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북클러버 활동 책은 '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이다.
이번엔 무슨책을 읽나... 크레마앱에서 뒤적거리다가 제목이 마음에들어서 골라보았다.
기혼자로써 가부장제의 틀은 .. 벗어나기가 힘드니 어떤식으로 벗어났을지 궁금했다.
방법은 '이혼' 이었다.
글쓴이는 유쾌하고 즐거운사람이었는데,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자유롭지못하고 틀 그이상에 갇혀있다가 이혼하면서 다시 자신의 삶을 되찾고 이겨내고 있는중이었다.
누구나 이혼을 한번은 고려해본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 들었으니까.
글쓴이의 용기에 박수를쳐주고싶다. 하고싶어도 못하는사람도 많으니까..
중간중간 새는글도 많아서 간혹 집중안되고 후르륵 넘어간 페이지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참 재밌는사람인게 틀림없다. 보면서 많이 웃었다.
가볍게 읽어보기 좋은책이었다.
23년 너랑나랑 독서록3
#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책을 추천 받았을 때 표지를 보고 들은 생각은 '이게 뭐야.'
책 제목이 신선하고, 작가이름은 더 신선하고, 왠지 모를 나보다 어린 작가가 '나 이혼했다! 니들은 아직 결혼해서 잘 살고 있냐?' 되 묻는 것 같았다. 이런 꼴뵈기 싫은 책을 읽어야 한다니, 내 처지가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한달에 한권 책 읽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따라오는 것은 독후감.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에 가벼우면서도 신중한 의논.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을 보내기에는 내 인생의 황금기가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마냥 애 키우는 데만 몰두하는 내가 꼴 뵈기 싫어서 뭐라도 해보려는 시도가 벌써 3번째에 와 닿았다. 첫장을 펼치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읽기 싫어서 TV옆에 고이 모셔둔 책을 보던 신랑이 '무슨 이런 책을 읽어? 좀 좋은 책 읽어~' 갸우뚱 하면서 건네는 말이 너무 웃겼다. 읽어보지 않고서 좋은 책인지 아닌지 내가 알 수 있나.
몇 페이지를 읽지 않고서 작가의 이야기는 나의 신혼 시절을 떠올리기 충분했고, 작가의 용기와 결단에 내적 박수를 보냈다. 우리 엄마도 작가의 아빠같은 이야기를 내게 하셨는데, 정말 어렵게 꺼낸 이야기였을 텐데, 나는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닌가 되새겨 보았다. 한소절 한소절 울컥울컥 하기에는 나는 이미 많은 시간들을 견뎌왔고 버텨왔고 이겨왔다. 이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응원같은 가스라이팅을 인지하지 못한채 말이다.
작가가 하는 말들이 구구절절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면서 바뀌는 사고관들, 어쩌면 바뀌지 말아야 하는 것은 나를 보듬는 내 행동과 마음이어야만 했는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는 억지로 껴맞추느라 망가진 내 모습을 다독이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이혼을 하지 않아서 같은 마음인지 알 수 없지만, 곧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결혼과 관계없이 외부 환경과 관계없이 경제적 정신적 심리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내가 못내 답답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낸 작가님 멋져. 이런 보통사람의 결혼과 이혼이야기를 적어줘서 고마워.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거라는 현실은 거짓이라는 거 알려줘서 고마워. 든든한 내편이 진정 누구인지 알게 되는 과정을 적어줘서 고마워. 실패하든지 말든지 내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시행착오를 공유해 줘서 고마워. 내가 정말로 껄끄러웠던 것은 남편을 향한 서운함도 아니고 시댁을 향한 답답함도 아니고 내 스스로 나를 사랑하고 다독이고 챙기지 못함이었다는 것을 깨닿게 해줘서 고마워. 앞으로 얼마나 가야하는지 알 수 없지만, 메멘토모리, 카르페디엠, 결국엔 현재를 아끼게 해줘서 고마워. 작가님이 운영한다는 유투브 곧 찾아가서 듣고 도 배우게 될 것 같아.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TV 프로그램은 ‘동치미’, ‘결혼 지옥’이다. 특히 ‘동치미’를 정말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참... 우리 일도 아니고 남의 일이라고, 왜 우리한테 일어나지 않은 일에 감정 이입하면서 흥분하느냐고, 패널들 나와서 자기 가족(특히 배우자) 욕하는 내용이 뭐가 좋다고 보고 있느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나는 녹음기 틀어놓은 것처럼 대답한다. 내 주변 여자들의 결혼생활이 평균 20년에 가깝고, 직접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내용이 너무 똑같아서 오히려 ‘동치미’에 공감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라고. 조금만 더하면 우리가 부부싸움 할 것 같아서 참고 있던 중에, 남편이 대꾸할 말을 잃을 일이 생겨버렸다. 한참 시어머니 문제로 남편과 싸우고 있는데, 이럴 수가. 이게 바로 ‘동치미’ 일반판인 거다. 우리 일이 아니라고? 당신 엄마는 안 그런다고? 괜한 감정 이입에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이혼 브이로그라는 신박한(?) 단어에 꽂혀서 읽게 되었는데, 나만 몰랐나 보다. 이미 유튜브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영상이었다. 결혼한 지 거의 1년 만에 이혼하게 되었고, 본인의 이혼 일기 혹은 이혼 후의 일상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혹자는 이혼이 무슨 자랑이라고 이렇게까지 만들어서 보고 듣게 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저자의 이야기가 이혼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궁극적으로 향해가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직 며느리의 결혼 마침표가 왜 찍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면, 아마도 많은 이가 대한민국의 결혼제도, 오랫동안 뿌리내린 가부장제의 고통을 더 공감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신중하게 생각하고, 가장 오래 참고 견딘 뒤 내린 결정이다. 나뿐 아니라 이혼을 겪은 다른 사람들도, 이혼을 고민하면서도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혼은 결코 절대 네버 쉬운 일이 아니다. (145페이지)
