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저
김진영 저
"제철 맞은 장날입니다" 장날. 언제부터인가 듣지 못한 단어. 예전에는 가끔 장날이라고 열리는 시장을 보았던것 같은데, 어느덧 서울살이가 익숙해진 시점부터 듣지못한 단어다. 아는 지인이 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뭔가 낯설지만 그리운 단어가 눈에 들어와 덥석 읽은 책.
책은 식품 MD를 하고 있는 저자가 근 20년동안 전국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얻은 장날 및 음식 노하우를~ 마구 풀어놓구 있다. 으흐흐. 책을 읽으며 배고픔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재밌는 점은 장날이 열리는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계절별로 장날을 그리고 있다. 봄에는 어디 장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는지, 여름에는, 가을에는, 겨울에는.. 이런 식이다. 인생 거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지낸 나로써는 사실 제철에 뭐가 먼지를 잘 모른다. 마늘쫑이 봄에 나온다는것 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야채를 사시사철보고 있으니.. 그런데, 내가 보고 있는 야채는 정말... 빙산의 일각이였다. 낯선 이름의 야채들. 그 시기 그 고장에서 동네 어르신들에 의해 캐내어져 장날에 잠시 보이는 야채들. 전국으로 퍼질만큼의 재배가 되는것이 아니라 노지에서 산속에서 캐내어지는 야채.
바다에서 잡히지만 서울에 왔을때는 이미 그 맛이 아닌 생선, 해산물들.
먹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맛있게 먹어보지 못한 제철 음식들. 꺄아..ㅠ
아... 이 나이 될때까지 우리 나라에서 나는 음식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다니.ㅠㅠ
새우젓도 잡히는 시기에 따라 구분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잡는 시기에 따라 잡는 새우도 달라진다는 것은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또한 새우젓의 숙성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또한 저자는 새우젓은 숙성시간이 쌓일 수록 맛있어진다고하니, 김장하시는 분들은 참고!)
꽃게는 수조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다가(어느 시장에서든, 그러니 타이밍이 중요함!)
수박은 꼭지가 싱싱한것 보다는 적당히 마른것이 당도가 높다는 것.
콩이 맛있는 고장에서는 우뭇가사리를 넣은 콩국을 꼭 아메리카노 대신 먹어보라는 팁( Aka. 우무리카노, 고령), 11월에는 해콩이 나오는 정읍에서 콩으로 만든 두부를 꼭 먹어 볼 것.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밤의 고장은 합천의 왕밤(왕밤 너무 좋아요!!꺄!). 진짜 달걀만한 사이즈!!
다래. 우리나라 토종키위. 잘 씻어서 껍질채 먹는데, 키위에 없는 산의 향기가 있다고 한다. 이곳은 철원! 가을이 일찍 오는 곳.
그리고 어느 장이든 식당에서 밥은 곁다리가 아니라 메인이라는 사실.
어느 장이든 가게되면 그곳 로컬푸드를 이용한 식당을 꼭 방문해볼것. (로컬푸드이기에 싱싱함은 기본이고,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 있다는 팁!)
책을 읽으며, 계절별로 가봐야하는 장들을 열심히도 적었다. 돌돌이 시장가방 끌고, 나도 장터가서 몽땅 쓸어담아 올 태세로, 그 옆에는 꼭 갈꺼다!라는 다짐도 함께 썼다.
아는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먹는 곳이 장터인것 같으면서도, 문득 장날의 분위기에 이것저것 구경하며 휩쓸리다보면 뭔들 맛있겠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모르고 먹어도 맛있고, 알고 먹어도 맛있는 우리의 장날 음식들!
다만, 지방의 소멸이 사람이 모이는 장터에서조차 보인다는 글은 슬프면서도 섬뜩했다. 우리가 장날하며 떠올리는 그런 편안하고 구수함이 사라진다는 것은 뭔가 내가 알아온 것들이 사라지고 있기에, 어쩌면 그런 느낌을 글로만 보고 느낄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이..
그래서 저자는 고향세를 내고 있고, 고향세를 내는 동네로 가장먼저 소멸이 가까이 보이는 지역을 선택했다고 한다. (아.. 저는 고향세 처음 들었어요!) 경북 영양군과 전북 장수군. 고향세가 지방의 소멸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더 좋은 대책이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모두가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니, 나도 고향세가 무엇이고 어떻게 낼 수 있는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배고프게 했지만ㅠ, 재밌고, 유익했다.
(바로 캔 고구마는 맛없단 사실을 처음 앎, 이것은 밤도 마찬가지..보름은 숙성을 해야한다고 함...)
추천 추천!
'인간의 욕심이 끝없이 내주던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긴 둑으로 갈랐다. 시장 끝에서 뒤돌아 가던 길, 상인의 말이 귀에 꽂혔다. "금빛 바다가 똥빛 바다가 되면서 내주는 것이 없소."' p.66
오일장이라는 말이 참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동네 마트가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시대에 오일마다 열리는 장터라니, 이제는 TV에서나 봄직한 풍경인데 식재료 대가이면서 오일장 전문가인 저자 김진영은 『제철 맞은 장날입니다』를 통해서 바로 이 오일장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사실 전국에 오일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어느 지역이 며칠에 열리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책은 참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사계절 제철, 그 오일장에 가면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를 소개하기도 하는 이 책을 보면서 여건만 된다면 여행을 가듯 오일장을 찾아가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것 같다.
가장 먼저 봄의 오일장이 소개되는데 어느 한 지역만을 소개하고 있지 않아서 좋았던것 같다. 예를 들면 전라남도 강진을 시작을 부산, 경북 성주와 경남 산청과 함안, 전북 부안이 소개된다. 그러니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찾아가봐도 좋겠다는 것이다.
물론 여름에서 가을, 겨울로 넘어가면 더 많은 도시들이 소개된다. 단순히 장터 소개가 아니라 그곳에 가면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소개되는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힘들게 찾아간 곳에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그 여행은 더욱 즐거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각 장터로 가는 길이 소개되기도 하는데 전문 여행서 같은 형식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라 에세이 형식으로 자신의 여행길, 때로는 출장길 등과 같은 이야기로 적혀 있다. 하지만 장터 이야기의 말미에 상점 정보 코너를 만들어서 가서 맛보면 좋을 일종의 식당 같은 곳을 상점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가 정리되어 있으니 상점으로 가서 식사를 해도 좋을 것이다.
많은 사진들을 통해 장터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그곳에서 무엇을 파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사계절 계절감을 찾아 맛을 찾아 길을 떠나봐도 좋을 책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