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선과 가식, 그 속에서 방황하고 몰락하는 주인공"
무릇 작가에게는 그 작가만의 특색이 있다. 그리고 다자이 오사무 작품의 특색이라고 하면, 그의 여러 작품이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과 작품에 깊게 녹아든 우울과 등장인물의 몰락을 꼽을 수 있다.
`인간실격` 역시 자전적인 이야기가 상당히 들어가 있다.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점, 여성과 함께 자살을 시도했다가 혼자 살아난 점 등이 그러하다. 또한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일인칭 시점에서 세계의 모순과 위선, 가식 등을 우울하고 염세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주인공의 방황과 끝내 몰락하는 과정은 시종일관 불안하고 암울하게 묘사된다.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인간의 위선이나 가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이 주인공을 불행으로 이끌었고, 자기혐오와 인간에 대한 공포를 끊임없이 느낀다. 또 술, 담배, 매춘부, 좌익사상 등의 방황을 수없이 겪으며 매춘부에게서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좌익사상에 빠져 소속감을 느끼기도 하며, 몇 번의 결혼생활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러한 행복들은 순식간에, 그리고 허무하게 깨져버린다. 마치 손안의 모래가 빠져나가듯이, 결코 잡을 수 없는 행복에 절망한 그는 자살 시도와 모르핀을 통해 인간의 밑바닥까지 추락하며,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폐인이 된 채로 고향에서 살게 된다.
`인간실격` 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출판 당시 초판은 약 600만 부가 팔려나갔으며, 지금까지도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읽히고 있는 소설이다. 이 우울하고 불안한 소설이 과거, 그리고 현재에도 끊임없이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당시의 시대상과 이 책의 어두운 분위기가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1948년으로, 당시 일본은 세계 제2차 대전에서 패전한 이후였고 연합군의 점령 아래에 있었다. 일본의 상황은 급변하고 있었고, 그 당시의 일본인들에게는 혼란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 `인간실격` 이라는 소설은 인간의 나약함, 몰락, 파멸을 그대로 조명하는 작품이었기에, 그들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소설이었을 것이다. 어두웠던 1940년대 일본에서,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와 `인간실격` 이라는 소설의 등장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 유명한 <인간 실격>을 독서모임을 위해 읽었다. 워낙 많이 들어본 책이라 실제로 읽는 것은 처음인데도 익숙한 기분이었다. <인간 실격> 책들 중에 가장 표지가 예쁜 책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더불어 <사양>이라는,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작품까지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다자이 오사무를 꽤나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독서모임의 한 친구는 타 출판사의 책을 읽은 뒤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었는데, 문장이 더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본인도 일전에 같은 역자가 번역한 다른 일문학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표현이 적확하고 깔끔해 마음에 들었었다.
6명이서 모임을 하며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여섯 명 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생각할 거리가 참 많은 책이구나 싶었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읽었고, 죄, 인간, 인간 실격 등 소설 속 모든 개념에 대해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주인공 요조가 과연 인간 실격인가를 두고 꽤 오랜 시간 이야기했다.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라 생각해서 의견을 모으진 않았다.
다자이 오사무와 소설 주인공 요조의 삶이 아주 많이 닮아 있다. 자살 시도나 방법이며 여자, 술, 약에 빠지는 것까지 너무 닮아있어서 이 책이 혹시 일기 아닐까 싶기도 했다. 왜 사람들이 이 책을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라 강조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필독서는 아닐지 몰라도 살면서 한 번쯤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인간 실격>을 두세 번 읽은 이도 만났는데,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했다. 어릴 때 읽기 보다는 어른이 되어 학창시절 혹은 사회생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난 이후에 읽으면 요조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흘러 몇 번 더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