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삼중당 문고가 생각이 난다. 요즘은 문고판 책들이 아예 자취를 감추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대형서점에서도 문고본을 본 기억이 없다. 그렇지만 내가 학창시절이었을때는 문고본들이 다양하게 존재했었다. 돈없는 학생이어서 그랬는지 아마 내가 중고등학교 학생시절에 사서본 책들은 죄다 문고본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당시 가장 많이 인기를 끌던 것이 지금은 이름이 예스럽게 느껴지는 삼중당 문고 였다.
카프카의 책도 그무렵 문고본으로 읽은 기억이 나니 십중팔구 삼중당 문고본으로 읽었을 것이다. 세상에 관해 영민한 감각을 지녔다고 나름 잰체를 하고 살아왔지만, 그래봐야 중고등학생 시절. 인생을 알지 못하니 소설에 나타난 사람들의 삶에 관한 이해가 얇을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시는 소설을 통해서 인생을 이해하려고, 그래서 이렇게 형편없는 성인이 되어보려고, 그래서 그토록 젊고 찬란하던 시절을 어두컴컴한 불빛 아래서 문고본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 시절. 문고본으로 섭렵한 독서목록들을 기반으로 철학개론이니, 문학개론이니, 인문학 나부랑이 들을 아는 척하면서 술꽤나 들여마셨었다. 쓸데 없는 시간낭비였으나, 그나마 그런 객기를 한떄의 추억으로 끝낼수 있었으니 그 덕분에 지금의 나는 시골구석에 박혀서 이렇게 책이나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수 있는 팔자가 되었는가 보다.
내가 이렇게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반어법에 반어가 겹치는 묘한 문체를 사용하는 이유는 방금까지 읽은 카프카의 문체가 내 몸속에 일정한 리듬처럼 스며들어 있고, 나는 그 리듬이 채 사라지기 전에 그 리듬의 흥에 맞추어 서평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때문이다. 카프카를 읽은 소감을 내가 체득한 카프카식의 문장으로 써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서평은 아닐지 몰라도, 나 나름의 성의를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카프카. 전설같은 작가이다. 어두운 카페의 구석자리에서 하얀 얼굴을 하고 세상을 쏘아보는 그 여린 눈초리로 기억되는 작가. 프라하. 동구.... 이런 이미지의 조각들이 모자이크처럼 구성하던 죽어 있던 카프카가 이 책으로 오랜 세월을 건너 다시 그의 작품을 접하는 순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숨결로 느껴진다. 이제 나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던 그 시선을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학창시절 그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세상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풍경을...
역시 카프카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소위 말하는 문학소년이었다. 소설보다는 시가 더 끌려 여러 편의 시도 습작을 했었고 간단한 스토리의 소설도 구상한 적이 있었다. 그와 함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소설들을 여러 편 읽었는데 그 중에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카뮈의 ≪페스트≫와 카프카의 ≪변신≫이다.
문제는 그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때 읽었던 소설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스트≫에서는 페스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는 장면만이 어렴풋이 떠오르고, ≪변신≫에서는 주인공이 벌레로 변신하여 가족들이 두려워하는 장면이 유일하게 기억나는 장면이다. 그 변신을 거의 20여 년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벌레가 되어있었다는 소재는 다분히 추리소설이나 스릴러의 느낌을 준다. 하지만 벌레로 변한 한 가족 구성원이 다른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고 죽어가는 이야기의 큰 스토리에는 카프카의 생존 시절이나 지금이나 존재하는 가족의 문제, 사회와 공동체의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이렇게 버림받아 죽어가는 사회 구성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고등학교 때는 단지 스릴러의 느낌으로 읽었다면 지금은 가족과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지금도 여전하 카프카의 모든 작품을 읽은 상황에서 그가 이 작품을 통해 하려던 말을 100% 이해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래서 10년 쯤 뒤에 다시 읽어볼 작정이다. 10대에 읽었던 작품을 40대에 다시 읽어보니 느낌이 달랐던 것과 같이 10년 사이에 변신해 있을 나 자신을 상상해 본다.
북로드에서 발간된 이번 시리즈에서는 변신 이외에 ≪판결≫, ≪시골의사≫, ≪굴≫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20세기 최고의 문제작가라고 일컬어지는 카프카의 작품들을 읽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