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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김탁환 | 해냄출판사 | 2022년 4월 27일 한줄평 총점 8.0 (2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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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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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초보 농부이자 초보 마을소설가 김탁환이
글과 생명이 태어나는 곳,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느리지만 성실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하루하루

하염없이 걷고 원 없이 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던 27년 차 소설가 김탁환. 어느덧 작가로서 새로운 10년을 계획해야 할 시기에, 그는 익숙한 글감에 젖어 늙어가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다가가서 살피고 사귀며 글을 쓰고자 결심한다. 이를 위해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의 이동현 대표와 동행을 그려냈던 전작『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에서 맺은 인연으로 곡성에 집필실을 마련하고 서울을 미련 없이 떠났다.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초보 마을소설가이자 초보 농부로 글농사와 함께 논농사를 짓고 텃밭도 가꾸고 있다. 그 첫해의 사계절을 겪으며 서툴지만 한 걸음씩 디딘 마음들을 신작 산문집『김탁환의 섬진강 일기』에 생생히 담았다. 일주일에 사나흘씩 강과 들녘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생각하며 기록한 일상들과 [농민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엮었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가가 마주한 자연의 풍경과 그때 먹은 마음과 해야 할 일을 ‘인디언 달력’처럼 구성한다. 농부로서의 고군분투는 물론 창작을 향한 소설가의 치열한 삶도 밀도 있게 담고 있다. 작가는 시금치를 솎으며 단어와 단어 사이의 적정한 거리를 생각하고, 못줄에 맞춰 모내기를 하며 논바닥에 글을 쓰는 듯한 기분으로 자신의 문장을 돌아본다.

목차

들어가는 말: 그 계절에 맞는 마음을 살피는 일
1월_ 가만히 견디며 낮게 숨 쉬는 달
2월_ 겉을 뒤집고 속을 뒤집는 달
3월_ 마음껏 나물을 먹는 달
4월_ 흙과 사귀고 싹을 틔우는 달
5월_ 못줄 따라 내일을 심는 달
6월_ 뽑을수록 허리가 아픈 달
7월_ 큰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달
8월_ 멱감고 그림자를 키우는 달
9월_ 벼꽃 닮은 사람을 만나는 달
10월_ 해도 보고 땅도 보는 달
11월_ 뿌린 것보다 더 거두는 달
12월_ 반복을 사랑하는 달
참고문헌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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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김탁환 (金琸桓)
작가 한마디 모두가 예술의 융합,예술의 월경(越境)을 이야기하지만,막상 그 수준이 낮은 게 현실이에요. 두 장르를 비스듬하게 나란히 세워둔 정도라는 표현이 맞겠지요. 다른 예술 장르끼리 만났으면 새로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야죠. 1968년 진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문학과에 진학하여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신화 전설 민담 소설을 즐겼다. 고향 진해로 돌아와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불멸의 이순신』으로 장편작가가 되었다. 1989년에 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에 『길안에서의 겹쳐보기-장정일론』으로 당선되었다. 학부 시절 '문학예술연구회(약칭 문예연)'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였고, 1991년 대학원에 진학하여 고전소설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시와 소설을 습작하였으며, 1992년부터 1993년까지 노동문학회 '건설'에서 활동하였다. 1994년 『상상』... 1968년 진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문학과에 진학하여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신화 전설 민담 소설을 즐겼다. 고향 진해로 돌아와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불멸의 이순신』으로 장편작가가 되었다.

