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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혜 저
간만에 맘에 드는 동화책을 만나서 기분이 좋아요.
분명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무겁고 현실은 한참 더 나아져야 하지만
아이들 눈높이에서 유쾌하게 풀어낸 작가의 글솜씨가 마법의 펜촉을 휘두른 마냥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선물 받은 느낌이에요.
<행복마트 구양순 여사는 오늘도 스마일>, 바로 감정노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작에서부터 전투기 엔진 소리가 나는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한껏 부푸린다음
패션쇼를 시작하며 아침 출근에 요란하게 꾸미고 나가는 그녀를 지켜보는
아들의 시선이 재밌더라고요. 구양순 여사, 이 분은 대체 누구일까 했더니
우리가 마트에 가면 물건을 샀을 때 꼭 만나고 가야 하는 계산대 직원이셨어요.
바로 행복마트 계산대 1번 창구 10년차 구양순 여사이십니다.
마트에서 이벤트 할인하는데다 주말 겹치면 계산대마다 줄 길~게 늘어선 건 보통인데
지루하게 기다리면서 앞을 보고 있고 있으면 계산대 직원분들도 정말 정신 없이 일하셔요.
우리야 카트 끌고 지나가면 끝이지만 밀려있는 카트에 쌓여있는 물건들하며
바코드 찍어주시느라 언제 이 줄이 좀 끝나려누 생각할 틈도 없으실 듯해요.
현실에서도 보기가 그러한데... 그 하나의 일에 10년 파고들었다 하면 뭐, 게임 끝난 거죠.
구양순 여사께선 스마일 미소와 싹싹한 성격으로 계산대의 그 어떤한 줄도
다 해치우시는(!) 왕고참 계산달인 되시겠습니다.
문제는 일보다 사람 대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이 직장에서의 공통점이 아닐까 해요.
괜히 트집 잡고 큰소리 치는 진상 고객과 그 눈치를 봐야 하는 서비스직종 사이에서
'감정노동'이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 합니다.
분명 예전에도 이런 어려움들이 있었을 텐데 무시되었던 부분이라면
더 발전된 사회,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이슈 단어가 되어주는 것도 반갑네요.
이 동화가 뭣보다 맘에 드는 이유는 기업과 노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까지도
특유의 유쾌함으로 아이들 눈높이에서 잘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에요.
ㅋㅋ 읽다 보니 구양순 여사의 아드님, 초등학생이기에 깜짝 놀랐어요.
학교에서 조별 과제로 나온 '노동'이란 주제를 가지고 친구들과 주변 조사를 하는데
참 똑똑한 아이들입니다. 요새 아이들이 이렇게 숙제를 하는구나 기특해요.
친구 할아버지네 농사 현장에도 직접 가 보고,
또 다른 친구네 엄마가 일하는 병원도 탐방하고,
어느집 아빠의 회사 생활도 그리 만만치 않은 '정신노동'에 시달리는 것도 알게 되고
그러면서 구양순 여사네 행복마트에 닥친 감정노동에 대한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도
그저 단순히 감정노동수당이나 휴가 차원이 아니라
삼진아웃제, 마트 체험 같은 근본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읽는 저도 속 시원하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사실 저도 '고객이 왕'이라는 말을 무심코 들어와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직원은 하인이란 공식에, 아차 싶었어요.
"누가 왕이고 시녀라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거죠.
고객만 왕이라는 생각을 바꾸면 간단해집니다."
그래요, 내가 무엇을 파는 직원이 될 수 있지만
그 일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 또 내가 필요로 하는 무엇인가의 고객으로도 바뀌는데
'고객만 왕'이 되어선 안 되는 거에요. 감정노동을 강요당해
영혼 없는 친절을 베푸는 직원들이 되도록, 힘들어하게 내버려두어선 안 되겠어요.
함께 더불어 살며 서로를 존중하는 멋진 사회가 되기를 바라봐요.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