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코치 리아 저
마크 포사이스 저/홍한결 역
김성우 저
강성태 저
앤드루 톰슨 저/오수원 역
박소운 저
언어에 대한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사람의 말에 대해 사유하는 글이 제일 아닐까 싶다. 신견식이라는 작가는, 고종석 작가님 페이스북을 알게 되었는데, 언어학자로도 알려진 고종석 작가님이 본인보다 훨씬 언어에 있어서 박람강기를 뽐내시는 분이라고 추켜세우셔서, 책을 주문하게 되었다. 책을 일부분 읽어봤는데... 으음.. 고수의 품격이 느껴진다. 즐거운 독서가 기대된다^^
신견식 선생에 대한 소문(?)은 노승영 번역가의 트윗이었나 블로그 글이었나 아무튼 그에게서 접했다. 믿고 읽는 많지 않은 번역가 중 한 분이 노승영 선생이고 그런 그가 혀를 내두르는 언어 괴물이 바로 신견식 선생이라 해서 바로 관심이 갔다.
그의 <콩글리시 찬가>를 읽고 나서 상투적인 비유지만 머리를 한 대 쾅 맞은 느낌이었다. 카프카가 말한 내면의 도끼가 바로 이런거였나 싶었다. 그래서 그의 신작 소식을 접하고 바로 구입해서 아마 거의 한 호흡에 읽었지 싶은데 새 해에도 변함없는 게으름 때문에 이제야 리뷰를 쓴다.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 언어도 모른다"는 괴테의 말이 얼른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거울을 보기 전에는 자기 모습을 알 수 없다"는 것과 통하지 않을까 하는 신견식 선생의 통찰에 정말 그렇겠다는 수긍이 들었다. 이어서 "시대가 바뀌어도 무언가를 배워서 제 것으로 만든 다음에 남한테도 나누어 주는 배움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감탄하며 읽다가 감동도 하게 된 순간이었다.
번역에도 단연 조예가 깊은 그의 번역론은 "원문이라는 집을 무너끄리고 새로 세우는 것일 수도 있고 그 집과는 다른 재료를 써서 그대로 다시 짓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흠집도 생긴다"는 그의 말에 애초에 집을 지을 때도 흠집은 생기기 마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번역본에 대해 전반적으로는 나름의 기준으로 깐깐함을 고집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체로 퍽 너그러운 편이다. 심각한 오역이 아니라면 집을 짓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흠집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외국어를 익히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들지만 역시나 또 언제나 마음 뿐이다. 겨우 영어 원서 하나 어찌어찌 꾸역꾸역 읽어내는 수준이기에 신견식 선생이나 노승영 선생 같은 분들은 그저 리스펙일 뿐.
요즘은 신견식 선생이 페이스북 포스팅에 한창인 것 같아 열심히 눈팅만 하며 열렬한 지지와 호응을 보내는 중이다. 그의 포스팅들만 묶어서 다듬어도 또 한 권의 근사한 언어책이 될 것 같다. 올해 그런 그의 신간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
서두르지 않으나 멈추지 않고, 'Ohne Hast, aber ohne Rast'
◈ 외국어를 잘하겠다면 하나와 사귀는 게 낫겠으나, 외국어와 자라겠다면 여럿과 어울려도 된다.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스와티어, 포르투갈어, 태국어, 말레이시아어... 여러 외국어에 집착하지만 늘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잘하진 못해도 언어와 함께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심어준 문장이다.
◈ 이런 작은 앎의 벽돌을 쌓지 않고서는 큰 지식의 성곽을 지을 수 없다. 오늘도 한 땀 한 땀 지식의 수를 놓으며, 내 삶의 자양분이 되는 언어의 재미와 의미로 나를 채우는 동시에 남들과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한다.
조급함으로 인해 이것저것 다 손대다가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전부 놓아버리곤 하는 나에게 큰 조언이 되었다. 작은 앎의 벽돌, 하루에 쌓을 수 있는 벽돌은 결코 많지 않지만 조급해 하지 않고 하나하나 쌓아 올려야 겠다. 오늘 단 하나라도 쌓지 않으면 성곽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지을 수 없기에. 또한 나만을 위한 지식의 성곽이 아니라, 남들과 나눌 수 있는 배움을 지속하고 싶다.
◈ 그런데 특히 한국과 같은 단일 언어 환경의 담화 단위에서 자연스러운 외국어 억양이 나오기는 매우 힘들다. 우리나라의 외국어 구사자에게 그 이상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으니 자신의 억양이 '네이티브틱'하지 않다고 지레 좌절할 건 없다.
결론은 자기에게 잘 맞는 만큼의 외국어를 하면 된다는 얘기다. (...) 굳이 비굴해지지는 말자
어차피 외국어로 자연스러움만을 추구하려는 게 사실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틀린 말을 골라서 할 필요는 없으나, 자연스러움에 너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얽매이지는 않아야 바람직하다.
이 부분은 나에게 큰 위로와 도전이 되었다. 십여년째 영어를 붙들고 있지만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늘 영어에 있어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도 했고, 영어를 늘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위로가 되었던 듯하다. 잘하지 못해도 비굴해지지 말자. 자연스러움에 너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얽매이지 말자.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언어에 대한 사유가 굉장히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종종 나오는 언어유희들조차 수준이 높았다.
또한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왜 이 책의 제목을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이라고 지었는지도 절로 공감하게 되었다. '언어의 우주'라는 말도, '유쾌하게'라는 말도, '항해'라는 말도 그 어느 것 하나 이 책에서 넉넉히 설명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단순히 언어를 배움의 대상으로 봐왔던 나와는 달리, 언어를 우주로 보고 정복해야할 행성이 아니라 유쾌하게 항해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신선했고 나도 그런 태도를 배워 언어를 대하고 싶어졌다.
YES24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