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2022년 03월 14일
나는 몰입을 단순히 일시적인 집중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자는 몰입flow이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이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이라고 정의하며 '자신의 실력을 온통 쏟아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몰입에 뒤이어 오는 행복감은 스스로 만든 것이기에 의식이 고양되고 성숙되는 과정에서 삶이 보다 충만해진다고 설명한다. 나는 늘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고자 인문학을 읽어왔는데, 이러한 논리는 나로하여금 행복을 느낀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삶은 아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행복감만이 아니다.) 그렇다. 나는 왜 '행복'이라는 무형의 추상적인 개념에 그렇게 목 매어 왔을까?
또다른 중요한 개념은 자기목적성autotelic으로, 자기목적성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인생의 행복지수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므로 능동적/수동적 여가를 구분지어 삶에 적용하도록 하자(경험의 내용이 중요하다.) 책을 읽고 느낀 두 가지 1) 내가 하고 있는 활동 중 어떤 것들이 몰입경험인지 새삼 깨달았고 (명상/운동/드로잉/독서, 운전/요리/TV), 2) 이 중에서 자기목적성이 뚜렷하고 능동적인 여가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자는 것이다. 몰입의 즐거움을 읽은 것은 행복감에 대한 재정의를 하고 자기목적성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몰입을 창의성을 발굴하는 기회로 삼아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도 흥미롭다. 특히 한국교육에서는 주입식/암기식 교육이 보편화되어 있는데, 이는 학생 수가 많아 세세한 관리가 힘들던 과거의 수업방식에 적합할 뿐이다. 근래에는 출산률이 낮아 한 반에 20명이 채 되지 않으므로 이제는 교육의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야하고, 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의 사고를 열어줄 수 있도록 몰입을 유도하는 창의교육으로 진화되어야 할 것이다.
<인상 깊었던 구절>
사람 관계에서 마음이 무질서에 빠지지 않고 바람직한 질서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두가지 조건은 충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우리의 목표와 다른 사람 목표사이에서 어떤 합치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또하나는 다른 사람의 목표에 관심을 기울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영어로 출간된 이 책의 제목은 <Finding Flow>인데 개인적으로 한국어 제목 <몰입의 즐거움>이 책의 의미를 더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같은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에서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어김없이 소셜미디어나 유투브 영상 등에 무섭도록 몰입하게 된다. <몰입의 즐거움>은 이러한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몰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진정한 몰입이 왜 필요한지를 역설하며 현재의 우리의 잘못된 습관을 반성할 수 있도록 우리의 내면을 건드리면서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므로 몰입 경험은 배움으로 이끄는 힘이다. 새로운 수준의 과제와 실력으로 올라가게 만드는 힘이다. 이상적으로 보면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기면서도 꾸준한 성장의 길을 걸어야 마땅하다."
독서모임 자체에 참여한지는 꽤 되었지만 토론을 위한 독서모임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책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창조의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언제 누구와 같이 해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며 또 거기에 맞춰 자신의 삶을 엮어나가는 데 남달리 뛰어나다."
읽으면서 다시 한번 내가 왜 독서모임을 꾸준히 하고 있는지를 상기시켰다. 토론을 하다보면 신기하게도 읽었던 부분에 대한 다른 관점도 들으면서 내가 혼자서는 생각지 못했을 또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까지 이어져 나의 사고관이 확장된다. 그러다보니 매달 성장하는 기분이 들고 그게 재미있어서 독서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이의 의견을 들을 때 내가 알고는 있지만 참 지켜지지 않는게 있다.
"성공적인 어울림을 가능케 하는 또 하나의 조건은 다른 사람의 목표에 관심을 기울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운이 남아돌지 않는 다음에야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면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면서 긍정적 결과를 끌어낼 수 있고, 적절한 어울림에서 맛볼 수 있는 몰입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의 말만 하기에 바빠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목표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해야겠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심리학자답게 많은 연구와 결과를 총동원하여 그의 논리를 뒷받침하는데 책의 초판이 1997년이라 그런지 실험 내용이 그 당시 유행하던 텔레비전 시청이나 비디오 렌탈이라던지 지금과는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넷플릭스 등) 약간 동떨어져있긴 하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는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은 26년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끝마치고 나면 우리는 타인들과 관계를 맺는 사회 속에서 더욱 몰입하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