저마다의 이유로 이혼을 선택한 사람들, 내 주변에도 이혼한 사람들이 꽤 있다. 나 역시 살면서 이혼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꼭 이혼하지 않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도 알기에 이혼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결혼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이혼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혼을 선택하는 건 간단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쉬운 선택도 아니며, 마냥 가벼운 결정도 아니라는 거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일일 게다. 저자의 1년 남짓한 결혼생활도 만만하지 않았다. 까고 까도 끝이 없을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지만, 저자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혼 후 삶이 어떻게 성공적일 수 있는지 보여줬다. 고민 없이 이혼 결정할 수 없었을 텐데, 그 복잡한 심경을 옆에서 조언해줄 사람도 없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누군가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어떤 도움이 될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게 있는데,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가부장제와 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이혼이 아직도 누군가에게 시선 받을 일이라는 거다. 저자가 다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결혼생활 중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바탕에는 시월드의 가부장제가 있었다. 습관처럼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 뭉쳐있었다. 이 가부장제의 영원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관습에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한 사람의 오래된 사고를 바꾸기 힘들다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이 가부장제를 우리 생활에서 몰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일 테지. 정말 인상적인 장면은, 저자가 회사 일을 하면서도 퇴근 후 남편의 가게 일을 돕는 건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엄마는 내 딸이 힘들고 피곤할까 봐 걱정하는데, 왜 시월드는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걸까? 바꿔서 생각하면, 당신 아들이 회사에서 퇴근하고 며느리가 운영하는 가게에 와서 일하는 걸 반길까? 설마. 내 아들 고생한다고 땅이 꺼져라 걱정할 것 같은데?
저자가 며느리와 아내를 그만두기까지의 시간이 짧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겨우 1년 살아보고 때려치우는 거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반대의 말을 하는 사람도 있거든? 그나마 빨리 결정해서 다행이라고 말이다. 그런데도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결정에 혀를 차며 한마디씩 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아직 이 사회는 여성 한 사람의 행복이 아닌 결혼생활, 시월드라는 집단에서 배경이 되어야 하는 존재로 있어야 하는가보다 싶다. 저자의 유튜브 영상에 이혼이 뭐 자랑이냐는 식의 악플도 많이 달렸던 것 같다. 글쎄. 이혼이 뭐 자랑은 아닐지 몰라도 타인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일도 아니지 않나. 이혼한 사람들은 고개 숙이고 걸어야 하나? 이런 시선 볼 때마다 한 친구가 생각난다. 이십 대 초반에 결혼하고 이십 대 중반에 이혼해서 엄마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이 보고 수군거릴까 봐 그랬다고 하더라. (실제로 동네 사람들은 그 친구가 엄마 집으로 돌아온 걸 두고 근거 없는 여러 가지 말이 있었다) 심지어는 동네 마트도 안 갔는데, 정말 너무 급한 상황이 생기면 걸어서 5분 거리를 차를 타고 갔었다고.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왜 이런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여전히 나는 모르겠다.
정말 이혼이 실패일까? 어쩌면 저자가 이혼을 실패로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혼 자체가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행복해지려고 결혼을 선택했는데, 그게 불행이라는 걸 알고 끝내기 위해 선택한 게 이혼이기도 하다. 결혼하기 전 혼자였던 삶으로 돌아가 자기만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것뿐이다. 이 시기에 타인의 불편한 시선이나 참견이 오히려 실패한 삶으로 만들기 위해 접근하는 게 아닐까? 저자처럼 때로는 금융치료로 마음을 다스리거나, 언니의 권유로 가드닝을 하면서 일상을 회복해나갈 수도 있다. 말을 재미있게 해서 그런지, 이혼 후 홀로서기 과정이 굉장히 힘차다. 우울하게 주저앉아 있지 않다. 어느 시골 풍경과 맞닥뜨려 유쾌하고 새로운 일상을 펼쳐낸다. 맛있는 것을 먹고, 뭐든 하고 싶은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자기 삶을 완성해나간다. 이혼으로 삶이 실패? 아니. 그냥 살아가던 길을 걷고 있을 뿐.
이유는 단 하나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행복이라고 믿었던 게 그저 버티기 위해 붙잡고 있던 것이 속이 텅 빈 공갈빵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더는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 이혼을 권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솔로를 예찬하는 것도 아니다. 예상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닥친 이혼이라면, 내가 수습하고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거다. 나를 존중하고 아끼면서, 내가 바라는 인생을 향해가는 법을 말한다. 결혼과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 당사자의 주변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긍정의 토닥임을 준다. 내 주변의 이혼 경험자들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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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 아넵 3.0 / 5.0
현대사회의 많은 부부가 이혼을 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아직 먼 것처럼 느껴집니다. 별 게 다 콘텐츠로 나온다 싶은 요즘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조명하고 거리낌없이 나누는 건 부정적으로만 그려지던 이혼에 대해 많은 면모를 생각해볼 수 있게끔 기회를 줘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혼이지만 혹시 나중에 앗차 하는 사이에 이혼할 수도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