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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밀당의 기술

: 타이밍과 끌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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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40g | 135*210*16mm
ISBN13 9791189327279
ISBN10 1189327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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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퀸의 〈We will rock you〉라는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노래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쿵 쿵 딱-’을 몇 번 듣고 나면, 우리 몸을 가만히 두기 힘들다. 이 음악은 제목 그대로 우리 모두를 흔들어놓았다. 그 음악에 발을 맞춰 ‘쿵 쿵 딱-, 쿵 쿵 딱-’을 할 때 느끼는 강렬한 쾌감이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이 쾌감은 무엇보다 ‘본능적’이다. 그냥 음악에 항복 당하는 느낌이다. 이것은 분명 음악이 갖고 있는 강력한 힘 중 하나다. 그 힘은 박동으로부터 나오는 힘이다.
--- p.8~9, 「들어가며」중에서

‘박’은 음악이 갖고 있는 속성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음이 진화시킨 특별한 능력이다. 음악은 소리의 시간적 변화 그 자체이므로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마음이 ‘박을 세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세상의 99% 음악에서 인간은 박을 느낀다.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릴 때도 박을 세고 있고, 여러 사람들과 앙상블을 즐길 때에도 다른 사람과 박을 공유하며 함께 시간을 맞춘다.
--- p.31

평소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우리의 심장은 60~90bpm 정도의 속도로 박동한다. 그것의 2배의 속도인 120~130bpm이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속도다. 춤추기 딱 좋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속도가 바로 이 구간이다. 한국가요의 댄스곡들은 어떨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132bpm 정도 된다. BTS의 〈다이너마이트〉는 114bpm이다. 90년대 댄스곡들도 대체로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댄스곡들이 이 템포 범위에 있다는 뜻은 이 속도가 춤추기 좋은 속도라는 뜻이다. …(중략)… 이 속도는 우리의 행동과도 관련이 깊다. 두 발로 걷기에 좋은 속도의 범위다. 음악학자들은 빅데이터를 통해 유럽뿐만 아니라 지구상 곳곳의 모든 인간들이 정말로 이 템포의 음악을 선호하는지 조사해보았다. 전 세계의 음악을 일곱 그룹의 지역 음악으로 나누어 음악들의 템포를 조사했더니, 실제로 104-136bpm에서 가장 많은 사례가 나타났다. 아무튼 선호하는 템포는 우리 몸의 크기, 움직임의 반경과 속도 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몸집이 작은 아이들은 빠른 속도를 좋아하고 나이가 들수록 선호하는 템포는 점점 느려진다.
--- p.62~63

동물도 리듬에 맞춰 활동한다. 그냥 활동하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보다 훨씬 더 날렵한 동물도 많다. 그러나 박에 기초해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즉 복잡한 리듬 정보로부터 박을 추출하고 거기에 자신의 행동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은 몇몇 예외적인 동물들만 가능하다. 처음엔 말을 따라할 줄 아는 앵무새가 박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말소리 학습’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 나왔으나 지금은 말을 따라할 줄 모르는 바다사자 같은 다른 동물에게서도 이런 능력이 발견되어, 이 문제에 대한 다른 시각의 연구가 필요하게 되었다.
--- p.99

내 연주, 혹은 다른 사람의 같은 연주를 여러 번 다시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연주 전체의 시간을 한꺼번에 떠올리고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음악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훈련을 통해 보통 사람들보다 긴 시간의 음악적 진행을 기억하거나 미리 생각하는 추상화 능력이 뛰어나다. 그들은 이 능력을 통해 음악적 시간에 대한 보통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조절력과 제어력을 갖는다. 그런데 긴 전체 악곡의 같은 연주를 자주, 여러 번 듣는다는 것은 그 능력을 더 긴 시간으로 확장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알게 모르게 음악가들의 연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주에서의 시간은 과거보다 더 잘 조절되고 더 잘 제어된다. 그것이 연주자들에게 더 잘 짜여진, 더 분석적인 연주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연주에서 ‘즉흥적’ 측면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자꾸만 축소시키는 것이다.
--- p.150

우리의 박자감은 다른 사람과의 협력적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만약 인류가 정확성을 목표로 박자감을 진화시켜왔고 음악이나 춤을 만들어낸 목적이 그 능력을 더 고양시키고자 했던 거라면 아마도 음악가들은 누구보다도 박자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사람일 것이고, 우리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연주는 메트로놈과 박이 딱딱 맞는 그런 연주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장르의 음악가도 메트로놈처럼 연주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음악가들, 그리고 무용수들은 사람들과 더 멋지게 교류하는 다른 방법을 갈고 닦아온 것 같다.
--- p.199

박 단위에서의 밀림과 당김의 문제를 포함한 여러 하위 단위에서의 미세한 시간적 변화가 감정적 느낌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그리고 더 상위 단위에서의 시간적 전개 과정이 어떻게 공유되어 고조된 감정에 이르게 되는지에 대해서 음악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감정적 고조는 음악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 경험과 서로 다른 지식, 개성을 가진 연주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사회적 구성물이기도 하다. 연주자 간의 사회적 관계, 타 연주자에 대한 친밀도·신뢰도, 각 연주자들이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음악적 이상, 연습 정도와 이전 경험 등도 고조된 감정을 만들어내는 데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한다. …(중략)… 단지 기보된 악보에서의 밀림-당김의 타이밍을 일부 찾아내서 이 특징이 ‘감정의 공유’라는 복합적 심리적 구성물을 만들어내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박자의 공유와 밀림-당김의 적절한 균형이 이 ‘감정적 공유’를 만들어내는 여러 원인들 중 하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p.227~228

박을 정직하고 충실하게 짚어주는 음악은 내 심장을 거기에 동조해 같이 뛰게 하기 때문에 좋다. 또 살짝 살짝 비껴가는 소리에는 내 기대를 조금씩 비껴가는 안타까움에 애간장이 녹는다. 우리가 느끼는 박의 동조는 단지 본능에 충실한 현상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심리현상이다. 주관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것이 몇 밀리세컨드 이하 차이면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는지를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비껴감을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음악이 그 자체로 매력덩어리이긴 하지만 그 매력이 나에게 의미가 있어야 매력이 된다는 뜻이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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