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에너지와 지정학적 문제에 의해 극적으로 변화 중인 새로운 지도에 관한 책이며, 아울러 이 지도가 무엇을 보여주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지정학은 각 국가들 사이의 세력 균형 및 갈등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다. 또한 여기서 이야기하는 에너지 문제는 전 세계적인 공급과 흐름 안에서 일어나는 광범위한 변화들을 반영하는데, 이런 변화들은 주로 에너지와 관련된 미국의 위치 변화, 성장하고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 자원의 위상, 그리고 기후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정치학에 의해 좌우된다.
이 세상은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단순한 지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2020년 엄청난 슬픔과 고통, 혼란을 일으키며 중국과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도 그리기를 한층 복잡한 일로 만들었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그럼에도 미국이 계속해서 페르시아만을 신경쓰는 건 단지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혹은 UAE의 특정한 석유가 미국의 특정한 정유시설로 들어오기 때문만이 아니라, 페르시아만의 석유 매장량이 세계 경제 전체를 좌우하는 데다 이 지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교역국 및 동맹국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페르시아만에서의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 경제와 깊이 얽혀 있는 미국의 경우엔 GDP의 거의 30퍼센트, 그리고 해외 무역과 관련된 일자리 4,000만 개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 「셰일 혁명, 빅 3의 시대를 열다」 중에서
2008년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 질서를 관리하는 미국의 방식을 전 세계는 별다른 불만 없이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2008년 금융위기의 대재앙은 다름 아닌 미국 경제의 심장부를, 아니 중국의 표현처럼 “자본주의 세계의 중심”을 강타하고 말았다. 국가 혹은 공산당 같은 정당이 경제 문제를 책임지는 ‘중국식 모형’은 미국 방식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 경제가 2009년부터 위기를 벗어나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게 해준 핵심 동력이었고,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이 따라야 할 모범으로 미국을 바라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중국의 관점에서 금융위기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있어 역사적인 분수령”이었으며 이때를 기점으로 “미국은 중국을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게 되었다.
- G2와 ‘투키디데스의 함정」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항로’라고도 불리는 남중국해는 인도양에서 아시아, 그리고 태평양까지 뻗어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베트남, 중국, 그리고 타이완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싱가포르 역시 거의 근접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남중국해를 통해 3조 5,000억 달러 규모의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중국 해상 교역량의 3분의 2, 일본 해상 교역량의 40퍼센트, 그리고 전 세계 해상 교역량의 30퍼센트에 달하는 규모다. 하루에 이곳을 지나가는 석유양만 해도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와 맞먹는 1,500만 배럴이며 전 세계 LNG의 3분의 1 역시 이곳을 지나고, 중국의 경우 석유 수입량의 80퍼센트를 이 항로에 의지하고 있다.
---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항로」 중에서
2016년 1월, 빈 살만 왕세자는 깜짝 발언을 한다. 《이코노미스트》와의 대담 중 “사우디 아람코의 주식을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 있나?”라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한 것이다. “그 문제는 지금 현재 검토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큰 흥미를 갖고 있다.”
전 세계 석유 및 금융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왕세자가 그런 말을 하기 전까지 사우디 아람코의 상장 가능성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우디 아람코는 그 자체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받치는 근간이었기에 왕세자의 말을 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왕세자가 생각하는 잠재적인 기업 가치 2조 달러와 더불어 민영화 가능성이 갖고 있는 잠재력은 역사상 그 어떤 기업공개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며 전 세계 석유 산업의 역학관계를 단숨에 바꿔놓을 수도 있을 만한 것이었다.
--- 「사우디아라비아의 새로운 행보‘ 중에서
몇 년 동안의 논의 끝에 유럽연합은 2015년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들에 대해 평균적으로 적용되는 새로운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발표했다. 이전보다 훨씬 더 엄격해진 새 기준은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발효될 예정이었다. “이 기준을 통과하려면 탄소 배출 제로 자동차를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신차 판매량을 점점 늘려가고 있는 어느 유럽 자동차 회사의 중역이 한 말이다. 유럽이 정한 새로운 기준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벌금만 400억 달러 가까이 물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들은 주어진 5년 동안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어야 했는데, 다시 말해 이는 지금 당장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었다.
새로운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자동차 개발 계획을 앞다투어 발표 중인데 그중 제일 앞장서고 있는 것이 바로 폭스바겐이다.
--- 「내연차 대 전기차」 중에서
중국의 거대 도시에서는 주민이 추첨을 통해 오직 한 대의 차량만을 소유할 수 있어서, 예컨대 베이징의 경우엔 성공 확률이 907대 1에 불과할 뿐 아니라 추첨에서 뽑혀도 자동차 가격 외에 1만 3,000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있으니, 바로 전기자동차 구매자는 추첨을 거칠 필요가 없는 데다 별도 수수료 없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대로 바로 등록해 정식 소유주가 될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2019년 중국에서는 거의 100만 대에 달하는 전기자동차가 판매되었다. 이는 새로 판매되는 전체 차량의 4퍼센트에 해당함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자동차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 「내연차 대 전기차」 중에서
에너지 전환은 얼마나 빨리 진행되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이에 대한 예측은 매우 다양하다. 기업 관련 정보 제공 업체인 IHS 마킷(IHS Markit)의 예상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은 2040년까지 60퍼센트가 더 늘어날 것이라 한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그 무렵이면 전체 전력 생산량의 24에서 36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7퍼센트와 비교하면 둘 다 모두 대단한 성장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지만 예상 결과가 다양한 이유는 기술과 혁신, 그리고 정치와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및 여러 추측들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2010년 2퍼센트에서 2019년 9퍼센트로 크게 성장했으며 계속해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2040년까지 미국의 전력 생산이 재생가능 에너지 자원으로 100퍼센트 이루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 「대체 에너지에서 주류 에너지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