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6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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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6쪽 | 572g | 140*215*30mm |
ISBN13 | 9788932919164 |
ISBN10 | 893291916X |
발행일 | 2018년 06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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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6쪽 | 572g | 140*215*30mm |
ISBN13 | 9788932919164 |
ISBN10 | 893291916X |
지금은 입사 면접 단골 문제가 어떻게 변한지 모르겠다. 대략 10여 년 전, 대표적인 질문이 "여기까지 온 과정을 1분 안에 말하시오."였다. 당시 나는 관악구에 살았고, 면접을 보기 위해 동작구와 영등포구를 지나는 버스를 탔더랬다. 지나친 정류장 중 '강남 초등학교'라는 곳이 있었다. 강남 초등학교로 썰을 풀었다. 강남3구가 아닌 곳에도 강남이라는 명칭을 학교에 붙이는 것은 대한민국의 과잉된 교육 열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 말이다. 나름 잘 대답했다고 생각하고 뻐근해하며 면접관을 바라봤더랬다. 그리고 10년 뒤. 『서울 선언』을 읽으며 강남 개발 이전의 강남이 영등포구와 동작구 일대를 일컬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볼이 빨개졌다. 그 면접관은 내 대답을 들으며 코웃음 쳤을까? 주변에 있는 서울 토박이들을 만날 때마다 집요하게 묻고 다녔다. 동작구에 왜 강남초등학교가 있는지 아니? 다행히도 내 또래 서울 토박이들은 나처럼 몰랐다. 마음대로 결론 내리고 정신 승리하기로 했다. 그 면접관도 몰랐을 거야! 우리에게 서울의 역사는 사대문 안 서울을 주로 의미하니까. 현대 서울 시민이 조선 시대의 사대문 안에만 주목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외국 도시의 올드 타운을 관광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자기가 사는 도시를 관광객처럼 낯설게 보는 것은 도시를 보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만으로는, 서울 사대문 안이라는 올드 타운의 바깥에 사는 나 자신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주인공이 아닌 존재로서 스스로 소외되어 버립니다. (51쪽) 여하튼 『서울 선언』은 서울에 관한 책이다. 김시덕 문헌학자가 책을 연구하듯 꼼꼼하게 서울을 둘러보고 쓴 기록이다. 부제가 '문헌학자 김시덕의 서울 걷기'이다. 문헌학자의 서울 걷기란 어떤 의미일까. 문헌학이란 기존에 주목받지 않았던 텍스트까지 세세하게 검토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내는 학문이다. 이 방법을 서울 답사에 적용해본다면, 그간 주목받지 않았던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문헌학자의 서울 걷기라 할 수 있겠다. 그간 서울을 소개하는 책에서 단골로 등장했듯 궁궐이나 종묘 같은 조선 시대 유적은 다루지 않았다. 대신 도로, 골목, 단독 주택, 다세대 주택 등등 보통의 공화국 시민이 살고 걷는 공간을 소개한다. 글을 보지 않고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만 쓱 보더라도 서울이 이토록 다채로운 공간이었다니! 하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겠다. 이 책이 서울 걷는 법만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전작인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에서 주류 한국인의 역사 인식 - 한반도는 지정학적 요충지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 과 반대되는 주장을 개진했듯, 이번 책에서는 책 곳곳에서 한국의 역사 기억 방식을 비판한다. 이를테면, 한국은 역사가 유구하고 문화재가 풍부하다는 사실. 그리고 일본제국주의가 나쁘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뒤 대한민국 정부에서 벌어진 동일한 폭력에 관해서는 침묵하는 태도. 서울을 기억하는 다섯 가지 선입견에 관한 부분 - 조선 후기 중심주의, 사대문 안 중심주의, 왕족 양반 중심주의, 주자학 중심주의, 남성 중심주의 - 도 유념할 만한 대목이다. 서울의 백제 유적이 파괴된 것은 신라가 백제를 멸망시킨 뒤도 아니고, 임진왜란 때도 아니고, 식민지 시대도 아니고, 바로 우리 한국인들이 정부를 세운 현대 한국 시기였습니다. 현대 한국, 현대 서울에 이렇게까지 유적 유물이 남아 있지 않은 책임의 일부는 발 우리 현대 한국인들 자신에게 있습니다. 이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됩니다. (69쪽) 조선 신궁은 헐릴 만합니다만, 현대 한국 시기에 세워져서 수많은 서울 시민들이 들른 남산 식물원을 헐어 버리고, 조선 왕조 시대의 성곽을 복원하는 데에 저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저는 조선 왕조라는 왕국의 신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의 시민입니다. 대한민국 시기에 만들어진 건물과 공간들이 귀히 여겨지지 않아서 툭하면 헐려 버리고, 그 자리에 조선 왕조의 유적이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창작되는 최근 움직임이 한탄스럽습니다. (중략) 무솔리니는 로마 제국 시대의 로마를 지상에 드러내기 위해, 그 이후에 만들어진 것들을 깡그리 철거해 버렸습니다. 자기가 로마 제국의 위엄을 세상에 다시 드러나게 했다고 강조함으로써, 로마 제국과 자신의 파시스트 국가를 동일시하려고 했습니다. 21세기 들어 서울 곳곳에서 대한민국 시대의 건물과 공간을 헐고 조선 시대의 유적을 발굴 복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이름만 제국이었던 대한 제국을 <아시아 2위의 군사 강국>이라는 식으로 호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마치 무솔리니 시대의 로마 발굴 작업을 보는 듯한 불길한 예감을 받고 있습니다. (177쪽) 눈 떠 보니, 올해도 절반이 지났다. 휴가철이 성큼 다가왔다. 멀리 떠난는 것도 좋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 존재하는 골목, 도로, 건물도 유심히 보면 재밌는 게 많다. 그 장소가 이 책에서 다룬 서울일 필요도 없다. 저자의 바람처럼 각자 자신이 사는 동네를 걷고, 기록하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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