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 사학을 공부했다. 12년간 [스포츠한국] 기자로 일하다가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동화 작가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2011년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공모’에서 「천장 나라 꿈 공장」으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장편동화 『권민 장민 표민』으로 제13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지은 책으로 장편동화 『바닷속 태양』이 있다.
5학년이 된 지 벌써 2주일이나 흘렀다. 학년이 바뀐 후 표민지는 마음에 안 드는 일 천지였다. 표민지는 단짝 연화와 다른 반이 됐다. 연화뿐이 아니었다. 4학년 때 친했던 친구 한두 명과는 같이 반이 될 만도 한데, 어찌된 일인지 친한 친구들과 모두 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속상한 건, 바로 ‘민지’라는 이름이었다. 5학년 1반에는 표민지 말고도 ‘민지’가 두 명이나 더 있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들과는 다 떨어뜨려 놓고, ‘민지’라는 이름의 아이들을 모두 1반에 몰아 놓은 것 같았다. --- p.10-11
학교에는 장민지에 대한 말도 안 되는 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지민이에게 들은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장민지는 전 학교에서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못된 짓을 많이 한 아이였다. 반 친구들을 괴롭히며 따돌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도둑질도 했고, 중학생 오빠와 사귀기까지 했단다. 결국 모든 일이 학교에 발각돼 이곳으로 전학을 오게 됐다는 것이다. --- p.73-74
은빛 아파트 놀이터에서 했던 첫 번째 회의 이후 4개월이 흘렀다. 두 번째 민지 회의 장소는 장민지의 집이었다. 두 번째 민지 회의에서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 놓았던 비밀을 꺼내 놓기로 했다. 표민지가 다른 두 명의 민지에게 종이를 나눠 줬다. “오늘은 여기에 각자의 비밀을 적자.”
‘민지’라는 같은 이름 때문에 한 반에서 불편함을 겪던 권민지, 장민지, 표민지는 궁리 끝에 성과 이름의 한 글자를 딴 ‘권민, 장민, 표민’이라는 별명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진짜 이름보다 더 소중한 별명을 통해 단짝이 된 권민, 장민, 표민! 그러나 학교에는 장민지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하고 권민지와 표민지도 각자만의 말 못 할 고민들이 생겨난다.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고민들로 오해는 쌓여 가고, 세 민지는 홀로 끙끙 앓으며 잠 못 드는 밤을 보낸다. 결국 세 친구는 별명을 지을 때처럼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기로 하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두 번째 민지 회의’를 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