1989년에 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에 『길안에서의 겹쳐보기-장정일론』으로 당선되었다. 학부 시절 '문학예술연구회(약칭 문예연)'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였고, 1991년 대학원에 진학하여 고전소설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시와 소설을 습작하였으며, 1992년부터 1993년까지 노동문학회 '건설'에서 활동하였다. 1994년 『상상』 여름호에 [동아시아 소설의 힘]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 1995년부터 3년간 진해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에서 국어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건양대학교 문학영상정보학부 전임강사,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의 조교수로 재직했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역사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를 시작했고,『나, 황진이』, 『리심』 등을 완성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끝으로, 2009년 여름 대학을 떠났다. 이후 전업 작가로 사회파 소설『거짓말이다』『살아야겠다』등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장편소설『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쓰며 판소리에 매혹되었고, 소리꾼 최용석과 ‘창작집단 싸목싸목’을 결성하였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기억과 자료를 가로지르며 작품들을 발표해 온 소설가 김탁환. 방대한 자료 조사, 치밀하고 정확한 고증, 거기에 독창적이고 탁월한 상상력을 더하며 우리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다. 소설가 김탁환은 발자크처럼 방대한 소설 세계를 꿈꾸는 ‘소설 노동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일종의 강박처럼 매일매일 50매 분량의 소설원고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메워왔다. 그렇게 지난 10년 간 40여 권의 소설을 써왔다. 대략 지금까지 4만 매가 넘는 원고를 써온 셈이다. 소설 쓰기에 대한 성실함 때문에 소설가 김탁환을 세상사에 어두운 백면서생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그는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끊임없이 변신하는 소설가다.

그래서 황진이, 이순신, 혜초 등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풍부한 고전지식과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팩션을 쓰는 한편, 과학자 정재승과 함께 장편 『눈 먼 시계공』을 신문에 연재하며 사이언스 픽션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영화/드라마 등의 미디어들과의 협업작업에 뛰어들어 ‘스토리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해가 뜨면 파주와 목동 작업실을 오가며 이야기를 만들고, 해가 지면 이야기를 모아 음미하며 살고 있다.

영화 [조선마술사], [조선명탐정], [가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천둥소리]의 원작자이다. 문화잡지 [1/n]을 창간하여 주간을 맡았고, 콘텐트 기획사 ‘원탁’의 대표 작가이다. 평생의 작업으로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와 ‘무블 시리즈’를 시작했다.

장편소설 『조선마술사』, 『목격자들』, 『조선누아르』, 『혁명』, 『뱅크』, 『밀림무정』, 『눈먼 시계공』, 『노서아가비』, 『혜초』,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허균, 최후의 19일』,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압록강』, 『독도 평전』, 단편집 『진해벚꽃』, 문학 비평집 『소설 중독』, 『진정성 너머의 세계』, 『한국 소설 창작 방법 연구』, 산문집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아비 그리울 때 보라』, 『읽어가겠다』, 『천년습작』, 『김탁환의 독서열전』, 『원고지』, 『김탁환의 쉐이크』 등을 출간했다.

출판사 리뷰

때에 맞춰 심고 또 심을 뿐. 우리의 일은 결국 다 심는 일.”
섬진강 들녘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내며
생생히 기록한 김탁환의 제철 마음

하염없이 걷고 원 없이 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던 27년 차 소설가 김탁환. 어느덧 작가로서 새로운 10년을 계획해야 할 시기에, 그는 익숙한 글감에 젖어 늙어가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다가가서 살피고 사귀며 글을 쓰고자 결심한다. 이를 위해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의 이동현 대표와 동행을 그려냈던 전작『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에서 맺은 인연으로 곡성에 집필실을 마련하고 서울을 미련 없이 떠났다.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초보 마을소설가이자 초보 농부로 글농사와 함께 논농사를 짓고 텃밭도 가꾸고 있다.

그 첫해의 사계절을 겪으며 서툴지만 한 걸음씩 디딘 마음들을 신작 산문집『김탁환의 섬진강 일기』에 생생히 담았다. 일주일에 사나흘씩 강과 들녘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생각하며 기록한 일상들과《농민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엮었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가가 마주한 자연의 풍경과 그때 먹은 마음과 해야 할 일을 ‘인디언 달력’처럼 구성한다. 농부로서의 고군분투는 물론 창작을 향한 소설가의 치열한 삶도 밀도 있게 담고 있다. 작가는 시금치를 솎으며 단어와 단어 사이의 적정한 거리를 생각하고, 못줄에 맞춰 모내기를 하며 논바닥에 글을 쓰는 듯한 기분으로 자신의 문장을 돌아본다.

