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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물

[ 저자 친필 사인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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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130*190*20mm
ISBN13 9791166836008
ISBN10 1166836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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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문을 열어 주면 수귀가 들어올 거야.”
그 말에 다들 어이쿠 싶었지. 그런 이야기 있잖아. 귀신은 인간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절대 못 들어온다고. 그러고 보니 이상하더라고. 마을회관 문은 잠겨 있지도 않았거든. 마음만 먹으면 열고 들어올 수 있는데 문만 두드린 채 기다리는 건…… 아무래도 사람의 짓은 아니지.
그날 밤은 다들 뜬눈으로 샜어. 왜 안 그랬겠어? 나만 해도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벌렁벌렁 뛰더라니까!
--- p.14

“검은 강에 출몰하는 수귀의 정체는? 제목부터 죽이잖아, 안 그래?”
박재민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렇게 설레발을 쳤다. 전수라는 그때 이미 못마땅해했고. 아무튼 제법 큰 예산이 드는 이 촬영을 위해 오래 준비를 해 왔고 그런 만큼 멋진 장면이 나와야 한다고, 제작진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민시현도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수귀가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 p.26

해가 내리쬐는 강가였다. 강물은 눈부시게 반짝였다. 바로 그 옆을 여자가 달리고 있었다. 흰색 한복을 입었고, 맨발이었다. 땋아서 묶은 머리카락 뒤쪽에 흰색 댕기를 매고 있었다. 30대 중반쯤 됐을까? 여자는 발바닥이 찢기고 발톱이 들고 일어나는데도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듯 보였다. 절박한 표정으로 달리던 여자는 결국 넘어졌다. 짧은 신음과 함께 여자가 몸을 일으키려 할 때 댕기가 풀어졌다. 다음 순간이었다. 낫이 여자의 목을 베고 지나간 건.
--- p.45

“닥쳐라!”
애기신녀는 그야말로 우렁차게 외친 후 현관문에 부적을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자기 왼손 약지를 물어뜯었다. 민시현은 애기신녀의 손가락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는 걸 봤다. 늙은 무당은 피 맺힌 손가락을 부적에 대고 그대로 뭔가를 적어 나갔다. 피로 쓴 알아볼 수 없는 글자는 발광하듯 번들거렸다. 부적 쓰기를 끝낸 애기신녀가 다시 소리쳤다.
“요망한 것, 썩 물러가라!”
--- p.93

윤동욱은 차를 세워 둔 뒤 강줄기를 따라 제법 오래 걸었다. 볼수록 요사스러운 강이었다. 삼라만상의 자연과 생물은 저마다의 빛을 띤다. 찬란히 빛나는 사람이나 산이 있는가 하면 그 빛이 조금 덜한 이도, 그리고 그런 곳도 있었다. 어두운 빛을 내뿜는 곳일수록 흉지였다. 살인자 중에도 어둡고 습한 기운을 지닌 자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현천강은 흉지 중 흉지였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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