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저/민경욱 역
결혼은 무엇이고 가장의 무게는 또 어떤 것일까? 결혼이라는 선택을 신중하게 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나는 같은 선택을 하게 될까?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엔 확실히, 여자의 희생이 많았던 게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의 희생이라는 밑거름 위에 탄생한 행복한 가정이라는 프레임. 하지만 그 안에 구성원이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세상 어렵고 어려운 게 가족이라는 집단 아닐까? 애초에 사랑하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말지. 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아 후회하는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를 결혼이라는 테두리 그리고 완성된 가정의 모습이라니.
22평 전세 아파트에 사는 정하. 오늘도 정하는 기분이 나쁘다. 분리수거를 갈 때마다 마주치는 60평형에 사는 앞 동 여자 때문이다. 기분이 나쁘지만, 자신의 마음을 어디에도 얘기할 수 없다. 남편과는 대화하지 않으니까. 어느 날 정하는 남편의 노트를 발견한다. 노트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이름으로 적어 놓았다. 소설이라 하기엔 기분 나쁜. 하지만 이혼할 수도 없다. 딸 하원과 아들 상원을 키워야 하니까. 아이들과 잠을 자던 밤. 남편 원우는 피를 묻히고 귀가한다. 정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모른 척한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은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앞 동 사모님, 우성의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남편이 사라지고 어느 덧 10년이 넘은 어느 날 우성과 정하는 재혼하게 되고 그렇게 행복할 줄 알았지만, 아들 상원이 전남편처럼 사라지게 되는데...
매일 퇴근길에 자문하겠지. 나는 왜 이 좁고 어두운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일까. 집 안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들이 가족이 맞는가. 가족은 무엇이고 가장은 무언가. 가장이기 때문에 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젊음을 몽땅 불살라 버려야 하는가. 그렇게 해서 내가 얻게 되는 건 과연 무엇인가. (376)
누구든 어느 날 갑자기 현타가 올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으니까.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고, 나름 능력도 인정받았는데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현업에 복귀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일해야 할 시간에 나는, 머리를 질끈 묶고 화장기 없고 늘어난 면티를 입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밥도 못 먹으면서 울고 있는 아이 둘을 달래고 있었으니까. 내가 이렇게 살기 위해 결혼 한 것일까? 이렇게 초라하게 살려고 열심히 공부했던가? 왜 결혼이라는 걸 하고 아이를 낳아 이렇게 살고 있는지 매일이 지옥 같던 때도 있었다. 나도 이랬는데, 남편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자유로운 영혼.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했던 남편. 어느 날 아내라는 사람과 아이가 둘이나 생겼으니, 그가 느낄 가장이라는 무게.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남편도 제 역할을 충분히 잘해줬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니 사랑과는 무관하게 아니다 싶은 경우에는 놔 줘야 했던 것은 아닌지. 결혼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는데 계속해서 후회하고, 자신의 아이를 무심하게 바라보는 남편이자 아빠라는 인간. 심지어 외도까지. 혼자 비운의 주인공 놀이를 하자는 것인지.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아빠이자 남편이라는 인간이니.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겠지. 책임지지 못할 거라면 시작도 하지 말지. 그냥 좀. 요즈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결혼이자 가족의 모습이라는 것이, 즐기지만 책임지고 싶지 않은 그런 모습이 씁쓸하다.
배니시드
김도운 저자
팩토리나인 출판사
하 이것도 얼른 읽어야하는데.
나는 미스터리,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한 번 다 읽고 나면 도통 재탕을 할 수 없는 단점이 가장 크다. 그래서 웬만하면 이런 류의 소설은 묵은지로 묵혀두다가 읽는 편이다.
이제 조만간 묵은지 목록에서 꺼내 읽어야겠다.
다 읽고나서 리뷰 수정해야지...
예사야 150자는 너무 가혹하다.
역시 국내 소설은 읽으면서 현실감이 있어서 그런지 너무 재미있게 읽어집니다. 아파트 평수로 서열이 나누어진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정말 마음이 불편했고 무엇보다 아파트에서 이웃간에 서로 친하면 정말 말을 가리지 않고 편하다는 이유로 배려없이 말하는 것을 보았기에 그런 일이 책 속에서 나와서 더욱 와 닿았네요. 최근에 아는 지인이 아파트 이웃사촌과 자매처럼 지내다 사기를 당한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이 책 내용이 조금 더 실감이 났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남편은 야근이 허다하고 혼자서 독박육아를 하던 아내는 어느 날 남편이 새벽에 들어왔는데 욕실에서 그가 피투성이로 있는 것을 보고 그가 안 좋은 일에 엮였다는 것을 감지하고 아이들을 지키기위해 모른척 하고 그 다음 날 남편의 흔적들을 지워내는데 그렇게 일주일 후 남편은 사라지고 그 남편이 호프집 살인 사건에 주범임을 느낀 아내는 남편이 오히려 사라진 것이 다행이다라는 안도감과 그럼에도 남편 없이 아이들을 혼자서 키워야하는 막막함에 힘들게 살아가는데 아내를 잃었다는 처지가 비슷한 넓은 평수에 사는 남자가 자기와 아이들에게 잘해주는데...
정말 남편이 새벽에 저런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건 정말 끔찍한 악몽인데 살인자인 남편으로부터 아이들과 자기의 목숨을 지켜내야하는 그 밤이 얼마나 공포였을까? 거기다 남편은 태연하게 자기의 피묻은 옷을 세탁기에 넣어두는 것까지 정말 상상만해도 끔찍한 남편인데 그런 남편이 말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 기발한 이야기에서 시작이 되고 거기다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이웃집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서 끝까지 읽으면서 가끔 로맨스와 스릴러를 넘나들면서 재미가 있다보니 흥미진진했고 과연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서 생각도 하면서 오랜만에 책에 푹 빠져보았네요.
이 리뷰는 김도윤 작가님의 배니시드를 읽고 작성한 것으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피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으로 작성되었으니 참고해주세요. 좋아하는 장르인데 마침 페이백 행사로 떠서 읽게 되었습니다. 스릴러나 추리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빠져서 금세 읽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살인 및 실종사건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니 가급적 스포는 피하시고 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