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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웅배 칼럼] 인류의 우주 탐사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2021년 06월 03일
우리나라도 누리호 발사를 시작으로 달탐사선 다누리호를 발사시키고, 다양한 우주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점점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궁금증도 생길 무렵, 마침 '우'가 이 책을 읽어보자고 권유 해주어서 읽게 되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재밌었다.
우선 나사에 몸담아 일했던 만큼, 일반인들을 잘 알지 못할 법한 부분들과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알려주어 유익했다. 화성 탐사에 다는 것이 생각보다 인간의 욕망과 더 결부되어 있다는 것, 남극이 달에서 생활하는 것과 비슷한 환경이라는 것, 화성에서 재배하려면 감자보다 고구마가 더 괜찮다는 것, 영화 <마션>이 정말 사실적으로 표현이 잘 된 영화라는 것, 그리고 우주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주 산업이라는 대계획은 절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속적인 투자,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나아가고픈 모험심과 호기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것이다. 나는 욕망이라기 보다는 탐험이라고 말하고 싶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보내준 광할한 우주의 모습처럼, 저 우주 너머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숨어있을테니 말이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까만 우주 공간에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듯한 책 표지 한 귀퉁이에 노란 색 글씨로 작게 쓰인 ‘우주 여행이 자살 여행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라는 글귀가 너무 대조적이어서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그 강렬한 부제 같은 글귀야말로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라고 말할 수 있다. 자살의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굳이 우주 여행을?!
오래전부터 인간은 지구를 벗어나 광활하고 신비로운 미지의 우주 공간으로 끊임없이 나아가길 꿈꾸었다. 인간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우리는 실제로 달에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었고 지금은 화성을 비롯해 소행성, 태양계 너머로까지 나아가려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과거 우주 경쟁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군사적 목적이 강했다면 지금은 여행을 비롯하여 인간의 다양한 우주 활동과 우주 정착지를 구축하는 것까지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미국과 소련 두 나라 중심의 우주 경쟁이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들까지도 참여할 만큼 그 관심이 매우 높다.
현대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인간의 우주 탐사에 대한 노력으로 인해 화성에 가고자 하는 인간의 꿈은 실현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성으로 가는 여행은 매우 위험하고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우주여행이 자살 여행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 책에는 지금까지 시행된 우주 탐사를 위한 여러 미션, 프로젝트의 결과를 통해 문제점과 장애 요인을 짚어보고, 현실적, 기술적인 부분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과 대안들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천체들의 사진과 정보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내가 우주 과학관이나 천체 박물관을 견학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흥미로웠던 것은 화성의 하루가 지구의 하루와, 화성의 한 해가 지구의 2년과 길이가 비슷하며 화성의 자전축 기울기가 25도로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 23.5도와 비교적 비슷하다는 점이다. 지구까지의 거리, 인간이 그나마 감당할 수 있는 온도, 낮과 밤의 교체 주기 등 다른 행성과 위성보다 화성은 확실히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 화성까지 비행하여 그곳에 착륙한 후 정착하기까지 우리 앞에는 많은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다. 낮은 중력은 큰 위험 요소로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그래서 화성으로 가려면 인공 중력을 생성해야 하고, 우주 방사선과 태양 방사선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 중 하나는 지구 저궤도에 있다. 지구 저궤도(LEO)는 대부분의 우주 관광이 처음 시작되는 곳으로 국제우주정거장, 허블 우주망원경, 원격 탐사 위성 등이 있는 곳이다. 이 궤도는 다른 궤도에 비해 지구에서 접근하기 쉽고, 인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많은 태양 방사선과 우주 방사선을 자기권이 막아주어 궤도 호텔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과학자들이 국제우주정거장 내 모듈에서 인공중력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모듈에 실험용 쥐를 넣은 회전 장치를 배치한 후 쥐들을 1G의 인공중력 환경에서 35일 동안 살게 하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같은 시간동안 미세 중력 환경에서 산 쥐들에 비해 인공중력에서 산 쥐들은 궤도 생활의 부정적인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실험에서처럼 지구 저궤도에 원심력을 이용한 인공중력을 갖춘 거대한 우주 허브나 궤도 도시를 만든다면 그 곳에서 인간 또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건강하게 우주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들을 현실에서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미래의 꿈을 위해 거침없이 진격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능력과 노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우주조약은 화성이 “주권의 주장에 의하여 또는 이용과 점유에 의하여 또는 기타 모든 수단에 의한 국가 전용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그 어떤 국가도 자신들 마음대로 화성을 차지할 수 없기 때문에 걱정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인간의 욕심이다. 우주 접근이 쉬워져 그곳에서 채굴 등을 통한 수익활동이 가능해지고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될 경우 자원 전용, 우주조약의 재해석, 파기 등의 행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조약은 우주 군사화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위협받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이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하니 우려가 된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인간이 달과 화성을 비롯하여 우주 공간으로 눈길을 돌리지만 인간이 살아가기에 지구만큼 매력적인 곳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지구는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인 물과 온기를 가지고 있고 인간이 살아가기에 아주 좋은 조건들이 많은 자애로우면서도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우주 공간으로 나아가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조지 맬러리가 에베레스트산을 원정하며 했던 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오른다고 답한 그의 말처럼 우주는 인간에게 있어 그 자체로 도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이러저러한 여러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되는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비록 맬러리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의 도전 정신은 더 많은 산악인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험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우리는 비약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삶은 안락해졌고 경제적인 풍요도 누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아직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빈곤에 허덕이며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말처럼 화성을 테라포밍하고 우주를 탐사하는 일이 인간의 지구에서의 삶에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개척자들이 신대륙을 개척하면서 원주민들을 착취하고 약탈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역사를 쓰기를. 그리고 인간은 지성과 능력, 따뜻한 감성을 모두 탑재한 채 호모 퓨처리스로 재탄생하기를.
- 영화 <인테스텔라>에 나오는 대사처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