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시에는 없는 특별한 길, 부산 산복도로가 뜨고 있다!
산이 많고 평지가 부족한 도시 부산. 그럼에도 6.25전쟁과 산업화의 길목에서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겪어야 했던 도시. 그 도시에는 다른 도시에는 없는 특별하고도 특이한 도로가 있다. 바로 산허리를 돌아 도심과 산동네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도로, 산복도로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다양한 흔적을 지니고 있는 부산 산복도로는 걸으면 걸을수록 아름다운 길이다. 그 주변에는 최근 각광받는 여행지인 감천문화마을을 비롯해 초량 이바구길, 168계단, 임시수도기념관,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최민식 갤러리, 천마산로 등이 있고 영도로 넘어가면 흰여울마을 등 숨겨진 아름다운 여행지들이 있다. 거기 곳곳에는 미세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지금의 우리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가슴 아픈 이야기에서부터 감동을 전하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포근하게 품고 있는 것이다.
『산복도로 이바구』는 최초로 산복도로 여행프로그램을 기획한 저자가 산복도로 곳곳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가슴으로 전해주는 조금 특별한 부산 여행서다.
거칠고 주름진 그녀의 손을 통해 너무나도 물이 귀했던 이 산동네에서 저 아래의 우물을 오가며 뿌려졌을 수많은 어머니들의 눈물을 훔쳐본다. 벗겨지고 깨어진 시멘트 바닥의 작은 풀들을 보면서 가족들을 위해, 생계를 위해 부두를 오가며 그 힘든 노무 일을 하셨던 아버지들의 땀들이 생명수가 되었음을 생각해본다. 그들의 눈물과 땀은 이 길 위에서 지워지지 않는 얼룩으로 남았고, 절대 지워지지 않는 역사가 되었다.
_ 『초량 이바구길』 중에서
산복도로 골목골목을 걸어보면, 진짜 부산이 보인다
‘168계단을 걸어보라. 그러면 부산이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168계단은 도심과 산동네를 이어주는 최단거리의 길이다. 그 아찔한 경사의 168계단을 우리네 어머니들은 머리에 양철물동이를 이고 등에는 아이를 업은 채 올라가곤 했었던 것이다. ‘168계단을 걸어보라’는 것은, 억척스럽게 살아왔던 부산 아지매들의 삶을, 그 계단을 걸어보는 것만으로 느껴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백제병원, 옛 남선창고터, 담장갤러리, 168계단, 김민부전망대, 이바구공작소, 장기려 박사 기념관 더나눔, 유치환의 우체통으로 이어지는 초량 이바구길을 걸어보라. 골목 사이사이의 가로등과 발아래 보이는 수많은 집들,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바다를 느껴보라. 모든 것들이 생명을 품고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에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은 부산 사람들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산복도로 이바구』는 그 길 속에 녹아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들려주는 여행서다.
“당시 어머니들은 이렇게 우물에서 물을 길어 계단을 힘겹게 올랐고, 아버지들은 지금처럼 높은 건물이 없을 때 산동네 집에서 하루 종일 바다를 보는 게 일이었다고 합니다. 바다를 보다가 배가 딱 들어오면 지게 하나 메고 미친 듯이 이 계단을 뛰어 내려오셨다고 합니다.”
_ 『168계단』 중에서
사진 몇 장이 아닌, 보고 듣고 걸어보고 체험하는
산복도로는 주경도 좋고 야경도 좋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산복도로에서 보는 부산의 낮 풍광은 더 넓은 바다와 어우러진 도시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야경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 아름답다. 산복도로에서 오렌지색 불빛이 서서히 번져가는 부산의 야경을 보면 일본 3대 야경이라는 나가사키의 야경에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그 주경과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그냥 풍광을 보는 것뿐이다. 산복도로는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오는 여행지가 아니다. 보고 듣고 걸어보고 체험을 해야만 하는 특별한 여행지다. 예를 들어, 비석문화마을 골목 곳곳을 걸어보라. 허리를 숙이고 아래를 보라. 집 담벼락 곳곳에 박혀 있는 비석들이 말을 걸어온다. 이야기를 들어보라. 우리가 지나치는 풍경 속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산복도로 이바구』는 여행자에게 그 수없는 이야기들을 세심하게 끊임없이 들려준다.
“내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충무시장이 있다 아이가. 그때는 여가 입에 풀칠하기에 좋은 장소였거든. 물론 무덤 위를 밟고 산다는 게 어찌나 미안한지 처음에는 꿈자리도 좋지 않았다. 참, 근데 우짜노? 비바람도 피해야 했고 아이들 밥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 아이가? 그래가 매일 아침에 물 한 잔 더 떠놓고 밥 먹을 일 있으면 밥 한 그릇 더 떠놓으면서 미안한 마음으로 살았지.”
_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중에서
“지금 바다를 제외하고 우리의 눈을 가득 메우고 있는 풍경이 바로 산복도로 마을의 풍경입니다. 도심이 아닌 산복도로 마을에서의 삶은 가난과 마주하면서도 삶을 꼭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적 삶이었던 것이죠. 산복도로 마을은 삶을 잇겠다고 부산으로 이주했고, 여러 가지 사정에 밀려 부산에서 삶을 이어나가야 했던 사람들에게 지형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습니다. 따라서 이곳은 부산 사람들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특수한 공간이며, 부산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_ 『부산포개항문화관&증산』 중에서
고사리손 아이들의 꼬깃꼬깃한 손편지든 어른들의 휘갈겨진 달필 손편지든 1년이라는 시간이 숙성시킨 사연은 우리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그 시간을 통해 얻어진 작은 기쁨이 커다란 행복으로 변하게 되는 마술. 1년 동안 지친 나를 누구보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힐링의 마술. 그것이 유치환의 우체통을 통해 우리가 만나는 것들이다.
_ 『유치환의 우체통』 중에서
“진짜 부산의 야경은 이렇듯 오렌지색입니다. 그럼 이 오렌지색 불빛의 정체는 무엇이냐? 바로 가로등불입니다. 그만큼 부산에 골목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 골목골목 하나하나에 수많은 사연이 있는 곳이 부산이고, 그 골목의 가로등 아래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사연들이 그리움이 되어 되돌아 나오는 고장이 바로 부산입니다.”
_ 『역사의 디오라마』 중에서
미로 같은 비석문화마을의 골목은 막힘이 없다. 위로 오르면 언젠가는 하늘과 닿게 되고 아래로 내려가면 도심과 닿게 된다. 그리고 옆으로 가면 사람과 닿게 된다. 그렇게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사람들은 틈 없는 집들의 사이처럼 서로서로 닿아 있다.
_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중에서
“태극도 마을이 도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질 때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고 합니다. 첫째, 모든 길은 통해야 한다. 둘째,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마라. 셋째, 모든 집은 방 한 칸 부엌 한 칸을 기본으로 하고 화장실은 공동화장실을 쓴다였다고 하는데요, 산을 깎아서 만든 작은 마을이었고 극한의 상황이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계획된 도시가 바로 태극도 마을이었습니다.”
_ 『감천문화마을』 중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