽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완전히 만화책을 보는 것은 분명히 문제이다.
하지만 두꺼운 책을 읽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키워주기에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학습시킬 목적의 학습 만화나 흥미 위주의 만화가 아니라
[모모]는 뭔가 생각꺼리가 있다.
어떤 책이든 읽고 생각을 할 꺼리가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보호자와 같이 책을 보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만화책도 그래픽 노블도 책으로 충분히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잠깐 딴 이야기를 했다.
[모모]로 돌아가 보자.
일본의 애니매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왜 그런가? 하는 궁금증은 책의 뒷 부분 작가의 설명에서 해결되었다.
프랑스 출신의 글작가와 그림작가는 원래 일본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가 자신들의 유년시절이 담긴 곳으로 배경을 바꾸었다고 한다.
일본작가의 사진집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일본 애니매이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프랑스 작가 특유의 그림도 볼 수 있다.
나는 면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그림인데,
모모의 생각이 보이는 것 같다.
앞의 면지와 뒷면지가 다른데,
뒷 면지는 책 전체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비밀!
[모모]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어린 소녀 모모의 이야기다.
고양이를 쫒아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있는 소녀다.
그럼 부모는?
아빠는 먼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갔다.
엄마의 이야기는 잘 드러나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래서 할머니와 지내고 있는데 아빠가 타고 있는 배가 지나갈 때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나가서 손을 흔든다.
아빠가 볼 수 있길바라면서...
어린아이가 얼마나 아빠가 보고 싶을까!
그런데 할머니가 참 시크하다.
하지만 모모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길 바라고 예의바르게 자라길 바라지만 육아는 쉽지가 않다.
특히나 천둥벌거숭이 모모를 키우는것은 말이다.
그래도 삶의 지혜가 풍부한 할머니와 같이하기에 모모는 부모의 부재를 조금은 채우면서 살아간다.
할머니 심부름으로 생선가게에 간 모모
생선가게 주인과는 사이가 안 좋다. 투닥거리지만 모모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이 멋진 생선가게 주인다.
주인아저씨가 생선 값을 많이 부르자 돈이 모자란 모모는 이렇게 그림을 그려서 돈을 지불한다.
참 귀엽고 순수한 아이다.
모모가 생활하는 모습을 잔잔히 그리고 있다.
시골 마을의 다른 아이들의 모습도 그려지고, 그들과 사이에서 작은 다툼도 일어나고
그걸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
사실 이 책은 어린이 책으로 구분되어있지만
어른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도 묻어 나고
우리 윗 세대들의 이야기 그리고 어떻게 삶이 이어지고 있는 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커다란 책인데 한자리에 앉아서 쉽게 읽어낸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참 모모가 생각이 난다.
나의 그 시절도 생각이 나고
내 아이들은 지금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도 생각하게 되고 말이다.
그래서 생각꺼리가 많은 책이다.
그림도 이쁘고 아기자기 하고 말이다.
아이들과 같이봐도 좋고, 어른들이 봐도 좋은 쉼표같은 이야기책이다.
2편이 있다니 얼른 찾아서 봐야겠다.
모모야! 화이팅!
‘조나단 가르니에(Jonathan Garnier)’가 쓰고 ‘로니 호틴(Rony Hotin)’이 그린 ‘모모 1(Momo - Tome 1)’은 마을 변두리의 꼬마소녀 모모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모모는 할머니와 함께 산다. 화물선을 타는 아빠는 한번 일을 하러 나가면 몇주씩은 돌아오지 않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모는 늘 아빠가 보고 싶고 때론 그것 때문에 훌쩍거리기도 하지만, 마을을 돌아다니며 고양이와 놀기도 하고 할머니와 함께 마을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나름 유쾌하게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모모의 마을에서의 경험을 담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특별한 듯도 하지만 잘 보면 평범하기 그지 없기 때문에 은근히 우리네 옛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건 그만큼 책에 담긴 이야기가 소소한데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보거나 겪을법하게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사 같진 않더라도 비슷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는 등장인물들의 감정표현이 좋아 쉽게 공감이 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을 땡그랗게 뜨고 쳐다본다거나, 무슨 일이 있거나 얘기를 들었을 때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순간적으로 멈칫 하는 것도 그렇고, 충동적이어서 말 그대로 유치하다 싶은 행동들을 하는 것도 실제 그 또래 아이를 눈 앞에서 보듯 잘 표현해서 현실감이 넘친다.
덕분에 큰 맥락없이 몇몇 사건들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도 불구하고 썩 나쁘지않게 책을 보게 해준다.
그게 80여쪽 남짓하는 이 책을 더욱 짧게 느끼게 만드는데, 그러면서도 군데 군데 의외로 묵직한 이야기들도 꽤 넣어뒀다. 그렇다고 그걸 딱히 두드러지게 표현하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아무것도 아닌 흔해빠진 일상과 별 다를 것 없이 같은 비중으로 다룬 것이 오히려 그걸 더욱 묵직하게 느끼게 한다. 다른 이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가벼우리라 생각했었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