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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 사지 않아도 얻고, 버리지 않아도 비우는 제로웨이스트 비건의 삶

리뷰 총점9.7 리뷰 27건 | 판매지수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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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세와 지혜 top100 2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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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큰글자도서)
[도서]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큰글자도서)
이은재 저 클랩북스
0% 36,000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78g | 125*185*20mm
ISBN13 9791197889134
ISBN10 119788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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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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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까만 봉다리’를 뜯는 사장님을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제압하며 준비한 천 주머니를 내밀었다. 미리 이 중요한 장면을 머릿속으로 여러 번 연습해 본 덕이렷다. “주머니가 더러워질 수도 있어요.” 영 미덥지 않은지 사장님이 한 번 더 ‘까만 봉다리’를 권했지만 그렇게 살 거면 모처럼 재래시장에 온 이유가 없어진다. 연신 괜찮다고 말씀드리며 마침내 비밀 없이 과일 사기, 그 역사적인 첫 성공을 해냈다. 준비해온 지폐를 내미는데 손끝에 느껴지는 종이 질감이 참 낯설었다. 물론 재래 시장에서도 카드 사용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첫 도전이니만큼 영수증 쓰레기조차 받고 싶지 않았다.
---「1장. 합니다, 제로웨이스트」 중에서

“여기에 담아 주실 수 있나요?” 고작 이 한마디의 힘이 참 세더라. 그 순간 상인과 손님이라는 기계적인 관계에 ‘투둑’ 하고 균열이 가는 걸 참 많이 목격했다. 물론 전부 그러시는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이 용기의 뜻에 공감하는 상인분들이 많이 계셔서 과분하게도 환경 운동가라든지, 참 야무진 새댁이라든지 수많은 칭찬과 격려를 받았다. “조금 더 드렸어요.”라며 얹어 주신 따스한 덤도 자주 받았다. 다들 이렇게 하면 좋을 텐데, 라고 중얼거리시는 모습에서는 잠시 음식을 파는 판매자의 얼굴이 아닌,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한 사람의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모두 용기로 물꼬를 트자 생긴 일이다.
---「1장. 합니다, 제로웨이스트」 중에서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둘이 만나자 잠시 떨어져 있던 퍼즐 조각이 짝을 만난 것처럼 꼭 맞아떨어진다. 둘이 허용하는 교집합은 ‘비닐과 배송 없이 구할 수 있는 가공 안 된 비동물성 식품’이다. 과일, 잎채소, 줄기채소, 뿌리채소, 견과류, 곡물, 버섯 등 건강한 선택지만 남겨진 셈이다. 덕분에 나는 강제로(?) 자연에 가까운 식사를 하게 됐으며 제철 채소가 맛도 영양도 꽉 차 있는 각별한 별미라는 걸 비교적 이른 나이에 깨달아 계절마다 다채로운 미식을 즐기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내 세포들도 ‘제비’를 좋아하는 것이 확실하다. 소화가 늘 잘 돼서 옛날처럼 위를 부여잡고 끅끅대는 일이 없어졌으며 가끔 아침 첫 소변이 탁했던 증상도 싹 사라진 걸 보면.
---「2장. 합니다, 비건」 중에서

얼마 전 절기상 입추가 지났다. 벌써 가을이라니 말도 안 돼, 했지만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로 아침저녁 바람의 온도가 달라졌다. 멀리서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눈 속에서 딸기를 구해오던 설화 속 효자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계절감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에 살지만 그래도 제비 덕에 계절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오이의 가격이 오르고 세 개씩 묶여서 비닐 옷을 입은 풍경이 여름이 가고 완연히 서늘한 계절이 왔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때는 이미 지나가 버린 여름의 오이를 그리워하는 대신 어디든 무심하게 쌓여 있을 가을의 버섯, 단호박, 연근 따위를 비닐 없이 사와서 실컷 먹을 예정이다. 가끔 축제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땐 그것들을 뜨겁고 바싹하게 튀길 수도 있겠다. 사계절 내내 똑같은 모습인 냉면이나 치킨이 정말 시시해지는 순간이다.
---「2장. 합니다, 비건」 중에서

열 명의 엄격한 제로웨이스터, 비건이 있는 것보다 백 명의 느슨한 제로웨이스터 지향, 비건 지향이 새로 생기는 것이 지구 환경에는 더 낫다. 열 명이 비행기를 전혀 안 타는 것보다 백 명이 비행기 이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지구 환경에는 더 낫다. 그리고 만약 그 백 명이 서서히 잠재력을 발휘하고 동시에 주변에도 영향을 준다면 그 연쇄작용으로 작지만 확실한 어떤 것이 시작될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 해변을 덮치고 바위를 휩쓰는 거대한 파도도 처음엔 먼 바다 위 보일락 말락한 일렁임부터였다는 것을. 그래서 비록 새우젓 하나가 된 심정일지라도 매일 울산 바위를 친다. 일상에서 부지런히 노력하고 그것을 글로 써서 알린다. 이 전파를 수신한 혹자는 공감하여 손을 잡고 연결될 것이며 혹자는 ‘저런 작은 실천으로는 부족할 텐데? 나라면 정부를 촉구하겠어.’라고 생각하고 한 차원 더 높은 활동을 시작하게 될 수도 있겠다. 작은 새우들의 파닥임으로 잔잔하던 수면에 작은 동그라미 파문이 생긴다. 그렇게 일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3장. 합니다, 지구를 적게 쓰는 생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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