야외를 쏘다니며 나물과 독초를 구분하지 못한 순간에 정확하게 알고 쓰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길 위에서 뜻밖의 죽음을 목격하며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순환을 떠올린다. 열여섯 살 노견, 복실이의 느릿느릿한 걸음을 보며 천천히 가족과 함께 늙어가는 행복을 생각한다.

섬진강가로 내려온 후, 작가는 손을 쓰고 발로 걸으며 생긴 몸의 변화가 생각으로 이어져, 새로운 일에 대한 시작을 다짐한다. 미실란을 플랫폼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나간다. 생태 워크숍부터 이야기 학교까지 마을주민을 위한 강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며 마을살이를 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는다. 또한 15년 넘게 아끼며 읽어온 책들을 골라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을 열고, 책방지기로서 첫발도 디딘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일을 하더라도 그 중심은 소설 집필이다. 일기 곳곳에 작가로서 풀리지 않는 구절들을 두고 물러서지 않는 치열함이 배어 있다.

그 성실함의 결과물이기도 한 이 책은 시, 수필, 판소리 등 다양하게 변주한 리듬이 살아 있고, 맑은 물맛과 진한 흙내를 머금은 문장으로 가득하다. 더불어 베짱이도서관 박소영 관장이 그린 색연필화는 온기와 생명력을 더한다.
자연의 여유와 사람들의 따뜻함이 스며든 작가의 하루하루를 함께 산책하듯 따라가다 보면, 도시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느라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고, 묻어만 두었던 일을 떠올리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섬진강 들녘에서 자연의 대순환에 맞추어 마음 먹은 일을 꾸준히 심고 또 심으며 살아가는 작가는,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고 시작하라고 다정한 응원을 보낼 것이다.

작가의 말

그 계절에 맞는 마음을 살피는 일

들녘에서 한 해를 보냈다.
하나하나 만나고 사귈 때마다 잊지 않으려 기록했다. 어떤 날은 아침에 집필실에서 쓴 소설보다 두세 배 많은 글을 들녘을 걷거나 강가에 서서 끼적였다.『김탁환의 섬진강 일기』역시 그렇게 얻은 기록이다.
초보의 실수담들이 한 해 만에 사라질 리 없다. 습작 시절을 지나 장편 작가로 이번 생을 살겠다고 결심하기까지 10년이나 걸리지 않았던가. 농사도 책방도 마을살이도 섬진강과 들녘의 일부로 사는 것도 역시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야 시작했으니 늦었다는 사람도 있겠고 이제라도 시작했으니 꾸준히 해보라 격려하는 사람도 있겠다. 나는 올해도 늦지 않게 제철 농사를 짓고 싶고, 그러려면 자연의 흐름을 살펴 제철 마음으로 꾸준히 일해야 한다.
귀향 첫해, 맑은 물맛과 진한 흙내를 내 문장으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종이책 회원 리뷰 (22건)

읽었습니다 205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내용 평점1점   편집/디자인 평점1점 |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숲*래 | 2022.12.25

숲노래 책읽기 2022.12.17.

