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나물 뿌리처럼
평범한 삶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길
‘채근담(菜根譚)’을 직역하면 ‘나물(菜), 뿌리(根), 이야기(譚)’다. ‘나물 뿌리’는 산해진미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입안에 넣고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종종 삶을 고난이나 행복과 같은 한계가 있는 언어로 규정지어 버리지만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은 무궁무진해서 정의하기 어렵다. 또한, 시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 인생 전체에서 가장 극적인 행복의 시작점이 될 수 있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불운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사는 것이 힘에 부쳐 속세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모든 것을 등지고 떠난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행동이다. 속세를 이기는 길은 그 속에서 탐욕이나 집착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을 지켜내며 살아가는 것이다. 속세를 벗어나도 내 마음이 지옥이면 그곳도 지옥이 된다. 마음을 천국으로 만들면 그곳이 천국이 된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내가 집착했던 모든 것, 물질이나 명예, 부귀영화를 내려놓고, 나물 뿌리를 씹는 담박한 삶을 특별히, 감사하게 여기며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이 책에 들어 있다.
자연에서 배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새의 지저귐과 벌레 소리, 꽃잎과 풀빛에도 모두 깨달음이 깃들어 있다. 배우려는 자는 마음을 맑게 하여 세상의 모든 사물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우주는 마음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먼지 묻지 않은 거울이나 고요한 호수처럼 맑고 투명하다면, 외부의 사물을 그대로 비출 수 있다. 왜곡이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판단하지 않으니 거리낌이 없고, 싫어하는 것이 자연히 없어진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따뜻한 바람이 부는 화창한 봄날에는 만물이 자라난다. 여름에는 온몸으로 햇볕을 받아내며 싱그러운 열매를 맺는다. 가을에는 곡식들이 익어가며 탄생을 위한 소멸을 준비한다. 겨울에는 다시 찾아올 봄날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내 의지와 기운이 자연의 모습과 같다면 무엇이든 포용할 수 있다. 미워할 것이 자연히 사라진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도, 사나운 바람이 불어도 내 마음이 투명하고 그 의지와 기운이 화평하다면, 비록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