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는 이 책에서 인간이 우주의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생명체라고 말한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 따라 적응의 형태를 진화시켰는데 그 적응의 중심에는 문화가 있었다.
인간의 진화는 각 개체의 수준에 영향을 받는 생물학적 변화뿐만 아니라 집단의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문화적 변화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았다. 인류를 더 똑똑하게 만든 것은 개인의 지성보다 바로 인류의 집단적 문화였다. 지은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인간의 빅 히스토리를 진화를 다룬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불, 언어, 미, 시간의 4가지 위대한 문화적 발견을 키워드로 인간세상을 들여다본다. 모든 종을 초월하는 존재, 우리는 익히 들어서 잘알고 있다. 유인원과 달리 직립보행을 하고, 불을 피우고, 말을 하면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다른 종 보다 우위에 섰다고. 여기까지는 대략 알겠다. 그런데 미와 시간이 어떤 역할을 하였을까, 미의식과 진화란 말인가?,
역사를 공부하면 제일 먼저 언급되는 구석기 시대가 있다. 당시에 우리 인간은 지구에서 약한 존재였다. 무리지어 동굴이나 막집에서 생활하며,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맹이를 주워다가 무기로 사용했다. 사냥을 했지만 언제든 짐승에게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건 사투였다고 한다. 그렇게 약한 존재였던 인간은 시간이 지나며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종이 되었다.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넘보는 존재가 되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삶의 환경에 맞춰 함께 진화하고 있는데, 어떻게 인간만이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깊게한 저자는 불Fire, 언어Word, 미Beauty, 시간Time에 대한 인식이 다른 동물과 차별화 될 수 있었던 요소로 언급하고 있다.
불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가 소멸하곤 했다. 하지만, 인간은 그 불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불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첫 번째 진화를 겪는다. 다양한 발전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음식에 대한 발전이 가장 컸다. 불을 다루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아졌고, 이를 통해 에너지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는 육체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뇌가 발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인간의 진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언어이다. 인간은 태초에 아주 약한 종이었기에 함께 무리지어 생활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서로 소통하는 언어가 필요했다. 그렇게 탄생한 언어는 다른 짐승들이 내는 소리보다 더 확실하고 섬세하게 서로 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언어를 사용함으로 하여 뇌를 더욱더 발전시키는 계기도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세 번째로 선택한 아름다움에선 처음에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하지만 미Beauty 파트를 읽으며 고개를 자연스럽게 끄덕이게 되었다.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보통 짝짓기를 위해서 힘 또는 미를 과시하게 된다. 같은 종의 다른 개체보다 좀 더 아름답고 힘있게 보여야 짝짓기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되었는데, 발달된 인간에게는 더 다양한 미를 추구하게 되었다. 이는 결국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게 되었다고 한다. 누가 가진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이러한 욕망이 미를 넘어 물질, 사람까지 이르러 국가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 번째로 인간은 시간을 다루려고 한다. 아직 시간은 완전히 다루지는 못하지만, 미래에는 시간을 다루는 인류로 진화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진화 관점을 네 가지의 물질를 두고 바라보며 흥미롭게 이끌어 내고 있다. 다만, 모든 것이 결국엔 뇌의 발달 지능의 성장이 아닌가 싶다. 책에서 인공지능까지 언급이 되고 있는데, 아무리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고 4차 혁명이 일어난다 해도 인류가 계속 발전하려면 인류의 지능, 뇌가 발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사색을 하고 계속해서 뇌를 사용해야 할 것 같은 책이었다.
