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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당연히 벌레를 사랑하는 곤충학자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이 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책 내용에 벌레에 대한 이야기와 애정도 신선했지만
곤충학자가 된 과정이 참 놀라웠다.
애 둘 40이 넘은 주부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고 곤충학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느 그 힘 벌레에 대한 사랑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힘이구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정말 위대한 힘이구나
상상만 해도 어려움이 느껴지는 공부의 길을 두 아이의 엄마의 일도 하며 해 낸 과정이 경이롭다.
늘 나이에... 가족에...시간에...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나 자신을 주춤거리게 만들고 주저않게 만들고 상황이 나에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 의미없는 일임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읽어나갔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같은 양의 시간을 어떤 기록으로 남기는가에 대한 성찰...
책이 주는 성찰...
사실 제목에 들어가는 벌레와 그 벌레들의 사진이 간간히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렇다면 이 책은 못읽겠군' 생각했다. 세상에 절대는 없지만 아마도 절대 사랑까지는 못할 존재들의 이야기라니... 거기에 사진이 있다니. 안 읽으려고 했다.
도서관 가는 새로운 패턴이 생겼다. 운동을 조금 천천히 나가서 도서관 여는 시간에 도착해서 책을 3권쯤 빌려오고 읽는 대로 걷기 운동날 조금씩 반납하는 패턴이다. 갑자기 든 생각이라 대출도서 목록 안들고 그냥 가서 신착도서를 둘러보다가 보게되었다. H마트가 계속 대출중인 것도 그렇고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이 들어온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도서관 이용자 중에 톡토로가 있는 모양이다.
암튼 아침에 갑자기 여둘애드를 만나서 빌렸다. 보고 싶지 않은 사진은 가리고 보면 되니까. 실제로 몇 사진은 가리고 읽었다. 그래도 책을 읽고 달라진 생각이 있다. 얼마 전 집 근처 산에 멍석을 새로 깔았다. 새로운 멍석이 깔리면서 그 밑에 살던 벌레들이 터전을 잃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원래는 그러든가 말든가 상관 없었는데 걔네도 자연의, 생태계의 일부라면 필요하다. 벌이 죽으면 인간이 죽듯이 다른 벌레가 죽으면 다른 식물이 죽고 그러면 벌도 죽고 그러다가 인간도 살 수 없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벌레를 사랑할 수는 없지만 징그러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보게 되는 책은 맞다. ... 물론 여전히 나를 무는 벌레는 싫고 다리가 많은 벌레도 싫다. 벌레는 사랑하게 되는게 아니고 그냥 사랑하는 기분을 알게되기는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만학도로 벌레공부를 시작한 엄마라서 간간히 학계의 시선을 견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계'나 비슷하지 않을까. 그 나이에 할 수 있겠냐, 애들은 어쩌고 공부를 하려하냐, 그냥 취미로 할 생각인거냐.
그만한 각오도 없이, 그정도의 타협도 없이 '대학원' 씩이나 갈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기는 해서 그런 질문을 하는건가.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은 느끼지만 틈틈이 인류애를 살짝 잃는 기분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저자 : 정부희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 곤충학자.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엄마’와 ‘아내’로 살다가, 곤충에 빠져 뒤늦게 성신여자대학교 생물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곤충분류학을 공부했다. <한국산 거저리과의 분류 및 균식성 거저리의 생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연구소와 고려대학교 한국곤충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지금은 대학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강의하며 우리곤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의 산과 들, 바닷가, 섬을 찾아다니며 곤충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논문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곤충학 입문서인 《정부희 곤충학 강의》, 곤충의 생태를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곤충의 밥상》(개정판), 《곤충의 보금자리》(개정판), 《곤충의 살아남기》(개정판) 등의 ‘정부희 곤충기’ 시리즈,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우리 땅 곤충 관찰기》 시리즈, ‘세밀화로 보는 정부희 선생님의 곤충교실’ 시리즈 등이 있다.
들어가는 글
1장 알면 돌아갈 수 없다
남편을 잘 뒀군요 | 문과 출신이 살아남는 법 | 집과 실험실의 거리 | 복수초의 유혹 | 날개 달린 뚜벅이 | 편식쟁이의 결말 | 황금보다 귀한 것 | 표본 확보 원정기 | 모래밭 소우주 | 똥이 되고 싶은 애벌레
2장 파브르의 기쁨과 슬픔
소리 나는 버섯 | 90퍼센트의 꽝을 대하는 자세 | 죽은 나무의 의미 | 이름을 짓는 기분 | 뱀을 피할 방법은 없다 | 운 또는 노하우 | 흑진주거저리 연구 일지 | 내가 공부한 대가 | 질문인 듯 질문 아닌 | 좋아하는 일에도 DNA가 있다면 | 곶자왈의 밤 | 과학책이 이래도 되는 걸까 | 죽은 너구리를 나뭇가지로 덮어두었다 | 정원일기
3장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호불호가 없다는 것 | 다시 만난 세계 | 울고 싶지 않은 밤 | 대벌레는 죄가 없다 | 애벌레의 시간 | ‘곤충 멍’ 때리는 법 | 노란 피의 비밀 | 외래종 혐오에 대하여 | 거저리 쿠키의 맛 | 해롭지도 유익하지도 않은 | 꽃하늘소의 절망 | 1센티미터들의 우주
남편을 잘 뒀군요
뜨거운 여름날 경사진 언덕길을 걸어 오르니 땀범벅이다.
캠퍼스가 크진 않지만 초행길이라서 이학관 건물을 찾느라 두 눈이 분주하다.
오래되고 낡은 복도 중간에 학과 사무실이 있다.
조교의 안내를 받으며 잠시 대기실 의자에 앉아 땀을 식힌다.
소리나는 버섯
무더운 8월 뜨거운 햇살이 머리를 달군다.
무서운 햇볕을 피해 숲속으로 들어가니 더 무서운 모기들이 떼로 몰려든다.
달려드는 모기를 휘휘 쫓으며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숲속을 걸어면서 버섯을 찾는다. 어두컴컴한 숲 바닥에 똑바로 누운 고목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호불호가 없다는 것
이랴 쭈쭈쭈쭈쭈 이랴 쭈쭈쭈쭈
앞에선 누런 소가 쟁기를 끌며 뚜벅뚜벅 걷고 뒤에선 아버지가 리드미컬한 재촉 소리를 내며 쟁기를 운전하고 일곱 살 꼬마는 그 뒤를 졸졸 따른다.
멀쩡했던 논바닥은 쟁기가 지나갈 때마다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는 것처럼
뒤엎어지고 뒤엎어져 속살이 나온다.
이 책은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곤충학자이신 저자님의 곤충연구를 위하여
대학원에 진학하는 과정과 곤충에 대한 애착과 몰랐던 곤충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입니다.
동녘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벌레를사랑하는기분 #동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