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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될 것

[ 친필 인쇄 사인본, 초판한정부록 : 최진영 사전 엽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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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366g | 128*188*18mm
ISBN13 9791192638379
ISBN10 1192638379

이 상품의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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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이 세계가 멸망할지라도, 우리는 함께 할 테니] 사랑은 우리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만든다. 그래서일까. 최진영 작가의 이번 단편소설집에는 사랑과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전쟁, 빈부격차 등 직면해야 할 암담한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그 속에 남아 있는 희망을 놓치지 않았다. 2024년 올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집 중 하나.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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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의 일기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살아야 한다면 사는 게 낫다.’ 무의미한 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매일 밤 삶을 선택한다. 할머니에게도 총이 있었을까? 전쟁을 세 번이나 겪는 동안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전쟁 속에서도 서로를 돕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나의 신이었다. 그리고 나의 신에게 폭탄을 떨어뜨리던 사람들. 자주 상상한다. 누군가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상황을. 내가 죽어야만 누군가가 살 수 있는 상황을. 새벽마다 거울 앞에서 연습한다. 거울 속의 나는 나를 겨눈다.
--- p.39

어른스럽다는 건 아이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어린 시절 어른스러운 척했던 건 그 반대라고 볼 수도 있을까. 20년 전 나는 이유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유진은 나를 이해했을까? 그때 우리를 야단치지 않고 지켜만 보던 이유진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은데……. 마흔 살의 이유진과 마흔 살의 내가 대화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공미가 이유진과 연락하며 지냈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다. 공미는 하고 나는 하지 않는 차이를 생각하면 까마득해진다.
--- p.76

권태에 빠진 남편에게 독서 모임에 같이 가자고 권해볼까 잠시 고민하던 서진은 곧 마음을 다잡았다. 남편을 사랑하고 아끼지만, 남편이 포함되지 않은 채로도 충만한 세계 또한 필요했다. 서진은 일부러 다른 얘기를 꺼냈다.
--- p.97

썸머는 마술사도 과학자도 될 수 있다. 꿈이 바뀐다면 바뀌는 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리고 썸머는 120살이 넘도록 살 것이다. 썸머의 세대는 그럴 수 있다. 고민하는 썸머를 숨죽인 채 지켜보며 생각했다. 난 지금 엄마 아빠를 믿을 수 없다고. 하지만 엄마 아빠가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하리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고.
--- p.154

안나는 내면의 주머니에 노아를 넣었다. 자기가 울음을 터뜨렸을 때 노아의 흔들리던 눈빛과 화면 가까이 다가와 쏟아내던 걱정의 말도.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리던 침묵까지. 안나는 오늘 겪은 노아의 모든 것을 내면의 주머니에 넣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 p.188~189

운동은 육체적 건강과 함께 자신감을 불러왔다. 다 낡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운동을 할수록 몸이 살아나는 것 같았고 다시 젊어질 여지가 보였다. 자기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 바로 자신감이었음을 김영선은 뒤늦게 깨달았다. 퇴직하던 당시 김영선은 자조적으로 자기를 ‘다 쓴 사람’이라고 칭했다. 그에 비하면 요즘 김영선은 ‘되살아난 사람’에 가까웠다.
--- p.209

몇 번의 연애를 처참하게 끝내며 깨달았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나도 아빠 같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빠를 닮고 싶지 않았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사랑이 불러오는 불길한 평온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면 이모 가족을 떠올렸다. 내 안에도 다정함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그것을 꺼내고 싶었다.
--- p.240

엄마, 잘 기억해. 나는 꼭 작별 인사를 남길 거야. 마지막으로 내가 한숨을 쉬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비명을 지르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간신히 내뱉는 그 어떤 단어든 사랑한다는 뜻일 거야. 듣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사랑을 여기 두고 떠날 거야. 같은 말을 어진에게도 했다. 사랑을 두고 갈 수 있어서 나는 정말 자유로울 거야. 사랑은 때로 무거웠어. 그건 나를 지치게 했지. 사랑은 나를 치사하게 만들고, 하찮게 만들고, 세상 가장 초라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어. 하지만 대부분 날들에 나를 살아 있게 했어. 살고 싶게 했지. 어진아, 잘 기억해. 나는 이곳에 그 마음을 두고 가볍게 떠날 거야.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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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그렇게 여덟 편의 소설이 모인 《쓰게 될 것》은 미래에 대한 책이다. 최진영에게 미래란 알 수 없는 시간이 아니라 어쩌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달리 바꿔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거울을 앞에 두고 총을 겨눌 때, 총구가 향하는 방향을 기억하듯, 이미 본 것 같은 미래를 외면하지 않고 내면의 주머니를 채워보듯이 행해져야 한다고, 이 책은 시종 말하고 있다.
- 소유정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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