‘인간은 단지 변화하는 우주의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생명체이다. 인간은 다른 모든 생명체가 따랐던 진화의 길에서 벗어났고 지금의 인간은 훨씬 더 대단하고 불가사의한 존재로서 그 정점에 서있다. 인간을 만들어낸 환경이 인간에 의해 변화되기 때문에 우리가 이뤄낸 가장 위대한 초월의 시작점에는 바로 인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18쪽)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에서 인간은 이중적인 존재이다. 처음 생명체가 생겨난 이래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진화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생명체의 정점에 섰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다른 생명체의 진화를 좌지우지하기까지 한다. 인간 역시 진화해오는 동안 어떤 목표나 계획 같은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홀로 존재한다면 무력하기만 한 인간이 어떻게 해서 진화의 정점에 서게 되었을까?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과학저술가인 가이아 빈스는 이 책 [초월]에서, 인간이라는 독특한 종이 어떻게 스스로를 변화시켜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서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녀는 인류의 발생과 관련한 지질학적 기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초협력적인 관계 속에서 인류가 새로운 피조물, 즉 일종의 초유기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먼저 저자는 인간의 탄생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기원은 140억 년 전에 있었던 어느 한 지점으로 모인다고 말한다. 즉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원소들이 융합되면서 물질을 만들어 냈고 그것들이 생명체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진화에는 특별한 목적이나 방향성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보고, 걷고, 날 수 있는 능력은 수많은 생명체사이에서 다종다양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대신 복잡한 진화과정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6600만 년 전 거대한 운석의 충돌로 인한 충격과 기후변화로 생명체들이 멸절되었을 때, 공룡이 사라진 틈을 채운 것은 포유류의 선조들이었다. 인간이 태어날 여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진화를 돌이켜보면 정해진 길을 따라 진행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인간이 지적생명체로서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찾을 수 없다. 그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크고 작은 우연의 일치가 영겁 같은 시간을 거치면서 마구 뒤섞여 일어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하나 둘 나타난 것뿐이다.’(35쪽) 그럼에도 인간은 예외적인 생명체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을 통해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재된 본능이 알려준 기술에 의해 생존하지만, 인간은 복잡하고 유연한 문화로 인해 진화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인간의 또 다른 조상의 모습을 거의 알지 못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실재했다. 지구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인간의 직계조상은 180만 년 전에 출현한 호모에렉투스이다. 그러나 그들은 알 수 없는 이유는 멸종했고, 해부학적으로 현생인류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은 약 30만 년 전이다. 극심한 환경변화 속에서 우리와 비슷한 능력을 가졌던 인간 종들이 수백만 년 이상 생존했지만 단편적인 흔적만을 남긴데 비해, 현생인류는 약 8만 년 전 최초로 아프리카를 떠난 이후 전세계로 퍼져 살아남았다. 저자는 인간 진화의 3요소로 유전자, 환경, 문화를 말한다. 그리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원인을 문화에서 찾는다. 즉 현생인류의 진화과정 중심에 문화가 있었으며, 그것을 가능케 한 핵심요소로 불, 언어, 미, 시간을 꼽고 있다.
지구가 탄생한 후 첫 10억년 동안 지구상에 불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태울만한 것도 없었고, 또 불이 만들어지는데 꼭 필요한 산소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불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지만, 그렇게 발견한 불은 인간이라는 종이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터전의 범위를 확장시켜주었다. 불로 인해 인간의 조상은 그들이 의지했던 문화에 유리한 환경적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불로 밤의 안전이 보장되자 직립보행을 하게 되었고, 식생활이 채집에서 수렵으로 바뀌었다. 사냥은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만들었고 주위환경에 극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많은 동식물의 진화궤적을 바꾸었다. 특히 인간의 생존에 필요하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없었던 에너지를 외부에서 찾음으로써 두뇌의 역량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두뇌의 크기 변화는 지능, 사회성, 문화적 발전으로 연결되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사회성을 갖추려면 더 큰 두뇌가 필요했고, 동시에 사회성은 더 큰 두뇌의 결과물이었다고 말한다. 에너지효율성은 생물학적 진화는 물론 문화적 진화에도 강력한 선택압력으로 작용하였다. 문화적 진화의 핵심 원동력은 에너지 생산이나 흐름을 개선하려는 새로운 관습이었고, 불은 인간에게 그러한 능력을 주게 되었다고 한다.
지구의 환경이 유전적 진화를 이끌어 낸 것과 같은 방식으로 환경의 또 다른 압력은 언어의 문화적 진화를 이끌었다. 진화는 전적으로 개인 사이의 정보 전달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인간의 조상들은 이야기에 몰두했다. 그러나 언어는 정보를 전달하는 체계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데, 그것은 인간이 언어를 통해 비로소 근본적인 방식으로 인간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욱이 모든 중요한 의미는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맥락에서 찾아야 한다. 이 맥락이 바로 문화적 형성과정이었다. 즉 인간의 두뇌는 인지과정의 일부로 이야기 서술에 대해 반사적으로 반응하며 진화해온 것이다. 사회의 규모가 점점 커질수록 이야기형식을 빌리지 않는 정보나 자료의 저장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5000년 전 마침내 인간은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놀라운 정보저장 기술을 발견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문자이다. 문자를 통한 기록은 에너지와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관리하고 저장할 수 있는 방법, 또 많은 양의 정보를 대단히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 축적된 문화적 진화를 위한 핵심적인 방법이 되었고, 문화적 진화를 가속시켰다.
