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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다시쓰기

여성의 다시쓰기

: 고전소설을 읽는 욕망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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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398g | 140*210*30mm
ISBN13 9791168730076
ISBN10 1168730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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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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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특별히 젠더적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해 생기는 트라우마를 가리켜 ‘젠더 트라우마’라는 말을 사용했다. 트라우마 개념에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뉘앙스가 내포되어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트라우마가 어떤 생산적 힘을 갖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무엇인가를 다시 쓰고 싶은 충동과 욕망이 생긴다면 그것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미처 못다 한 말, 했어야 하는 말, 하고 싶었던 말들이 다시쓰기를 통해 텍스트 안에 새겨진다.
--- p.7

‘이야기’가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에 밀착해 있고 그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야기’가 가부장제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와 원망 그리고 여러 형태의 저항을 담을 가능성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러 종류의 사랑이 가부장제 통치의 도구이자 동시에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가능성을 ‘이야기’의 기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여성 서사’로 불릴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서사는 가부장제에 대한 다양한 저항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 p.20

이 책은 여성이라는 마이너리티가 기존의 잘 알려진 텍스트를 활용한 개작 텍스트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기입하는가에 관한 책이다. 또한 이 책은 텍스트를 지배하는 단일한, 혹은 단일해 보이는 목소리에 여성 수용자들이 어떻게 균열을 만들어 그 텍스트를 다성적이고 불균형한 텍스트로 만드는가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 p.22

여성들의 다시쓰기 욕망이 고소설들과 조우하게 되는 것은 바로 문화적으로 권력을 갖지 못했던 여성들이 고소설, 특히 춘향전, 장화홍련전, 심청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향유했기 때문이다. 여성 수용자들이 이 소설들을 소비하는 것에는 단지 ‘읽는’ 행위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구술을 ‘듣는’ 행위도 포함된다. 고소설들 가운데서 특별히 여성들의 이야기인 춘향전, 장화홍련전, 심청전은 여성들의 위험한 욕망과 유교적 가부장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텍스트였다. 양반의 처가 되고자 했던, 기생의 딸 춘향의 욕망은 정절을 지키는 열녀로 포장되어야 했고, 가문의 인정을 받아 집안에서의 지위를 지키고자 고투했던 장화·홍련의 계모는 전처의 아이들을 살해한 혐의로 처벌을 받아야 했다. 가난한 집안의 딸인 심청은 아버지의 허세로 인해 인신매매되었지만 ‘효’라는 명분은 심청의 희생을 미화했다.
--- p.30

이 책의 키워드인 ‘젠더 트라우마’는 두 가지의 층위에서 사용되었다. 하나는 개작 텍스트들에서 드러나 있는 서사 구조의 불균형, 목소리의 다성성, 논리적 모순과 비약 등 텍스트의 현상적인 측면을 지칭한다. 또 다른 층위로서 이 단어는 이러한 불균형적, 다성적, 모순적 특징의 원인, 즉 지배 이데올로기인 가부장제와 이에 대한 저항적 움직임이 서로 충돌하는 본질적 원인을 지칭한다.
--- p.34

이 책은 20세기 초를 시작으로 1970년대까지 새로운 문화가 밀려들면서 사회가 급변했던, 즉 문화 변동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사회가 숨 가쁘게 돌아갔던 시기를 다루었다. 백여 년 후인 2020년대에도 문화 변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웹툰은 페미니즘이 리부팅되고 있는 시기에 새로운 세대의 욕망을 실어 나르고 있고 ‘춘향’과 ‘장화·홍련’과 ‘심청’은 웹툰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웹툰의 수용자인 새로운 세대는 훨씬 더 신랄하게 가부장제의 폭력과 이성애 중심주의에 통렬한 하이킥을 날리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의 다시쓰기는 결국 젠더 트라우마의 모순적이고 분열적인 양상을 극복하고 있는 것인가.
--- p.36

흔히 한국에서는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불리는 2010년대의 정동의 순간들은 오랜 시간 전에 고소설이 만들어져왔던 폭력적인 가부장제의 시간을 21세기에 다시 소환한다. 전근대 시대의 가부장제가 단지 ‘과거’인 것만이 아니라 페미니즘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전진을 위한 매우 유용한 불쏘시개임을 우리는 21세기의 개작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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