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년시인
이 책은 요절한 영원한 청년시인인 윤동주, 이상, 박인환 세 명의 시를 엄선하여 실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 세 명의
이름은 알고 있고 한번쯤은 시를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서시>, <별 헤는 밤>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들이 요절한지 어느덧 60~80년이 흘렀지만 이들의 시들은 아직도
한국인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있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 12월 30일 - 1945년 2월 16일, 이상 시인은
1910년 8월 20일
- 1937년 4월 17일, 박인환 시인은 1926년 8월 15일 - 1956년 3월 20일 이다. 이들이 장수 하여서 더 많은 시를 남기지 않고 짧은
생을 살다 갔기에 더욱더 이들의 시가 애틋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각각 41편씩을 엄선하여서 선별하였다. 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익히 낭송한 시겠지만 평소에 시를 자주 접하지 않는 독자라면 거의 다 처음 본 시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윤동주의 시는 술술 읽힌다. 그래서
더욱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짧은 시를 읽자마자 그 시대와 상황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상의 시는 역시나 난해하고 어렵다. 거의 모든 시가 띄어쓰기가 전무하여 어떻게 발음을 내야 하는지 조차 막막함이 엄습해온다. 하지만 그 시의 묘한 감성 뒤에 숨겨진 슬픔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박인환의
시는 전쟁과 단절이라는 큰 주제를 관통하는 듯 하다. 당시 죽음과 기근에 대해서 사실적이면서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시대에도 동일한 느낌을 준다.
윤동주 편은 친구, 동생, 후배들의
어린 시절 기억하는 윤동주의 삶과 그의 인생, 그리움을 담긴 글을 같이 적고 있고 이상과 박인환 편은
각각 그들이 어디서 나고 자랐는지 역사적인 곳들을 서술함으로써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윤동주의 시 중에서 <새벽이 올 때까지>를 읽으면서 순간 멈칫거렸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옷을 입히라고 하면서 시인은 이 둘을 한 침대에 가지런이 잠을 재우라고 한다 그리고 울거들랑
젖을 먹이라고 한다. 그러면 새벽이 오고 나팔소리 들려올 것이라고 한다.
새벽이라는 단어와 검은 옷과 흰 옷으로 대비되는 구조 속에서 한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시인의 마음을 유추할 수 있는 것 같다. 새벽이 오고 나팔소리를 듣기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또한 <쉽게 씌어진 시>에서
일본 유학을 하면서 고국의 상황을 접하지만 실질적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고 또한 남의 나라인 일본에 있는 자신을 되돌아 보는
마음이 전해진다.
<팔복>이라는
시는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예수님의 가르침 중 하나이다. 8가지
복에 대한 설명인데 이 시는 오로지 슬퍼하는 자에 대해서만 나온다. 또한 슬퍼하는 자가 받는 복은 영원히
슬플 것이라고 표현한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윤동주의 생애에 대해 따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에피소드들은 동생과 후배들의 증언이 담긴 글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는데 동생이 기억하는 윤동주는 술, 담배도 하지 않고 말이 없어서 연애사를 들어본 적이
없고 순한 성격에 중학 때 축구 선수였다고 한다.
친구들이 겨울이든 여름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산이든 들이든 강가이든 부르면 부르는 곳으로, 가자면 가자는 데로 묵묵히 따라 나서는 온유한 성격,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자신의 외투와 시계를 내줄 정도로 착한 심정을 가진 윤동주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친구들의 부탁을 거부하는 두 가지 일이 있다. 하나는 시를 고치자는 언급과 또 하나는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고백이다. 그는
친구들의 갖은 언사에도 불구하고 시를 절대로 고치지 않았고 자신이 사랑하였던 여인에게 끝내 고백하지 않았다는 그의 행동을 통해 그의 성격을 짐작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상 이라는 시인은 2010년 조영남이 쓴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을 통해 당시 화제가 되었다. 기이한 행동과 언변을 일삼던 가수 조영남은 자신이 죽기 전에 이상의 시를 해석하고 싶어서 책을 발간하였다고
했기에 세간의 주목을 끌 수 있었다. 당시 이상 탄생 100주년이어서
시대적 상황과 맞물러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에게 이상 이라는 시인을 다시금 인식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이상 이라는 시는 난해하기로 유명하여서 쉽게 접하기도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지만 천재 소설가, 시인, 화가 등으로 불렸던 이상의 시를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읽으려는
시도를 해야 할 듯 하다.