채집과 수렵으로 생존을 이어가던 인간은 정착민이 되면서 문화적 진화방향을 바꿨다. 인간은 공통의 이해관계 아래 모였을 때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사회적 규범은 자신과 집단이 하나가 되도록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며, 그렇게 하나가 됨으로써 집단의 도움과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인간은 부족중심주의를 통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생각과 자원, 유전자를 교환하기 위해 공동체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망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교역은 자원, 유전자, 기술을 서로 교환하게 만들었고 인간이라는 종이 협력을 통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한 문화적 지렛대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큰 힘이 되어준 것이 바로 아름다움이었다고 한다. 모든 동물이 먹을거리와 짝을 찾으려는 생물학적 충동으로 움직일 때, 인간은 그것 말고도 의미와 목적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았고, 그 의미와 목적을 아름다움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장신구를 만들고, 수집하고, 교역에 사용한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은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냈고, 그 시각적 언어를 통해 더 큰 규모의 집단 속 구성원이 하나로 힘을 합쳐 공동의 정체성, 사회적 규범, 집단적인 신념체계 안에서 서로 한 덩어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생존적 측면은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다른 집단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만들었다. 국가는 이렇게 만들어진 가장 큰 집단이라고 한다.
‘인간은 모든 시간의 피조물이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진 우주 안에서 진화했고 인간의 육체는 지구라는 행성의 움직임을 따라 적응했다. 인간의 모든 세포는 시계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이 유전자가 마치 진짜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서로 맛물려 작용하여 유전자 발현이라는 진동을 일으킨다.’(401쪽) 이처럼 인간의 육체는 시간을 따르도록 진화했지만, 인간의 의식은 그렇지 않았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며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을 확인하고 통제하려고 애썼다. 즉 이성을 사용하여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것이 언제나 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것을 통해 모든 종을 뛰어넘는 정점에 서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시작하면서 인간 진화의 3요소로 유전자, 환경, 문화를 들었다. 그리고 인간진화 과정의 핵심인 불, 언어, 미, 시간을 가지고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를 만들어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여 놀라운 종이 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인간은 불을 통해 생태적 지위를 확대함과 동시에 생태환경과 무작위로 벌어지는 불가항력적 일들 사이의 역학관계를 영원히 바꾸었다.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농업이 발생하였고, 이렇게 농경문화로의 전환은 지속적인 환경변화를 불러왔다. 수렵채집을 했던 공동체는 인간을 생태계의 일부로 여겼지만 인간이 소유를 시작하게 되면서 자신을 자연과 동떨어져 그것을 지배하는 존재로 여기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의 인간은 아주 예외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녀는 이제 인간은 초협력적인 관계 속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모든 인간의 두뇌는 물론 과거의 문화적, 지적 유산을 남겼던 조상들의 두뇌, 그리고 기술적 발명품인 인공두뇌도 포함되는 집단지능이 가진 지성, 창의성, 사회성으로 초유기체가 되었다며, 이를 '전능한 인간‘ 즉 호모 옴니스(Homo omnis)라 부른다. 자연적 진화의 관점에서 생명의 의미는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이지만, 호모 옴니스가 된 인간은 유전자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생명의 존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지점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호모 옴니스 안에서 개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것은 집단지능 연결망 안에서 개인의 위치이다.
호모 옴니스가 된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는 또 다른 지질학적 경계선을 넘어서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진화에 영향을 주었던 환경을 이제는 그 인간들에 의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인 인류세로 접어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인류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 묻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 그리고 기술과 사회적 규범이 만들어내는 인간소외 등... 인간은 초유기체가 되어 전능해졌지만 개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어쩌면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인간은 늘 그랬듯 결국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라고 희망을 말하지만, 그러기에는 인류라는 종이 가진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를 먼저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인간, 즉 초월종이 된 인간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이 되었음을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