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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완벽한 페미니즘이라는 환상

이라영 | 동녘 | 2018년 12월 26일 한줄평 총점 10.0 (2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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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당신의 이야기가 페미니즘이다
‘진정한 페미니스트’ 프레임에 던지는 날렵한 돌직구

‘진정한 페미니즘을 모른다’고 훈계하거나 ‘진짜 페미니스트다’라고 추켜세우는 목소리는 왜 똑같이 불편할까? 이 책은 무엇이 ‘진짜’와 ‘가짜’인지 논하는 대신, ‘진짜’가 언급되는 맥락을 살피는 데 집중한다. 이를 통해 진짜란 애초부터 없으며,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억압된 목소리가 다양하게 분출되는 것은 페미니즘의 중요한 특징이고, 일단 ‘눈치 없이’ 활발하게 말할 수 있어야 페미니즘 논의 자체도 진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불편하고 할 말 많은 여성의 몸과 공간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는 일이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에서 한국 사회의 소수자 이슈를 시원하게 해설해주며 인간 존중의 의미를 환기시켰던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이 신문과 블로그에 발표한 글들과 새로 쓴 글들을 한 권으로 묶었다. 폭발적인 ‘미투’의 흐름 속에서 페미니즘 입문서를 인상 깊게 읽었지만, 일상에서는 여전히 답답함을 느끼며 페미니스트라고 밝히기 주저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씩 뜯어본다.

저자에게 페미니즘은 정체성이기에 앞서, ‘보편’이라고 일컬어지는 많은 지식, 문화, 권력에 질문을 던지고 해체하며 재구성하는 통로다. 이 책은 그러한 통로로 바라본 한국 사회의 풍경을 가감 없이 전한다.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상식과 논리는 책의 중요한 무기다. 이를 통해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도록 제안한다.

목차

1장 ‘진짜’는 없다
자연스러운 여성
칭찬으로 기만하기
실패할 권리
완전무결은 없다
걱정해주는 이유
재발견의 반복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00녀’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2장 몸이 된 여성들
처녀막과 총각 딱지
물건과 구멍
생각하는 자궁
씨와 밭
땅과 여자
‘잘하니’와 ‘어떨까’
여성이 성욕을 말하면
청결의 강요
여성의 액체를 말하라
시간을 극복하는 몸
돼지와 꽃
쯔위와 주세죽
죽여주는 여자
3장 장소를 향한 폭력
여성의 자리
남성의 응시가 지배하는 장소
왜, 거기에, 홀로
강간의 장소성
강간문화
성애와 성폭력
화해하고 공유하기
셋 중 하나
무시해서, 여성살해(femicide)
처벌받는 피해자
4장 같은 공간, 다른 자리
아내의 역사
그 남자는 어디에
보이지 않는 손
밥과 외교
정상국가의 여자들
길 위에서
어떤 귀환
만나다
‘시집나라’에 오다
웰컴
어디에서 왔니
장소 투쟁
이사와 이산
천재와 미친년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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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이라영 (LEE Ra-Young )
예술사회학 연구자. 예술과 정치, 그리고 먹을 것을 고민한다. 지은 책으로 『환대박을 권리, 환대할 용기』,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타락한 저항』, 『정치적인 식탁』, 『폭력의 진부함』,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말을 부수는 말』 등이 있다. 『비거닝』과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에 공저자로, 『우리는 다 태워버릴 것이다』에 공역자로, 연극 〈식사〉에 공동창작자로 참여했다. 예술사회학 연구자. 예술과 정치, 그리고 먹을 것을 고민한다. 지은 책으로 『환대박을 권리, 환대할 용기』,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타락한 저항』, 『정치적인 식탁』, 『폭력의 진부함』,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말을 부수는 말』 등이 있다. 『비거닝』과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에 공저자로, 『우리는 다 태워버릴 것이다』에 공역자로, 연극 〈식사〉에 공동창작자로 참여했다.

