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꽃이 활짝 피어있는걸 정말 감탄하면서 보고 있는데 활짝 핀 꽃을 보는 시간이
고작 출근길, 퇴근길이 다가 되면서 서운함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매년 내년엔..내년엔 꼭..이라고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꽃이 활짝 핀 시기가 오면 아무리 바빠도 잠깐 내려놓고 꽃 구경좀 천천히, 여유있게, 마음껏 보자 였는데..아직까지도 내년엔 꼭이다.
작가분의 유명세보다도 제목에 들어가 있는 "자박자박"이라는 표현이 좋아서 보고 싶었던 책이다. 가을 날 떨어진 낙엽을 아주 천천히 살포시 밟고 지나갈 때 나는 소리같기도 하고,
그 모양새같기도해서. 차분하고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단어 같아서.
기대했던 것처럼 책 속엔 자박자박 걸어나가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작가분의 경험담과 생각으로 가득 채워진 자박자박함.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그냥 작가분과 함께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랜세월을 살아보진 않았지만 살아보니까 하루하루 일에만 매달려서 살기는 어찌보면
쉬운거 같다. 가족, 친구,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주어진 일을 혹은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으로만 하루하루를 사는 건 어렵지 않다.
그냥 앞만 보며 살면 되니까.
그런데 희한하게도 앞만 보고 살다가 잠깐 멈칫하는 순간. 주변을 살짝 둘러보게 되면.
나만 불행한거 같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왜 이토록 일에만 집중했는가..후회스럽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일보다는 나, 내 가족, 친구, 내 행복을 더 생각하고 살아가야지하고
맘을 먹는데..실천이 쉽지는 않다. 작심삼일이란게 왜 하필..이럴때도 적용이 되는걸까..
움켜쥘 것도 없는데..자꾸 움켜쥐려고만 하니까..자꾸만...새어나가기만 하는거같은..ㅎㅎ
한참..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릴때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란 문장을 몇번을 되새김질하며 출근했었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홀딱 보내고 나면 보람찬하루였다가 아니라 아..오늘도 넘겼다..이렇게..ㅎㅎ 그렇게 몇년을 보내고 나니까 남는건 허무함 뿐이다. 거참..묘하게시리 ㅎ
그래도 책을 읽는 동안은 기분이 좋았다. 이게 너무..지금 내 마음이 너무 내편함..인지 몰라도
지금이라도. 작심삼일이라도. 다시 천천히 해보지뭐..라고 ㅎ
일과 나의 생활의 비율을 점점 내쪽으로 맞춰가고. 물론 그렇다고해서 일을 내려놓지도 말고.
끌려가는건 그만하고. 주변도 좀 보고.
가뜩이나 연락을 먼저하는 사람이 아닌데..코로나 핑계되고..만남을 못하면 연락이라도 자주 했어야하는데 하지도 않고..
그런 모습을 좀..되돌아보면서.
자박자박..살기로했다. 작심삼일이면...삼일마다..이틀마다..하루마다..다시 시작하지뭐..라고. ㅎ
더불어서 작가의 말에서 작가분은
"이제 나와 남에게 웃어주고 위로하고 박수 보내고 기도하며 품앗이해 주어야 합니다.
내 마음을 열어놓고 행복, 희망, 건강, 기쁨을 향해 자박자박 다가가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나와 너, 우리가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런 세상이 되어가기를 소망한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박자박 걸어요: 내 삶에서 챙겨야 할 소중한 것들을 위해, 김홍신 에세이, 해냄출판사
정말 오래간만에 김홍신 작가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지금부터 30년도 전에 읽었던 김홍신 작가님의 책은 <인간시장>이었습니다. 세상에 맞서는 이십대 장총찬의 활약상은 너무나 멋있었지요. 강한 몰입을 느끼김홍식 작가님의 책은 감수성이 예민했던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책 중에 최고의 소설로 기억됩니다. 김홍신 작가님은 15대, 16대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하다가, 건국대 석조교수를 지내고, 다시 집필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이제 나이가 드셨음에도 불구하고 장편과 단편 작품들을 꾸준히 집필하고 계시니,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자박자박 걸어요>는 김홍신 작가님의 그 어떤 책보다 따듯함이 묻어나는 책이었습니다. 젊은 날 성격 급하고 바른 소리를 하며 큰 소리를 내며 그게 바른 길이라 믿고 사셨던 대쪽 같으신 분이 이제는 온화한 어조로 다음 세대들에게 가슴 따뜻한 말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40, 50대 사람들에게 이제는 자박자박 걸으며 한눈 팔며 살아보라고 합니다.
나다움과 자유를 지키고 싶다.
인생에서 확신이란 자기를 믿는 자존감 높은 사람이 스스로 세상의 주인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존감을 가장 빨리 획득하는 방법은 스스로 누구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고, 그것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 발견되어야 합니다. 내가 죽고 나서 나의 지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이 아름답게 죽는 것보다 어렵다고 합니다. 내가 어디에 있던 어떤 상황이든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다면 여생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인생이 묻어난다고 하니, 나를 잘 지키며 자유를 지키며 살아보고 싶습니다.
따로 또 같이 삽니다.
신이 한 일 중에 가장 위대한 일은 사람을 만드는 것과 그 사람을 죽게 할 것일지도 모르고, 사람이 이룬 일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람답게 사는 삶이라고 합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요? 힘든 일이 생기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서양 속담에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몸이 멀어진다고 마음이 멀어진다면 그것은 진정한 친구와 내 편이 아닐 것입니다. 내가 떠올리며 기도해 주는 사람, 나를 떠올리며 기도해 주는 사람이 내 마음의 식구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합니다. 내가 기도해주는 사람이 알던 모르던 간에 마음의 식구가 많을수록 잘 살고 있는 거라고 하니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며 기도해 보아야겠습니다.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또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피하지 말고 통과하기
제 나이 이상이 되면 어디 심각한 병에 안걸린 사람이 없습니다. 40대 중반에만 해도 저만 힘들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다들 자신의 아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괜찮은 척 살고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김홍신작가님이 신들의 산 히말라야를 오른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도 힘든 일 좋은 일을 반복하며 오르락 내리락하며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정말 소중한 것이 모두 공짜라는 걸 잊고 살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5년전 힘들게 살아왔는데, 건강을 잃고 나니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정말 허무했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 그것을 지키려면 어쨌든 오늘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내야겠지요. 김홍신작가님 말처럼 10년, 20년 뒤에도 잘 살고 있는 나를 만나자고 약속해 봅니다.
나이가 들수록 성질을 죽이고 온화해져야 한다는 말을 듣지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뜨해지면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