괴테,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수 많은 인물들의 책이 고전이 되어 후대들에게 지속적으로 읽혀지고 기억되는 것처럼 이 세 명의 시인들이 쓴 시들이 더 많은 이들이 읽고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 될 것 같다.
저항과 순수가 녹아있는 123편의 시를 모은 책입니다. 윤동주, 이상, 박인환의 시.윤동주, 이상, 박인환은 30년도 살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세명의 위대한 시인의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책인데요.
윤동주, 이상, 박인환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았지만 서로 서로 관계가 있다는 것에 흥미로웠습니다. 윤동주는 이상을 정말 사랑한 팬이었고, 이상이 세상을 떠난 후 그 그리움에 추모회를 직접 주선한 박인환. 이들의 삶이 정말 기구하고도 험한 세상 시인이 되었지만. 그들의 작품을 보면 정말, 가슴찡하고 그 때의 배경을 떠올려 보기도하고 감정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죽음 후 추도시나 그의 오랜 벗들이 이야기하는 윤동주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구나싶었습니다. 진정한 멋쟁이. 경박해 보이지 않고 멋을 낸다는 청년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멋. 그 성품에서 풍겨오는 멋이 있습니다. 한국적인 향기를 풍기는 윤동주 시인.
서촌여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옥류동천 물길로 접어들면 '이상의 집'이 있습니다. 시인 이상이 살던 곳이긴 하지만 현재 그 건물은 이상과 아무런 관련 이 없습니다. 이상의 '오감도'는 정말...상상치도 못한 그 만의 암호화된 문구들이 막 찬란하게 펼쳐진 기분입니다. 독자는 그 암호를 풀려고 머리를 쓰지만. 그것은 그저 이상의 심리상태. 이상의 여자들? 에 대한 설명도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깊이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양자로 살아가다 재산을 물려받고. 자유롭게 살기위해, 문학의 장을 펼치기 위해 경험한 것들이 이상의 주옥같은 시로 표현됐나봅니다.
한때는 시집도 모으고, 서점가면 시집 읽으며 맘에 드는 시를 노트에 베껴적기도 했었다.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사는게 바쁘다보니 시 한편 여유롭게 음미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 같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소설책보다 시한편 읽는게 훨씬 시간이 적게 드는데도 말이다. 근데 신기한건 어떤 시는 짧디 짧지만 그 여운이 오래 남아서 소설 몇페이지를 읽는 거 보다 더 많은 생각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소리내어 읽고 또 읽으며 단어와 단어의 운율을 느끼고, 시인이 그리는 그림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다보면 한편의 시가 한 권의 소설책만큼 풍부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걸 알기 때문인가? 괜히 시 한편 읽어서는 마음이 심숭생숭 해질까봐 선뜻 시집을 못 펼치겠는 거다. 왜냐면 육아맘인 내가 시를 음미할 시간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도 이렇게 책 한권에 내가 좋아하는 시인 세명의 시가 담겨 있다면 무조건 책을 펼쳐야하지 않을까? 윤동주, 이상, 박인환 시인의 공통점이라면... 세사람 모두 30년도 살지 못하고 요절했다는 거다. 스물일곱의 이상, 스물여덟의 윤동주, 스물아홉의 박인환... 사는 모습은 달랐지만 이 세사람 모두 험한 세상의 저항과 순수를 시에 담았다. 윤동주의 시는 다들 좋아할테고, 이책을 통해 박인환의 덜 알려진 시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책은 시뿐만 아니라 발간 원문 그대로 다른 시인이나 작가의 서문과 추도 시나 발문이 실려 있으며, 이상과 박인환 편엔 서울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민윤기 회장이 두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특별취재하고 해설을 담아 윤동주에 비해 덜 알려진 두 시인의 생전과 생후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전해준다.
학창시절 입시로만 시를 접했다면 이제라도 시집을 펼쳐보시길 권한다. 한때 국어강사여서 하는 이야기가 아님. 정말 우리나라 시 중에 정말 아름답고도 긴 여운을 남기는 시가 참 많다. 혹시 학창시절에 봤던 문학책 아직 안버리고 책장에 꽂혀있다면(물론 다 버렸겠지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나직히 시를 읽어보자. 신체시 이후에 현대시라면 맘에 드는 시 몇편 꼭 만날 수 있을 거다. 윤동주 시는 뭔들!!
윤동주 <소년>과, 이상의 <가정>은 다들 아실테고...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이시가... 박인환의 시였는지 이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나도 늙었나보다... 그 사람의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 거 보면... 이 시 한편에 잠시나마 추억에 잠겨봤다. 시원한 맥주한잔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