출판사 리뷰

‘진짜’를 말하는 사람들이
절대 말하지 않는 것

사그라들지 않는 ‘미투’의 바로 옆에는 페미니즘을 평가하는 근엄한 얼굴이 함께한다. 진정한 페미니스트라고 칭찬하든 아니라고 비난하든, 정반대처럼 보이는 이 두 가지 말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웬만해서는 페미니스트와 같이 지내기 불편하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보다는 ‘진짜’가 왜 이토록 강조되는지 따져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진짜’란 지금껏 없었을 뿐 아니라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늘 ‘나중’으로 밀려났던 다양한 목소리들이 들리도록 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중요한 정신이고, 페미니즘 논의의 ‘질적’ 발전 또한 목소리들이 ‘양적’으로 쌓인 뒤에야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페미니스트를 강조하지만, 때로 ‘진짜’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스트를 비난하는 언어다. 너는 늘 화가 나 있는 ‘진짜’ 페미니스트 같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것이다. 불편하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선호하는 이들은 사회 개혁보다는 페미니스트 재교육에 관심이 많다. 페미니스트 감별사가 되어 페미니스트를 얌전하게 길들이려 한다. 태도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내용을 무시할 수 있어서다. 나에게 공손하기만 하다면 너의 말을 들어주겠다는 뜻이 아니다. 너의 말을 교양 있게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_ 27쪽, 1장 ‘진짜’는 없다

‘진짜’를 구별하고 싶은 욕망은 차별과 이어져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원래’의 ‘자연스러운’ 여성이라는 말은 트랜스젠더 여성 등은 설명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언어고, ‘진정한’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남성 중심으로 짜인 현실을 외면한 채 페미니스트가 되려면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는 암묵적 주문이다. 현실에는 수많은 삶만큼이나 수많은 페미니즘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욕망은 부당할 뿐 아니라 무의미하다. 그렇기에 ‘진짜’가 아니라 날마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말한다.

“하나의 진짜 길만 있는 사회보다는 여러 종류의 다른 길이 있는 사회가 옳다. 물론 ‘잘못된’ 길에 이르거나 위험한 길에 다다를 수 있으며, 길을 더럽힐 수도 있다. 때로는 막다른 길에 이르러 다시 돌아와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수많은 오류와 실패를 반복하며 길을 알아갈 권리가 있다. 누구도 그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 실패를 쌓아 균열을 만들 권리가 있다. 실패조차 하지 못하면 영원히 고립된다. 완벽하지 않아서 부정당할 필요는 없다.” _ 42쪽, 1장 ‘진짜’는 없다

페미니즘의 렌즈로 바라본
여성의 몸, 일상, 정치

‘진짜’, ‘혐오’, ‘진보’, ‘칭찬’, ‘실수’ …… . 이 책의 단어들은 작은따옴표 인용(quotation)으로 가득하다. 오랫동안 남성의 시각이 ‘보편’과 ‘일반’으로 여겨지면서 여성의 몸, 일상, 정치를 둘러싼 많은 현상들이 ‘원래’ 그런 것으로 취급되고, 심지어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서조차 무감각해진 상황에서 저자가 단어들을 하나씩 뜯어보며 이야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누군가가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주장할 때 그 권리가 자신을 불편하게 한다면 그동안 ‘특권’을 누려왔다는 뜻이다. 조심과 불편은 정의롭게 분배되지 않았으며, 안전은 특권화되었다. “어디 여자가”라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말은 여성살해까지 그 고리가 이어져 있다. 언어 하나하나를 붙들고 집요하게 싸워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익명으로 사라진 수많은 ‘○○녀’들의 ‘원통한 혼’과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_ 67쪽, 1장 ‘진짜’는 없다

누군가는 페미니즘이 이미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냐고, 과거 조선시대나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곳과 비교하면 지금 한국 사회는 여성이 살기 좋은 곳이 아니냐고 반발할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가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짚어낸 현실은 여전히 참담하다. 여성의 몸은 언제나 남성이 차지해야 할 공간(처녀막, 구멍, 자궁, 땅, 꽃 등)으로 대상화된다. 성을 이야기할 때는 ‘잘하니’가 아니라 ‘해봤니’라고 질문받으며, 나이듦에 공포를 느끼게 되는 등 남성과 달리 경험 자체를 조롱당한다.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나는 한 중년 남성에게서 제 자식들이 ‘빨리 손주 안겨줄 여자’를 데려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빨리 안 데려오면 자기 마음에 드는 처자를 골라 결혼시키겠다는 말까지 듣고 나면 표정 관리가 어려워진다. 아들의 파트너는 나의 성을 물려받는 핏줄을 낳을 재생산의 도구다. 이러한 사고는 상당히 지배적이며, 일상에서 ‘손주 낳아줄 여자’라는 표현은 거의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유통된다. 축사에서 인간의 먹이 생산을 위해 학대받는 암컷 가축들처럼, 인간 암컷인 여성은 빨리 다음 세대를 낳으라고 재촉받는다. 이를 에둘러 ‘가임기 여성’이라고 문명의 언어로 표현한다.” _ 86쪽, 2장 몸이 된 여성들