읽었습니다 205

 

 

  경상말로 ‘깝치다’가 있다는데, 인천에서 나고자란 저도 어릴 적에 익히 들은 말씨입니다. 서울말은 ‘깝죽거리다’인데, 점잖게 “제발 나대지 마라”라든지 “좀 나서지 마라” 하고 말하지요. 안된 말씀이지만,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를 읽으면서 왜 이분은 이렇게 깝죽깝죽일까 싶어 아리송했습니다. 이제 막 서울을 벗어나 시골에 깃들었으면서, 고작 한 해 만에 ‘시골하루(촌생활 일기)’를 낸다니, 너무 철없구나 싶어요. 더구나 스스로 시골집을 찾거나 헤아리거나 가꾸는 길이 아닌, ‘이미 시골에서 터를 다 잡은 사람들이 내어준 자리를 손에 물 한 방울도 흙 한 줌도 안 묻힌 채 얻어서 글만 쓰는 길’로 ‘시골하루’를 쓴다니, 도무지 시골사람한테는 안 와닿는 글투성이입니다. 소설 한 자락을 며칠 만에 써내더라도, 글님으로서 온삶을 보낸 숨결이 있게 마련입니다. 시골하루를 쓰고 싶다면, 제발 ‘열 해 동안 조용히 맨손 맨발 맨몸으로 숲을 마주한 뒤’에 쓰기를 바랍니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김탁환, 해냄, 2022.4.2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자연을 닮은 삶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q*****2 | 2022.06.23

내 연배라면 아마 학창 시절 과제로 주어졌던 일기쓰기를 기억할 것이다. 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 뒤늦게 있었던 일 없었던 일을 긁어모아 글을 쓰고, 대체 그날의 날씨가 어떠했던가를 머리를 쥐어짜며 기억하려 들었던 순간이 즐거웠다 말하는 이는 별로 없지 싶다. 과제 검사로부터 해방되기가 무섭게 일기쓰기를 관뒀던 건 당연한 일이다. 글은 종종 썼으나 굳이 내 일상을 기록하려 들진 않았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방식이 아닌 펜을 들고 수첩에 비뚤빼뚤 글씨를 적기란 생각보다 고됐다. 빠름에 익숙해진 생각은 저 멀리 달아났는데 나의 더딘 손놀림은 사고를 따르지 못했다. 시간이 그리 많이 필요한 게 아님에도 가끔은 귀찮다는 이유로 건너뛰기도 하였다. 꾸준함을 재능으로 보긴 힘들 터이나 모두에게 허락되는 건 아님을 배웠다. 밋밋한 나의 일상으로부터 의미를 발견하는 일 역시 쉽지가 않았다. 일기를 남기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주객전도와도 같은 일을 벌여야 하나 고민도 했더란다.

 

내게 떠오르는 건 섬진강뿐인 ‘전남 곡성’. 나날이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위기 소리를 듣는, 도시라 표현하기 어려운 곳으로 저자는 떠났다. 글의 소재를 찾아서, 집중력 발휘가 가능한 공간에 머물고자. 작가에게는 떠날 수 있는 이유가 충분히 있기 마련이나 어디까지나 작품 구상과 연관이 있을 때의 일이다. 저자처럼 원 거주지에서의 삶을 아예 정리하고 이동하는 경우는 드물지 싶다.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아도 섬진강변에서의 삶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좋은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다. 하지만 막연한 동경에만 기댄다면 힘들 수밖에 없다. 그는 몸소 농사를 지었다. 땅을 다지고 씨앗을 심어가며 자연의 숨소리에 귀 기울였다. 초보 농사꾼의 농사는 수월치 못했다. 시행착오가 이어졌지만 지치지 않았던 건 농사는 사람의 영역이 아닌 하늘의 도움에 따른 것임에 일찍 눈을 떴기 때문이었다. 마음에 쏙 드는, 허나 조금은 쓸쓸할 것도 같은 집이 안식을 제공했다. 동네를 떠돌던 길고양이들이 기꺼이 그의 벗이 되어 주었다. 그 중에는 자연스레 나이 들어 움직임이 더뎌진 녀석도 있었다. 볕 좋은 날이면 엎드려 움직일 줄 모르는, 다가서도 인지 못한 채 휴식에 여념이 없는 녀석은 비록 인간은 아니었으나 삶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존재였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함은 아니었을 텐데도, 일 년이라는 시간이 빼곡하게 들어찬 책은 알찼다. 타인의 삶을 엿본다는 쾌감에 취해 시작된 독서는 어느 시점부터는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따르는 느린 걸음과도 닮은꼴로 진화해 나아갔다. 농사에 일가견 있다는 이로부터 받은 꽃씨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색의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오래도록 버림받았던 공간에 사람들이 오가며 들어찼을 온기를 상상했으며, 열 명 남짓한 지역 주민들이 인내심을 발휘해가며 끝끝내 저자가 준비한 과정을 모두 소화해내고 느꼈을 희열에도 동참했다. 여전히 내겐 낯선 장르인 판소리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품게 됐다. 우리의 것이지만 재미라곤 몰랐고, 더구나 아무나 즐기는 것 아니라며 멀리하기까지 해왔다. 비록 소리 아닌 글로 접했으나 마냥 높았던 장벽이 조금은 허물어진 듯했다. 얼굴 아닌 발에 탈을 쓰고 표현하는 일이 필요로 할 정교함을 고민하는 일도 즐거웠다. 섬진강 옆이라 가능했던 일일까. 시간을 잊은 듯 흐르는 강줄기와 닮은 삶이었다.