여성은 공간으로 취급받지만 공간의 주인은 아니다. ‘어울리는’ 자리가 정해져 있기에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도 ‘왜 거기에 혼자’ 있었냐고 추궁당한다. 영화에서는 흔히 남성들 간의 분노, 연대, 정의를 표현하는 매개물로 등장한다. 아울러 여성의 생계공간은 여전히 직장-가정의 고된 ‘2교대’ 노동으로 점철되어 있다. ‘진짜’를 논하기 전에 여성의 공간을 둘러싼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와 연결된다.
“사회의 약자는 ‘보이지 않기 위한 노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가리고, 숨고, 돌아다니지 말고,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 이 노동을 소홀히 하면 비난이 날아온다. 장애인이 왜 돌아다녀, 애 엄마가 왜 돌아다녀, 노인네가 왜 돌아다녀, 계집애가 어딜 돌아다녀.” _ 148쪽, 3장 장소를 향한 폭력

‘객관적 비판’이라는 말에
숨겨진 비겁함에 대하여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는 말이 모든 페미니즘이 무조건 옹호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책은 어떤 페미니즘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페미니스트들의 발언을 두고 앞뒤 맥락을 자르거나 일관성 없는 잣대로 평가하는 ‘비겁함’이다. 예를 들어 ‘여자라서’ 박근혜를 찍겠다고 했던 어느 페미니스트의 말에 대해 한창 비난이 쏟아질 때, 중요한 공적 자리마다 여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매도한 것이 공정한 수준의 비판이었는지 묻는다. 이런 현실은 미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힐러리 클린턴을 찍지 않는 여성들에게 ‘지옥의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고 한 말은 ‘징그럽게 확대되어’ 비난받았다. 이에 대해 전술적 실패를 페미니즘의 문제로 공격한 것이라고 분석한 대목은 무척 날카롭다.

“‘여자라서’를 고민하게 만드는 배경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오히려 아주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의구심을 품는 부분은 흑인이 흑인을 찍는 것과 여성이 여성을 찍는 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다르다는 점이다.” _ 34쪽, 1장 ‘진짜’는 없다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같은 여자로서’라는 수사를 사용할 때가 많다. 이는 “성공은 여성 개인의 능력이지만 실수는 모든 여성의 실패로” 여기는 현실의 무의식적 반영이다. 저자는 이러한 비겁한 잣대에 위축되어 침묵하기보다는 “실패를 쌓아 균열을 만들 권리”를 요구하며 더 수다스럽게 길을 만들어가자고 주장한다.

“‘우리’ 여자는 수시로 ‘같은 여자’의 행동에 신경 쓰며 살도록 강요받는다. 연대는 방해받고 비난은 여성이 공유한다. 죗값의 무게도 달라서 “여자가 더 무섭다” 등의 말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산다. 이런 관념은 우리 일상에서 별 두려움 없이 떠돌며 여성의 관계와 생각을 지배한다. ‘여성 일반화’는 남성 사회의 주특기다. 아무 공통점이 없는 여성들을 하나로 묶는 시선에 익숙하지 않은가. 그런데 여성이 여성을 돕자고 하면 비로소 ‘여성의 다양성’이 치솟아 오른다.” _ 34쪽, 1장 ‘진짜’는 없다

종이책 회원 리뷰 (19건)

페미니스트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h****1 | 2022.09.26
오랜만에 문장문장마다 똑똑함이 흘러넘치는 책을 읽은 것 같다.
아직도 진정한 성평등은 저 먼 세상의 이야기같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얼마전에 친구의 이혼 소식을 들었다.
친구와 남편은 같은 직업을 가졌고, 동일한 소득창출을 하고 있지만 남편은 집안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본인을 돌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2022년에도 이런 사유로 이혼하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아이를 낳지 않은 것도 여자 탓, 제대로 키우는 것도 여자의 몫
아직도 인터넷 기사에는 저출산 이야기가 나오면 나라 생각하지 않고 여자는 이기적이라는 말이 만연하다.

분노하고 싸우기도 지쳐서 그런가보다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데, 정신차리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더 좋은 사회로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논의가 앞으로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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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완벽하다는 착각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와* | 2022.09.26
2016년은 강남역 살인사건이 모든 이슈들을 제치고 가장 뜨거운 분노로 떠올랐던 해였다.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넘기기에는 앞서 화장실에 방문한 모든 남성들을 제치고 가장 처음 들어온 여성을 노렸다는 점, 범인 스스로 여성이라 죽였음을 언급한 점을 말미암아 명백히 여성혐오 범죄라고 할 만했다. 바야흐로 페미니즘이 사회의 큰 화두로 자리잡은 사건이었다. 여성들은 소리 높여 본인들의 경험을 공유할 장을 열었고, 더 이상 범죄의 책임에 대한 화살을 본인에게 넘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2022년이다. 여전히 페미니즘은 사회에서 가장 논란을 일으키는 주제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인이 '진짜' 페미니스트인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딱 붙지 않는 옷을 입으면 페미니스트인가? 시위에 나가고,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관련 모임에 나가면 페미니스트인가? 인터넷 상에서는 여전히 '이런 사람이 무슨 페미냐'라고 외치는, 소위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기실 이런 구분은 개인의 행동을 묶는 하나의 고리로 작동한다. 페미니스트라면 응당 이래야지, 라는 말은 결국 여자라면 응당 이래야지, 라는 편견과 궤를 같이 한다. 진짜라는 단어는 그 조건에 나를 짜맞추고 구겨넣어 타인에게 증명받아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그런데 이를 증명해줄 타인은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가?
우리는 이미 명명한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의한다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만 그것이 언제나 영원불멸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고, 이를 한가지 기준에 끼워맞추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각자의 자리에서 지치지 않고 오래 분노하는 일이다. 진짜를 의심하지 않고, 어떤 틀 안에 스스로를 맞추고자 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되 그 저변의 용기와 연대를 잊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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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j*****s | 2022.09.16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처음 중앙대에서 이뤄지던 특강을 들었던 이후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여대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여성혐오가 만연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 불편한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워 독서모임을 빌어 페미니즘 책을 읽어보았다.

이렇게 시작한 책이었는데 다 읽고 나니 신당역 스토킹 범죄가 일어났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양상은 다르지만 결국은 여성혐오 범죄..
이수정 교수님이 스토킹이 살인으로 번질 수 있다는 연구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 연구결과가 법안에 적용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예시가 발생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즘이 틀렸다는 것을 반증하기 위해 진짜 페미니스트임을 검증하고, 사회적 약자끼리 의견 내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의 공간을 침해하고, 여성의 자궁은 남성이 주인이라는 의식이 있어 탐폰과 생리컵 사용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사회의 문제를 축소하기 위해 여성 개인의 문제로만 치환한다는 부분들이 가장 크게 와 닿았다.

신당역 살인 사건에서도 그들은 비슷한 자세를 보여줄 것 같다.
이건 페미니즘과 관계 없어, 지나가기 불편하게 역에 뭐하는 짓이야, 그러게 여자가 처신을 잘했어야지... 등등

누군가는 여전히 여성상위시대를 외치고, 누군가는 여가부의 소명이 다 했다고 말하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더 죽어야 한국의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막막한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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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건)

구매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닉***음 | 2019.12.12

실제로 "요즘 페미니즘이 붐"이라거나, "요즘 핫한 페미니즘"이라는 표현을 접할 때 심란하다. 인권이 유행의 대상인가. 그러나 왜 많은 여성이 여성운동사를 잘 모르겠는가. 페미니스트는 탄생할 때마다 밟히기 때문에 매번 새로 태어난다. 언제나 진정한 페미니스트는 죽은 페미니스트다. 그 1990년대 페미니스트들도, 더 거슬러 올라가 20세기 초의 수많은 '신여성'들도 당대에는 매번 죽었다가 훗날 다시 살아났다.

...

그렇게 매번 다시 시작하더라도 그 시작점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며, 함께 시작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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