 

오로지 사람만 고려하고 사람의 안위만을 중시하는 이제까지의 삶과 곡성에서의 삶은 달랐다. 저자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위해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무(無)의 실천에 대하여 설파했다. 40분 글을 쓴 후 맞이한 20분의 달콤한 휴식, 논두렁을, 강변을 거닐며, 스스로 시간을 머금은 채 성장하는 작물들을 바라보며 그가 살아낸 시간들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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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서평]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왕*이 | 2022.05.25

섬진강가는 기(氣)가 좋은 곳인가보다.

내가 알기로 그 근처에 사는 문인들이 꽤 많다.

맑고 밝고 글감이 넘치는 곳이라는 뜻인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대개 저자에 대해 궁금증이 있고 가끔

독자와 만나는 시간이 있으면 달려가곤 했던 나로서는 저자는 그저 책으로만

만나는 일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이미지와 영 다른 모습이 느껴지면 왠지 배신감이

든다고 할까. 그럼에도 소설보다는 이런 에세이집에서 더 가깝게 저자를 만날 수

있어 좋다.

 


 

프로작가들은 대개 자신만의 집필실을 가지는 모양인데 도시에서 도시로 이어지던

글쓰기 터가 곡성이란 시골로 옮겨가면서 쓴 1년간의 일기가 퍽 평화롭다.

짦은 시간동안 시골의 넉넘함이 그새 담겼던가 보다.

글쓰기 한 시간 하늘보기 한 시간 텃밭에서 풀뽑고 강아지랑 산책하고...신선놀음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더불어 주변에 좋은 지인들이 많아서 참 행복해보인다.

동네글방을 열어 글쓰기도 가르치고 세상얘기도 하고 그러면서 쓰고 싶은 글도 쓰고..

읽다보니 나와 비슷한 점이 참 많았다. 아버지가 평안도 영변사람이라는 것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도..그리고 시골에 내려와 시골살이를 하는 것도.

나는 뭍으로 나가는 일이 퍽 어려운 곳이어서 외로움을 많이 견뎌야 하는 것은 좀 다르다.

 


 

세상을 달관하여 살아간 조선의 광대 달문이 좋아 집필실의 이름을 달문이라 했다던가.

작가라는 일이 그렇다. 세상에 속하였으되 조금은 세상위에 서서 달관하듯 살아야하고

때로는 세상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들여다봐야하는 그런.

그래서 담아야 할 것 들이 너무 많아 쉽게 지치기도 하는.

글이라도 써서 덜어내댜 살아갈 수 있는 그럼 사람.

그래서 그걸 읽는 우리들은 닿지 못한 세상과 만나고 행복해지는 그런 시간들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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